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 01:59

2016년 4월 중국 우전 여행.


동호회에서 함께 우전 수향마을 여행을 떠났다. 

우전은 아주 작은 시골 마을로, 중국어 이외의 다른 언어는 거의 통용이 되지 않는다. 


우전 서책 안에 숙소를 잡고 산책을 시작하다가 저녁 시간이 되었다. 식사 시간에 딱 걸린 우리는 강가 식당에 자리를 잡으려 했으나 이미 만원이었다. 강가 식당은 물론 강이 보이지 않는 곳의 식당까지 모두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밥먹을 곳을 찾아 헤매다 거의 끝 쪽에 있는 아주 전통적인 중국 식당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안 그래도 언어가 통하지 않는 마을 안에서 이렇게 작은 식당에 말이 통할 리 만무하다. 게다가 이 식당은 단품 메뉴가 아닌, 기본 메뉴에 토핑 재료를 고르면 고른 대로 끓여서 만들어 주는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어떻게 주문해야 하는지, 무엇을 주문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 주문하는지 보려고 주문하는 현지인들을 뒤에서 관찰하고 있었다.

어느 젊은 여자 분이 주문을 하는데, 그 과정을 보니 어떻게 주문하는지 대략 알 것 같았다. 그 여자 분은 다른 여자 분과 어린 아이 두 명의 일행이 있었다. 그 분께 주문 방법 확인차 말을 걸었다.


나: (영어로) 영어할 줄 아세요?

그: 네... 조금

나: 어떻게 주문하는 건지 알려주실래요?

그: 아... 그러니까... (다른 일행에게 중국어로) 한국인인데 네가 좀 영어로 도와줘. (나에게 영어로) 쟤가 영어 더 잘해요.


그러자 다른 일행이 오고 이 분은 미안하다며 자리로 간다. 이제부터 '그'는 그 일행이다.


그: 무엇을 도와 드리까요?

나: 메뉴 주문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 기본을 고르고 무엇을 얹을지 고르면 돼요.

성질급한 내 일행: 그냥 저기 사진에 있는 것과 같은 거 시켜주세요.


(메뉴판 위에 사진이 있었는데 그 사진은 토핑을 거의 다 넣어서 화려하게 찍어놓은 하나의 예였다. 라면 봉지에 있는 '조리예'처럼. 그래서 처음에 사진을 가리키면서 저걸 달라했을 때 없다고 했던 것 같다.) 


그: 아... 저거를...


종업원에게 사진을 가리키며 설명한다. 종업원이 사진과 같은 건 없다하니 센스있는 이 분이 사진에 보이는 것들을 토핑으로 골라서 주문을 넣어 주신다. (알아들을 수 있는 약간의 중국어로 미루어 이런 대화를 한 듯...)


그 분의 도움으로 간신히 주문을 했고, 그 분은 자리로 돌아가서 식사를 시작했다.


여기는 선불이었나보다. 종업원이 계산서를 가지고 나와서 보여준다. 잠깐 계산서를 보여주더니 갑자기 무엇이 생각난 듯 뭐라뭐라 하면서 금액을 올린다. 우리가 뭐지? 하고 들여다 보고 있으니 식사를 하시던 그 분이 다시 벌떡 일어나 우리 쪽으로 오셔서 종업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종업원이 계산서를 보여주니까 뭔가 이상한지 계산을 다시 한 번 하면서 검증까지 해 주신다. 우리 쪽 음식값이 과하게 나온 것 같다. 한참 종업원과 대화를 하더니 우리에게 설명을 해 준다.


그: 432원 나왔어요. (인당 40-50원 정도이다)

나: 네. 감사합니다. (돈을 내고 나서 그에게)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식사를 방해해서 미안합니다.

그: 괜찮아요. (머뭇머뭇...) 그런데 음식값이 조금 많이 나왔어요. 여기가 비싼 집이 아닌데 토핑을 너무 많이 고르셨어요. 우리 가족 먹는 것 보이죠? 우리는 기본에 토핑 2-3개 넣어서 20원 전후예요. 그런데 당신들 음식에는 저 사진에 있는 것이 다 들어갔고 더 고르신 것도 있다고 하네요. (이 분께 도움을 받기 전에 불 위에 끓고 있는 음식을 가리키며 저거랑 같은 것 달라했었는데, 알고 보니 거기에 들어있던 토핑도 모두 주문이 되었단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되어서 그런 거예요. 당신들을 속이려 한 것이 아니에요. 오해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정말 고맙고 또 고마웠다. 그 분도 영어가 유창하지 않았다. 힘들어 하면서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도와주셨다. 식사하다 말고 다시 와서 도와주신 것도 고맙고,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바가지 쓰지 않을까 나서서 금액 확인까지 해주신 것도 고마웠다. 의사소통 문제로 발생한 해프닝에 설령 오해하지 않을까 굳이 설명을 덧붙여주신 것에 정말 고마웠다. 따뜻함이 흐르고 기분이 아주 좋아졌고, 중국의 이미지가 한결 좋아졌다. 이런 분들이 진정한 민간 외교관이 아닌가 싶다. 


무언가 드리고 싶었는데 가진 것이 없어서 가방 속의 말랑카우를 톨톨 털어서 그 집 아이들에게 주고 왔다.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 덕분에 좋은 추억 하나 더합니다...



Posted by Travel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