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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냥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요. 적어도 당분간은요. 그냥 쉬고 싶어요.” “쉬는 건 좋은데, 뭐하고 쉴 거예요?” “그냥 집에서 가만히 있고 싶어요.” “TV나 게임하면서? 그래봐야 한 달 지나면 지겨워져요. 또 다른 곳으로 도망가고 싶고. 그러지 말고, 지금 특별한 일도 없고, 돈도 좀 있으니까 혼자 외국에 갔다 오지 않을래요?” “에이, 싫어요. 무서워요. 어떻게 혼자 가요?” “좋아하는 나라 없어요?” “일본은 한 번 가보고 싶지만, 그래도 싫어요.” “그래도 싫다고 말고 가 봐요. 가면 우울증 한번에 다 치료될 텐데. 오사카 가면 맛있는 것도 많고, 쇼핑할 것도 많다? 내가 숙소랑 코스 다 설명해 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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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상담 중의 대화만으로는 마음을 열어젖히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저는 말을 믿지 않아요. 닫힌 마음을 열고 그를 자극하는 데에는 음악, 미술, 드라마 같은 예술, 광활하고 깊은 영감을 주는 자연, 몸으로 움직이고 오감으로 느끼는 운동, 음식 등이 수십 배는 가치가 있다고 느낍니다. 굳이 답답한 진료실에 앉아 똑같은 얘기를 수년씩 할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좁은 시야로 살았는가만 깨닫게 하면 저절로 치료가 시작되는데.
마음이 아름다움에 취해 빼꼼히 문을 열 때, 그때서야 그 사람과 공정하고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때까지는 제 권유가 다소 우기는 것처럼 보이거나 강제적으로 여겨져도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효율적으로 성장할 것이냐, 합의를 통하여 만족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이런 개인적인 정신 치료 과정에서도 딜레마입니다.
여행치료의 효과
여행치료.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은 아닙니다. 과연 병원 차원에서 이런 치료가 성립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효과야 말할 필요조차 없지만, 그 효과란 게 홀로 고독에 빠지는 순간부터 생겨나는 아주 개인적인 것이어서 누군가의 지도로 여행을 가는 순간 보통의 관광이 되어 버리죠. 인도자가 둘에서 셋 정도밖에 데리고 다닐 수 없는 데다 변화를 위해선 최소 2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위험성도 있고, 돈도 얼마나 받아야 할지 애매하고, 계산기 두드려 봐야 이거 영 타산이 안 맞아요.
여행을 통하여 성장을 느낀 분들은 많이 계실 겁니다. 그런 경험이 없다 하더라도 책, 드라마, 리얼 예능에서도 자기 자신을 바꾸고 치유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을 종종 보았을 거예요. 걸핏하면 사람들이 깨달음을 위해 인도 같은 곳으로 떠나는데, 과연 얻는 게 뭔지 궁금증도 생겼을 테고요.
여러 스타일의 여행을 다녀 봤지만, 저에게 가장 또렷한 기억으로 남는 것은 혼자 갔던 여행들입니다(같이 몇 달씩 여행 다녔던 아내나 친구에게는 미안하나). 특히나 절대적으로 고독함을 느꼈던 여행들이 소중하게 남습니다. 이런 여행들은 ‘다녀오기 전의 나와 다녀온 후의 나는 다르다!’ 혹은 ‘나는 여권과 카드(?)만 있으면 죽지 않는다!’라는 용기를 일깨워 줍니다. 홀로 여행은 왜 사람을 치유하고 변화시킨다는 것일까요? 앞에서 제가 자신을 향한 세 가지 질문, ‘무엇을 좋아하는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자신을 성찰하는가’에 답하는 것이 정체성을 강화시켜 준다고 했었죠. 고독한 방랑은 그 세 가지를 모두 급상승시켜 줍니다.
일단 개인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 있거나 내적 갈등이 심할 때, 말이 통하지 않는 곳(영어가 안 통하면 금상첨화)으로 여행을 가 보면 아주 편한 구석이 있습니다. 나에게 관심 쏟는 사람도 없고, 내가 말을 걸어야 할 사람도 없고, 꼭 해야 할 일도 없죠. 가끔씩 하는 말들이라고 해봐야 “안녕하세요?” “얼마예요?” 수준의 대화 외에는 할 것도 없습니다. 사람들로 지친 머리가 완벽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됩니다.
그와는 반대로, 상당한 스트레스도 동반됩니다. 아주 최소한의 대화지만 낯선 사람과 대화해야 하고, 지도와 여행서를 달달달 읽어야 합니다. 살아남기 위한 기본적인 행동과 의사전달만 중요해지며,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만 집중하게 해줍니다. 무의미한 일상 반복은 사라지죠. 뇌의 입장에서 보면, 항상 사용하여 지친 뇌의 기능은 쉬게 해주고, 잘 사용하지 않은 부분은 움직이도록 자극하는 상황입니다. 공부로 머리가 지쳐 있는데도 게임이나 독서로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과 비슷합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 눈앞에 그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말할 상대가 없다는 외로움으로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하는 행동, 생각, 한국에서의 갈등 하나하나 넋두리를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평소에 TV나 인터넷, 일 등(특히 이놈의 스마트폰)으로 못했던 사색을 하게 되는 거죠. 물론 이 과정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인의 내부 갈등이 너무 심하여 우울한 사람은 그것이 더 적나라하게 머릿속에 울리겠죠.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여행은 ‘길’을 열어 줍니다. 새로운 풍경과 문화가 계속해서 사람을 지루하지 않도록 자극합니다. 특히나 인도나 동남아시아의 가치관들은 생사를 초월하는 것이 있어서 그들과 접하다 보면 내 고민이 작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해서 풍경과 문화가 나에게 ‘쾌감’을 주고, 고독과 방황이 ‘정신적 깊이’를 만들어 줍니다. 이런 과정이 꼭 여행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 발전이라면 여행은 그것을 제공해 주는 것을 넘어서 강요하기까지 하죠.
- 까칠하게 힐링 송형석 저 | 서울문화사
현대인들의 불안심리가 확대되는 만큼 이 문제를 다루는 심리학 관련서들 역시 우후죽순으로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지나치게 딱딱한 심리학 이론에서 접근한 어정쩡한 이론서이거나, 반대로 너무 가볍게 다이제스트한 심리 테스트 수준의 책들이 상당수이다. 이에 방송으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전작으로 심리학서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는 저자의 유쾌한 시선을 바탕으로, 실제 상담사례집을 보는 듯한 생생한 내용과 만화를 접목시킨 방식의 색다른 심리학서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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