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7. 20:40

명절이나 여름휴가 같은 긴 연휴는 물론, 금요일이나 월요일이 공휴일이라 주말을 포함한 짧은 연휴가 지나면 으레 사람들이 묻는다.


"이번에는 어디에 갔다왔어요?"

"며칠동안 ***에 다녀왔어요." 또는 "연휴가 짧아서 가까운 **에 갔었어요."

"역시..부럽네요. 항상 그렇게 놀러다니고..."

"부럽긴요. 가시면 되죠."

"에이... 난 못 가요. 그렇게 다니는게 쉬운 줄 아나..."

(그게 그리 어려운 일이면 저도 못 가겠죠...)


언제부터인가 나는 휴일이면 당연히(!) 놀러다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사람들에게는 내가 남들이 못 하는 것을 하는 능력자로 보이는 듯했다.


남들보다 늦은 시기에 워킹홀리데이 메이커(Working Holiday Maker)로서 호주를 1년 동안 배낭여행을 한 것으로 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고 나서는 점점 여행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오히려 좀더 일찍 이런 세상이 있음을 알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이제... 나에게 여행은 생활이다.


여행. 아주 평범한 나에게도 이리 쉬운 여행이 사람들에게는 왜 그리 어려운 것일까. 


돈이 없다

여행이 어려운 이유 중 항상 1,2위를 다투는 이유 중 하나가 '돈이 없어서'이다. 여행이라고 하면 으레 멋진 풍경을 보고, 좋은 음식을 먹고, 저녁에는 근사한 호텔에서 묵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상상을 한다. 더구나 해외에 가려면 기본적으로 비행기 값을 들이고 시작하기 때문에 여행 = 비싼 것이다.


여행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비싼 곳에서 비싼 음식을 먹고 편안한게 지내는 여행이 있는가 하면, 늘 하던 것과 비슷한 생활을 하면서, 어쩌면 조금 더 불편하게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여행도 있다. 추구하는 바에 맞게 상황에 맞게 여행을 만들어 떠나면 된다. 그리고 해보지 않아서 잘 몰라서 그렇지 세상에 비싸지 않게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다. 물론 돈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모든 취미활동이 그렇듯 기본적인 투자는 필요하다. 하지만 여행을 위한 기본적인 투자는 그렇게 어마어마한 돈은 아니다. 직장인들 술자리 몇 번 줄이고, 매일 한 잔 씩 마시는 비싼 커피 체인점의 커피 몇 잔 아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여행을 아예 나와는 다른 딴 세상 이야기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해 놓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니 불가능해 보일 뿐이다.


재별2세가 아닌 이상,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여윳돈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우리네 일반인들이 떠나기 위해서는 여행경비를 모으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 확실한 것은 그 작은 노력과 투자가 가져다 주는 선물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간이 없다

돈이 없는 것과 1,2위를 놓고 쟁쟁하게 경쟁하는 이유의 또 하나는 '시간이 없어서'이다. 보통 학생 때에는 돈이 없어서 못 가는 경우가 많고, 직장인들은 그래도 고정 수입은 있는데 이제는 시간이 없다. 주중에는 회사에 묶여 있느라 시간이 없고, 주말과 휴일에는 한 주 내내 일과 스트레스에 시달린 지친 몸을 쉬어 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여행은 저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직장인은 누구나 피곤하다. 서 있을 때에는 앉고 싶고, 앉고 나면 눕고 싶고, 눕고 나면 자고 싶다는 말처럼 한 번 늘어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특히 직장인이 조심해야 할 것은 휴식을 핑계로 주말에 잠자고 누워만 있다 보면 일주일에 이틀은 나도 모르게 사라져 버린다. 여행을 꿈꾼다면 주말이나 휴일에 일단 무조건 일어나야 한다. 컨디션이 좋고 체력이 좋은 상태라면 보다 멀리, 보다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여행을 만들면 되고, 피곤하고 지쳤다면 바닷가로 가서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쉬고만 와도 좋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서 다른 여행을 만들면 된다. 주중에는 모두가 비슷한 일상을 살지만 주말과 휴일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철저하게 자신의 선택이다.


여행을 위한 시간이 별도로 주어지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에게 주어진 똑같은 시간을 쪼개어 꾸역꾸역 시간을 만들어 떠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피곤한 몸을 눕히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낯선 곳이 주는 새로움과 설렘, 휴식은 그 피로를 충분히 보상하고, 그 이상의 에너지를 채워준다.   


여유가 없다

돈도 시간도 만들려면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단다. 이것 역시 흔한 핑계(!) 중 하나이다. 돈도 돈이고, 시간도 시간이지만 너무나 바빠서, 상황이 좋지 않아서 떠날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여행에 필요한 마음의 여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나,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여행은 여유있을 때에만 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유를 만들러, 여유를 찾으러 가는 것이다. 매일 느긋한 가운데 떠나는 것보다 빡빡하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머릿 속에 복잡한 일만 한 가득일 때, 전생에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온갖 일이 나에게만 발생한다고 느낄 때 훌쩍 떠나는 여행이 오히려 더 짜릿하다. 잠깐의 일탈 후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에너지가 가득하고, 능률이 한층 상승해 있음을 깨닫는다.


외국어를 못한다

해외여행에 대해서는 얘기한다. '나는 말이 안 통해서...'

사실 경헙해 보면 외국어는 딱히 필수요건이 아니다. 물론 말이 통하면 크게 도움이 되고, 여행이 완전 편해진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여행이 불가능한 것은 절대 아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한국어와 딱 학교다닐 때 공부했던 만큼 만의 영어를 조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여행에 충분하다. 외국어는 그 자체가 필요충분조건도 아니고, 필수 조건도 아니고, 그저 의사소통을 위한 무수한 수단 중의 하나일 뿐이다. 언어로 통하지 않으면 보디 랭귀지라고 하는 손짓발짓으로 하면 된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외국인들을 생각해 보면, 그들이 우리에게 무언가 물어볼 때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하지 않아도 우리는 다 알아듣는다. 성인이 되어 배우는 외국어는 절대 원어민 수준이 될 수는 없다고 한다. 외국어를 준비해서 해외여행을 가려 한다면 절대 못 간다. 아무리 공부해도 준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 하나 필요한 것은,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가 영어를 못하는 것은 당연 그 이상이다.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미안해 할 이유도 없다. (영어를 못 알아들으면 sorry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직접 도전하기 전까지는 여행이란 나와 다른 세상의 배부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돈 없이, 시간 없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기본은 되는 사람들이니까 저런 얘기라도 하는 거다. 먹고사는 것에 바쁜 팍팍한 내 인생에는 사치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정말 하면 된다. 스스로의 상황에 맞춘 나만의 여행을 만들면 된다. 여행은 표준이 없다. 


정말 여행을 하고 싶다면 떠나는 사람을 보고 '부럽다'만 연발하지 말고, 떠나지 않을 온갖 핑계를 찾아서 스스로를 묶어 두지 말고, 과감하게 한 발 내딛어 보자. 분명히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고, 내 세상이 조금씩 넓어질 것이다.


Posted by Travel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