배낭여행을 즐기는 저는 혼자 여행을 떠나는 편입니다. 버스 여행이든, 기차 여행이든, 차를 몰고 떠나든, 국내이든, 해외이든 가리지 않습니다다.
어느날 문득 언제부터 왜 혼자 다니기 시작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더니...(사실 언제부터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만...)
그 곳에 가고 싶은데 친구들과 시간 맞추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그 곳에 가는 것을 포기하기는 싫고 해서 혼자라도 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이후로는 굳이 동행을 찾고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는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나쁜(!) 버릇이 생겼습니다. 물론 함께 하는 여행도 즐겁고 혼자 하는 여행도 즐겁습니다. 굳이 어느 한 쪽을 선호하거나 가리지 않는다는 것 뿐입니다.
여행을 떠나고는 싶은데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 못 떠난다는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이 어려울 뿐이지 한 번 해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집니다. 여행은 같이 가도 즐겁고 혼자 가도 즐겁습니다. 가끔은 아주 오롯이 혼자 되는 나만의 여행을 떠나는 것을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항상 얘기하지만 더 멋있고, 덜 멋있는 것은 없습니다. 혼자 하는 여행이 하고 싶으면, 할 만 하면 하는 것이고, 혼자가 영 내키지 않으면 하지 않으면 됩니다. 전적으로 취향의 문제이지 사람에 대한 문제는 아닙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한 셀프 인터뷰.
Q. 혼자 가면 안 무서워요?
A. 무섭긴요~ 어디를 가도 사람 사는 동네인걸요. 사람 사이의 관계는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일상 생활에서도 그렇잖아요. 누굴 만나서 경계하고 거리감 두고 하면 그 사람들도 저 불편해 하잖아요. 낯선 사람들은 더하죠. 제가 경계하고 무서워하고 들어가면 이방인인 저를 당연히 경계해요. 하지만 제가 친구처럼 다가가면 그들도 친구가 되어줘요. 특히 시골은 어느 나라 어느 곳이나 인심이 좋아요.
Q. 외롭지 않아요? 심심하지 않아요?
A. 개인차가 크긴 한데... 최소한 저는 심심하지도 외롭지도 않아요. 워낙에 혼자서도 잘 노는 성격이라... 여행을 혼자 떠나면 떠나있는 동안 계속 혼자라고들 생각하시는데요, 늘 그렇진 않아요. 물론 혼자 가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는 하지요. 혼자 가면 숙소를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 도미토리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룸메이트들과 함께 놀아요. 그 날 가려는 곳이 같으면 같이 움직이고 같이 밥먹고 하거든요. 방안에서 수다도 떨고요. 일상에서 못 보는 풍경 보고, 일상에서 못 하는 체험하고,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 하고, 가끔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오롯이 저만의 시간을 가지면 심심할 틈이 없어요. 특히나 상세 계획을 짜고 떠나는 편이 아닌 저와 같은 사람에게는 룸메이트나 숙소에서 만난 친구들은 중요한 정보원이 되어 주지요. 제 여행 일정을 짜는데 큰 도움을 주는 친구들이에요.
아주 가끔 느껴지는 외로움은... 즐기는 거죠^^
다만 평소에도 혼자하는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분은 크게 외로울 수 있어요. 그런 분들은 함께 떠나는 여행이 더 편할 거예요. 혼자 여행을 권하지 않아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여행은 즐기는 거예요. 불편한 경험을 일부러 할 필요는 없어요.
Q. 혼자 여행에 어떤 준비물이 필요할까요?
A. 기본적인 여행 준비물은 당연히 필요하고요, 혼자임을 더욱 즐기려면 음악, 사진, 노트는 필수예요.
- 음악: 핸드폰이나 MP3에 노래 꽉꽉 채워 가세요. 요즘 유행하는 노래와 평소에 좋아하는 노래로 가득 채워서 이동하거나 혼자있을 때, 경치가 너무 좋을 때 들어 보세요. 저는 보통 떠나는 전 날의 멜론차트 1-100위와 제가 좋아하는 김동률 전집, 브로콜리 너마저 전집, 싸이 5집 등을 핸드폰에 담아서 가요.
- 사진: 여행에서 돌아오면 사진을 보면서 몇 일 더 설레일 수 있어요. 눈과 마음에 가득 담고 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기억에 남을 곳에서는 흔적을 담아 오세요. 가볍게 떠나면 핸드폰 카메라나 똑딱이를 추천해요. 물론 카메라가 좋을 수록 사진은 좋지요. DSLR은 결과물을 보면 아주 만족스러운데 들고 다니기가 너무 무거워요. 짐이 되면 여행을 즐기기 어려워요. 작가라면 카메라, 렌즈, 필터 등등 모든 것을 챙기셔야죠. 하지만 사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핸드폰으로 충분해요.
- 노트: 요즈음에는 디지털 기기와 타이핑에 익숙해서 펜을 들고 글씨를 잘 안 쓰잖아요. 여행의 기억은 꾹꾹 눌러서 손글씨로 쓰는 것이 매력이에요. 작은 노트나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공원에서 잠깐 쉴 때, 기차타고 이동할 때, 커피한 잔 마시면서, 저녁에 자기 전에 그때 그때 느낌을 적어 보세요. 일기도 좋고요, 순간 순간의 느낌 한 줄씩만 적어도 좋아요. 여행하다 좋은 친구를 만나면 노트 내밀고 연락처 적어달라 하고요. 일상에서 힘들 때 여행노트 펼쳐보면 그 기억만으로 힘이 나요.
Q. 혼자 여행에서 주의사항은?
A.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가든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지 마세요. 일상 생활에서 위험한 일은 밖에서도 위험해요. 아니 더 위험할 수 있어요. 낯선 곳이니까. 한국에서도 술집많은 골목을 밤 늦게 혼자 배회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요? 외국에서도 똑같아요. 한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을 외진 곳에서 밤 중에 혼자 만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요? 외국에서도 똑같아요. 한국에서, 일상생활에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나가서 하지 않으면 돼요. 바에서 잠시 화장실에 가느라 자리를 비우시나요? 마시던 잔은 비우고 가세요. 돌아오면 새 잔을 주문하세요. 내가 자리를 비우는 그 동안에 내 잔에 무언가가 들어가 있을 수도 있어요.
가끔씩 뉴스에서 여행지에서 발생한 안좋은 소식을 들으면 정말 안타까워요. 그런 일들은 한국에서도 안전하지 않은 일이거든요. 여행지에서의 위험한 경험은 그 여행을 망칠 뿐 아니라, 그 장소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되고, 나아가 여행 자체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어 앞으로의 여행에 방해가 돼요. 그러니까 여행의 기분에 들떠서 과한 위험을 감수하지 마세요. 혼자 하는 여행에서는 본인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 해요.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아요.
특히 사람 만나는 것은 조심해야 해요. 모두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고 친구가 되는 것이 여행의 묘미이며 값진 재산이지만, 친구보다 더 가까이 다가오거나 다가가게 되는 사람이 있으면 한 번 더 생각하세요. 여행지에서는 지나치게 감성적이 되는 만큼 낯선 곳에서 혼자라서 보다 쉽게 끌리는 건지, 진심인지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여행지에서 사귀고 돌아와서 헤어지는 사람들 진짜 많습니다...) 그렇다고 철벽남/철벽녀가 되어 무조건 경계만 할 필요는 없어요. 인연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너무 쉽게 끌리지만 말라는 것이에요.
그렇다고 혼자라고 이것저것 안먹고 안하고 아무도 안 만나고 그러지는 마세요. 여행이잖아요. 혼자이든 여럿이든 그 순간을 충분히 즐겨야 해요.
혼자 여행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본인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아요. 모두가 무리하지 말고 항상 안전한 여행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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