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22. 00:07

※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셔서 여행기의 번외편으로 제가 갔던 tour에 대해 소개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아서 그런지 핀란드 북부에 대한 여행정보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보통 여행 가이드북에는 핀란드의 중부 정도에 위치한 산타 마을 로바니에미(Rovaniemi)까지만 자세히 나와 있고, 그보다 북쪽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습니다. 저도 오로라를 목적으로 북부 여행이라는 큰 계획만 세웠을 뿐, 어떤 지역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낮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정보가 거의 없어서 구글에서 영어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운좋게도 이런 투어를 찾을 수 있었어요. (**투어 가격은 시기와 옵션에 따라 변동이 심한 부분이라 공개하지 않습니다.)

 

 

헬싱키에서 출발해서 다시 헬싱키로 돌아오는 6박 7일 간의 투어입니다. 

 

포함사항

1) 숙소총 6박 중 4박은 숙소, 2박은 이동하며 버스에서 보냅니다

Shared Accommodation 4 nights in a dormitory (23 pax). Rooms are for 3-4-6 pax.

 

2) 가이드

An experienced and professional Tour Leader

 

3) 교통 

A round trip by bus to Rovaniemi & Vasatokka from Helsinki
Bus trip to Saariselkä ski resort and Santa Claus village 
Visit and admission of Arktikum Museum 

 

4) 기타
A bus trip to the Arctic Ocean in Norway (including a lunch)

 

불포함사항

1) 기간 내 체험활동은 모두 옵션입니다. 추가비용이 발생합니다.

ARCTIC SKILLS - Guided Cross-Country Skiing, Ice Fishing, Building a quinzee (snow shelter) & making fire

NIGHT SNOWMOBILE SAFARI

SNOW-SHOE AURORA HUNTING + BBQ
Reindeer farm and Saami museum

HUSKY SAFARI

Ski at Saariselkä ski resort

 

2) 식사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침식사는 옵션으로 선택가능합니다. (추가비용 있음)

중간중간 이동 중에 마트에 들르는 시간이 있습니다. 식재료나 식사거리를 사가야 합니다. 숙소에 주방이 있어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어요. 

 

 

위의 내용에서 보시다시피 나이 제한이 있습니다. 저는 명기된 나이 범위를 살짝 벗어났어요. 포기해야 하다가 여행사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물론 영어로...)

 

Q. 이 투어에 관심이 있는데 나이 제한이 있네요. 나이를 제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체력 소모가 심한 투어인가요? 감당할 수 있는 사유라면 투어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A. 주로 20대부터 30대 초반 연령대의 사람들이 참석하는 투어입니다. 연령대가 비슷해야 함께 하는 그룹원들이 더욱 즐겁게 어울리기 때문에 권장 나이를 표시한 것입니다. 일단 신청하는 날짜의 가이드에게 문의를 하고 참여 가능한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며칠 후) 투어 가이드가 참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신청 가능합니다.

 

이후 바로 가이드에게 추가 메일이 왔습니다.

 

A. 신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이 조건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또래끼리 어울리기 편해서 그런 거예요. 즐거운 마음으로 어울릴 수 있다면 나이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저와 함께 했던 분 중 최고 연장자는 70대 초반이었어요. 나이 조건으로 인해 불쾌하지 않으셨길 바라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신청하고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헬싱키(Helsinki)에서 버스로 출발하는 일정이었는데, 저는 이미 이발로(Ivalo)까지 비행기를 끊어놓은 상태였고, 마침 이발로가 투어버스의 경로 상에 있는 곳이라서 출발 다음 날 이발로에서부터 합류했습니다. 첫날 밤에 헬싱키에서 출발해서 2일차에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에 들렀다가 저녁에 이발로를 지나가는 일정이라 저는 첫날을 포기한 것이었어요. 어차피 산타마을은 제 계획에 있던 곳이라서 투어가 끝나고 헬싱키로 돌아가는 길에 저는 로바니에미에서 내려달라해서 헤어졌어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제 숙소에 가까운 곳에 내려주시는 친절함까지...

비행기를 먼저 끊고 나서 알게 된 투어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정이 나왔지만, 저는 더 나았어요. 로바니에미부터 헬싱키까지는 버스로 이동만 할 뿐인데 9시간 정도 걸려요. 저에게는 9시간을 꼬박 버스에서 보내는 것보다는 편하게 이동하며 체력과 시간을 절약한 효과가 있었어요.

 

참가해 보니 이 프로그램은 젊은 친구들을 위한 유스 캠프(Youth Camp) 비슷한 개념이었어요. 문화 체험과 교류의 목적으로 정부인지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포함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투어 가격에 운영되고 있었고, 숙소도 청소년 수련원 비슷한 분위기였어요.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대학생, 특히 여러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이었습니다. 도미토리 룸메이트와도 친해졌고, 숙소 내 체육관 같은 공용 공간에는 탁구대, 푸스볼(foosball, 테이블 축구) 등 다양한 기구들이 있어서 저녁을 먹고 나면 어마어마한 우리들만의 올림픽(?)이 벌어졌어요. 모두가 친해지기 쉬운 시간입니다. 아니, 친해질 수 밖에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옵션으로 포함된 체험활동들도 개별적으로 알아보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비용이었어요. 저는 모든 체험활동을 참가했는데, 대학생들은 신중하게 2~3개의 체험을 골라서 참가하더라고요. (직접 돈 벌어 여행하는 직장인의 어드밴티지라고 해 두겠습니다...ㅎ) 체험활동들도 절대 허접하거나 형식적이지 않았고, 모두가 알찬 시간이었어요. 이런 활동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숙소에 머물거나 숙소 주변을 둘러보면서 휴식을 취합니다.

 

제가 신청한 여행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학교나 다른 여행사들)를 통해 신청할 수 있었나 봅니다. 참가한 사람들마다 신청한 경로가 다르더라고요. 학교로 홍보가 가는 것 같기도 해요.

 

 

숙소는 어떻게 골라야 할지, 어디에 어떤 액티비티가 있는지, 미리 예약해야 하는지, 도시 간 이동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등 여러가지 고민을 하던 중에 만난 보석같은 투어였습니다. 덕분에 좋은 친구들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북유럽 물가에 비해 비용도 많이 절감할 수 있었어요. 

 

라플란드 여행 정보를 찾아 여기까지 오신 분들 모두 즐거운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TravelGirl
2017. 2. 18. 00:42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 짐싸기.

눈이 많은 동네는 캐리어가 불편하다. 발목 이상 높이까지 쌓인 눈밭을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려면 바퀴가 구르는 데에도 불편하고 질척거리는 눈에 캐리어는 금방 엄망이 된다.
그런데 한 겨울의 북유럽 여행, 게다가 2주간이다보니 기본적으로 옷의 부피가 크다. 아무리 압축팩에 밀어 넣어도 일정 부피 이하로 줄어들지 않는다. 하드 캐리어를 사야하나 고민고민. 홈쇼핑도 들여다 보고, 이마트에 가서 만작만작 또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결국은 배낭+보스턴백으로 확정.

배낭: Vango Transalp 40 (40L)

보스턴백: Lesportsac Medium Weekender (약 20L)

* 20" 기내용 캐리어가 약 30L, 24" 화물용 캐리어 용량이 약 50L 정도이니 24" 캐리어 한 개를 가져간 셈.


 


신발: 발목 높이의 겨울 부츠 (안쪽은 기모 보온, 미끄럼 방지 바닥)

- 어그 부츠라고 하는 양털부츠는 눈에 약해서 제외

- 종아리 높이의 패딩 부츠 하나를 짐에 넣어갔다.


 

1. 여권 / 여권사본, 여권용 사진 2장

 

2. 모바일 항공권

 

3. 세면도구: 샴푸, 린스, 샤워젤, 치약, 칫솔, 샤워스펀지, 이태리타올

- 100ml 작은 용기(10ml/1회 가정) 제품과 1회용 팩 제품을 날짜만큼 준비

* 핀란드 사우나 경험을 위해 챙겨 간 이태리타올은 한 번도 안 썼다.

 

4. 수건 1장, 스포츠 타월 1장

- 스포츠 타월은 빨리 마르는 장점이 있어서 이동이 잦을 때 편리하다.

* 숙소에서 무료 제공하면 숙소의 것을 썼다. 안 주는 숙소에서만 꺼내썼다.

 

5. 화장품: 스킨, 로션, 썬크림, BB크림, 기초 색조화장품

- 여행용 작은 용기에 덜어서 준비

* 색조 화장품은 거의 쓰지 않았다. 추운 날씨라 칭칭 감고 있어서 목도리, 모자나 옷에 화장품이 묻는 것이 더 싫다.

 

6. 세제: 울샴푸 60ml

- 약국에서 아기 물약 담아주는 용기에 조금 담아감. (조카님 협찬) 

* 양말, 속옷 빨래와 진눈깨비 온 날 망친 레깅스 빨래에 유용했다. 


7. 양말: 3개, 속옷 5개

- 양말은 두껍고 긴 것

* 매일 샤워할 때 간단히 손빨래해서 널어놓으면 금방 마른다.

 

8. 면티셔츠 4벌, 히트텍 내의 2벌, 두꺼운 기모티 3벌, 레깅스 4개(기모1, 히트텍2, 일반2), 스커트 3벌(기모1, 니트2)

- 혹시 빨더라도 잘 마를 수 있는 면티 위주로 준비

- 두꺼운 바지는 부피가 커서 보온 레깅스와 겹쳐입는 스커트로 준비

- 의류 압축팩으로 압축. 특히나 두꺼운 기모티는 부피를 줄여야 했다.

* 주로 면티+기모티+레깅스+스커트로 입고 다녔다. 부피 대비 보온력 최고!

* 아주 추운날은 히트텍 내의를 추가로 입고, 레깅스를 2개 겹쳐 입었다.

  

9. 잠옷: 면티 1벌, 쫄바지 1벌


10. 보온용품: 목도리 2개, 털모자 1개, 니트 중절모 1개, 레그워머 1개, 핸드워머 1개, 손가락 장갑 1개

* 워낙 추워서 어차피 사진에는 겉모습만 보인다. 목도리나 모자를 달리하여 다른 패션 표현

* 추운 지역에서는 손가락 장갑보다 손모아 장갑이 보온에 낫다고 한다.

 

11. 외투: 발목까지 오는 벤치 코트 1벌

- 추위에 대비해서 발목까지 오는 것으로 준비

- 패션 아이템으로 외투를 한 번 더 가져가고 싶었는데 도저히 부피를 감당할 수 없어서 입고 간 1벌로 끝

* 방수가 되는 아웃도어 외투 1벌로 여행 기간 내내 입고 스노우보드도 따로 보드복을 대여하지 않고 탔다.


12. 배터리와 충전기: 핸드폰, 카메라 충전용

- 핸드폰 충전기 + 보조배터리 3개

- 카메라 충전기 + 여분배터리 1개

* 추운 온도에서 배터리는 광속으로 소모되기 때문에 여분이 꼭 필요하다.

* 진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저온에서 동작 이상으로 배터리 스스로가 모두 방전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배터리 아웃이 되면 여분으로 갈아끼우고, 다 쓴 배터리는 주머니에 넣고 따뜻하게 하면 잠시 후 회복이 된다. 그렇게 계속 바꿔주어야 한다.

 

13. 쪼리

* 숙소 내에서 아주 유용. 슬리퍼는 어딜 가나 꼭 챙겨야 하는 아이템.

 

14. 패딩 부츠

* 눈이 많이 쌓인 북부에서 도시 산책에도 꼭 필요했다.


15. 우산, 우비


16. 선글라스

* 여러 날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딱 며칠 동안 필요했다.

* 겨울이라 눈오는 날이 많았지만 맑은 날 햇볕 아래에서는 정말 필요했다.

 

17. 멀티탭

- 3구 멀티탭. 전선 달린 것 말고 3방향으로 3구 확장

* 강력 추천 아이템! 카메라, 핸드폰 등 동시 충전 시 매우 유용

 

18. 카메라: SONY RX100M4 하이엔드 디카 

* 오로라 촬영을 위해 DSLR을 가져갈까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부피, 무게, 저온 동작 특성을 감안하여 포기 

 

19. 삼각대: Zipshot Mini

- 오로라 촬영을 위한 필수 아이템. 무겁지 않은 삼각대를 폭풍 검색해서 Zipshot으로 결정

* 촬영을 위해 완벽했다. 가볍고 빨리 펼쳐지고. 단, 견고성은 없으니 흔들림 방지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함.


20. 비상약: 후시딘, 밴드, 소화제, 감기약, 진통제

- 쓰던지 안 쓰던지, 오히려 쓸 일 없기를 바라면서 꼭 챙겨가야 할 아이템


18. 보온병(카누 텀블러)

- 일반병(마이보틀)과 보온병(카누)을 고민하다가 겨울나라라서 보온병을 선택

* 별로 필요없었다. 딱히 따뜻한 물을 가지고 다니면서 먹을 필요가 없었다. 가벼운 일반 물병 추천

 

18. 맥가이버 칼

- 꼭 필요하진 않지만 가끔 한 번씩 엄청나게 유용함

* 그다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습관적으로 갖고 다니는데 꼭 한 두 번씩은 꼭 필요한 순간이 있다.  

 

19. 랜턴

- 숙소에서 밤늦게 움직일 때 사용 목적. 목걸이 타입

* 오로라 맞이하러 밤에 숲에 나갈 때에 아주 유용했음. 

 

20. 여행용품: 목베개, 수면안대, 티슈, 물티슈, 자물쇠, 기내용 슬리퍼

- 장거리 여행을 위한 기본 편의용품

- 기내용 슬리퍼는 의외로 유용하고 편리하다. 인터넷이나 다이x에서 구매 가능.

* 이번 여행은 도미토리에 묵지 않아서 자물쇠 쓸 일이 없었다.

* 목베개는 수면배게로도 사용

 

21. 다운 블랭킷

- 담요 겸 망토 겸

- 나의 여행준비물에 항상 있는 것이다. 추울 때는 담요로 덮고, 쌀쌀한 날씨엔 덮어쓰고 나갈 수 있어 유용하다.

* 베드 린넨을 무료 제공하지 않는 숙소에서 돈주고 대여하지 않고 이것으로 대신했다.

 

22. 야구모자

- 야간 이동으로 씻지 못한 날, 머리에 신경쓰지 못한 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눌린 머리를 위한 필수 아이템


23. 수영복

- 핀란드 사우나에는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는 정보에 의한 준비물

* 결론적으로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사우나를 못 가서. 


24. 다이어리, 필통

- 여행 중 뜬금없는 생각에 대한 기록. 디지털도 좋지만 가끔 카페에서 나만의 기록을 남기는 여유.


25. 신라면 컵라면 3개, 튀김우동 컵라면 2개

- 북유럽의 살인적 물가에 대비한 비상식량 (평소에 거의 음식을 챙겨가지 않음. 현지 음식파)

- 추운 날씨에 눈 속에서 먹는 따뜻한 라면 국물이 예술이라는 의견도 챙겨가는 데 크게 한 몫을 보탬

- 맵지 않은 튀김우동 컵라면은 혹시 같이 식사를 하게 될 외국인 친구들을 위해 준비함. 한국인은 신라면.

* 추운날의 라면 국물은 어떤 음식도 따라오지 못했다.

* 나에게는 Vasatoka tour에서 아주 중요한 식량이 되어 주었다.

 

26. 군것질꺼리: 마켓 오 에너지바, 말랑카우 우유맛/초코맛, 카누커피 몇 스틱

- 이것 역시 살인적 물가에 대비한 비상식량

* 견과류와 초코를 뭉친 에너지바는 외국인들에게 인기 폭발! 왠지 뿌듯~

* 말랑카우는 추워도 얼지 않고, 더워도 녹지 않아서 선호하는 아이템


27. 모바일 가이드북(?)

- 북부 핀란드(로바니에미 북쪽)를 소개한 가이드북이 없었다. 결국 북유럽 책 하나 구입.

- 핀란드는 몇 페이지 되지 않아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어서 핀란드 내용을 모두 핸드폰으로 찍어서 나만의 모바일 버전으로 만들었다.


 

짐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위협적인 겨울 옷의 부피로 인해 이 모든 것을 40리터 가방에 다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은 보스턴백 하나 추가. 추가된 백 덕분에 오히려 가방에 여유가 생겨서 쇼핑한 물건들도 쉽게 가져올 수 있었다. 

매일매일 패션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약 50리터가 딱 적당한 것 같다는 결론. 



Posted by TravelGirl
2017. 1. 18. 01:43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는 꿈.


신의 영혼이라는 오.로.라.


오로라를 보고 싶었다.

사진으로 보는 환상적인 풍경과 TV에서 본 하늘을 일렁이는 커튼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언젠가부터 나의 꿈이 되었다.


꼭 보러가야지 하면서도 한겨울에 북쪽으로 올라가서 그 매서운 추위를 견뎌 내야 한다는 생각에 선뜻 결심이 서지 않았다. 오로라를 만나면 왠지 무서울 것 같았다. 누군가 오로라에서 노랫소리 같은 바람소리가 난다고도 했다. 보고싶다는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생겼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랜 시간의 망설임 끝에 드디어 오로라를 찾아가기로 했다.


오로라 하면 떠오르는 곳은 아이슬란드와 캐나다 옐로나이프(Yellowknife). 


옐로나이프는 오로라 관광이 대중적인 도시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곳으로 찾아간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도 높아서 길어도 3일 머물면 최소 한 번은 볼 수 있다고 한다. 오로라 빌리지에 가면 티피 텐트에서 추위를 피하면서 하늘을 보며 오로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그것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차피 하늘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굳이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서 단체로 일부러 기다린다는 컨셉이 왠지 모르게 안 내켰다.


그래서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었다. 그냥 숙소에서, 일상에서, 문득 하늘을 보았을 때 선물처럼 나타나는 오로라를 기대했다.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이 만들어 준 이미지가 한 몫 한 것 같다.) 아이슬란드에 가자.


항공권을 검색했다. 연말 초성수기에 임박해서 알아보는 항공권은 예상대로(!) 엄청나게 비쌌다. (2주 자리를 비울 수 있을까, 직장인이 2주간의 휴가를 과연 승인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확실함에 미리 끊어놓을 수도 없었다) 섬나라인 아이슬란드는 유럽 어느 곳에서 어쨌든 한 번은 환승을 해야 해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비싸다. 이것저것 매일매일 들여다보고 조회하는데 헬싱키에서 환승하는 핀에어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며칠 동안 핀에어의 가격 추이를 살펴보던 중 문득... 


"나의 목적은 오로라인데 꼭 환승해서 아이슬란드에 가야만 할까? 핀란드에서는 안 보일까?"


핀란드를 폭풍검색. 핀란드에서도 보인단다. YES!!! 헬싱키 도착으로 비행기를 알아보니 훨씬 저렴하다.

그런데, 헬싱키나 남부 핀란드에서는 볼 수 없단다.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기차, 버스 등의 교통편이 있단다. 다시 폭풍 검색. 사리셀카에서 오로라를 관측하기 좋단다. 사리셀카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은 이발로(Ivalo)라는 곳이란다. 


결정! 이발로 IN, 헬싱키 OUT.


목적지를 정했으니 매일매일 변하는 비행기표 가격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저렴해 지기를 기다린다. 들여다 본 지 4-5일 쯤 되었을 때 갑자기 가격이 뚝 떨어지더니 헬싱키 IN/OUT과 유사한 가격이 되었다! 이보다 더 낮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오늘 꼭 예약을 해야한다. 갑자기 없던 용기가 생긴다. 살짝 눈치를 보면서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던 휴가를 과감하게 신청한다. 팀장님이 결제시한 내에 승인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다행히 쏘쿨한 팀장님은 바로 승인해 주셨다. 결제. 비행기표는 역시 손가락 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


다음은 숙박. 여기에서 막혔다.

기본적으로 핀란드는 물가가 비싸다. 내가 가려는 북부는 더더욱 비싸고, 호스텔도 몇 개 없다. 오로라를 볼 때까지 북쪽에서 내려오지 않고 머무를 계획이었는데 배낭여행객이 그런 숙박비를 감당하려니 엄청나게 버겁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고자 온갖 호텔, 호스텔 예약 사이트는 물론, 구글에서 이름만 언급되고 예약 사이트에 올라오지 않는 곳까지 모두 뒤적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된 라플란드(Lapland) 7일 투어. 숙박과 교통을 포함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비록 옵션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긴 하나 온갖 체험과 활동도 포함되어 있다. 이거다!!! 숙박이 저렴하게 해결되고, 모든 체험들을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찾아보며 예약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5일 동안을 따로 계획을 짜지 않고 온전히 맡길 수 있다. (늘 계획없이 다니긴 하지만... :D)


이렇게 본의 아닌 득템으로 첫 주의 숙박과 일정 해결. 

나머지는 첫 주 상황에 따라 가서 정하자. 투어 일주일 동안 오로라를 만나지 못하면 계속 북쪽에 머물며 기다리고,

오로라를 만나면 남부 여행하는 걸로. 그러니 나머지는 가서 해결하자.


준비 끝. 이번엔 겨울왕국+신의 영혼 = 기대 잔뜩~!!


겨울여행이라 배낭 하나에 밀어넣기 실패...가방 하나 더 



  • 여행기간: 2016.12.18.SUN - 2017.1.1.SUN (14박15일)
  • 여행코스: 이발로 - 바사토카 - 사리셀카 - 로바니에미 - 헬싱키 - (탈린) - (포르보) - 헬싱키
  • 비행기: 핀에어 (인천-이발로, 헬싱키-인천)
  • 숙박
    • 이발로: 호텔 쿨라타히푸 (1박)
    • 바사토카: 바사토카 유스센터 (4박) - Lapland tour
    • 로바니에미: 산타스포츠 리조트 (2박)
    • 로바니에미 - 헬싱키 야간열차 (1박)
    • 헬싱키: Aisha's home by Airbnb (4박)
    • 헬싱키: 호텔 큐물러스 카이사니에미 (1박)
    • 헬싱키 - 인천 기내 (1박)


Posted by TravelGirl
2016. 3. 20. 01:30

※ 2015년 12월 28일 - 2016년 1월 1일


겨울, 특히 신정을 쇠는 일본의 연휴인 연말연시는 비수기라서인지 숙소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게스트하우스는 훌륭했다.

이번 여행에도 Booking.com과 Agoda.com 사이트를 주로 이용했다.


같은 숙소라도 각 예약사이트 별로 가격이나 조건이 다른 경우가 많으니 마음에 드는 숙소가 있으면 각 사이트를 둘러보며 비교하면 보다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다. 통합비교 사이트에서 먼저 보는 것도 방법. 각 사이트의 이용률에 따라 생기는 등급 레벨에 따르는 혜택이 있으므로 각 사이트를 방문해서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직접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예약을 받는 숙소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하면 예약사이트에 내는 수수료만큼 할인을 더 해주기도 한다.


홋카이도 겨울여행의 숙소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


函館 하코다테


호텔 프로코트 하코다테

Hotel Promote Hakodate

16-18 Matsukaze-cho


2012년에 개조해서 신축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느낌의 깨끗하고 아담한 비즈니스 호텔. 하코다테 역에서 트램 한 정거장 거리에 있고, 걸어가기도 그다지 멀지 않다. 호텔 바로 앞에 트램 정거장이 있고, 바로 옆에 맥도날드, 맞은편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있어서 편리하다. 객실은 딱 일본 비즈니스 호텔 크기로 그다지 넓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편의 시설이 모두 갖추어 있어서 불편함이 없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프런트 앞에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용품들이 있어서 마음껏 가져다 쓸 수 있는데, 그 항목이 아주 다양하다. 커피, 여러가지 종류의 티백은 물론, 치약/칫솔, 비누 등 세면도구와 머리 묶는 고무줄, 집게핀, 심지어 눈에 젖은 신발을 고려하여 방습소취제까지 마련되어 있다.



 


별점: ★★★★


장점

1) 좋은 위치. 하코다테 역, 트램 정류장과 아주 가까움.

2) 바로 앞 24시간 편의점

3) 친절한 직원분들

4) 깨끗한 시설과 고객감동 수준의 편의용품들


단점

1) 난방기기의 소리가 무지하게 커서 잠잘 때 신경쓰인다.

2) 지배인님(?)과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설명해 주시고 한없이 친절하셔서 이해하고 싶어진다)



小樽 오타루


타비노 산포야도 오타루 에키마에 게스트하우스 이토

Tabino Sanpoyado Otaru Ekimae Guest House Ito

小樽駅前ゲストハウス-糸

Inaho 2-3-13, Otaru


아주 소박하고 따뜻하고 아늑한 이상적인 게스트하우스. JR 오타루 역에서도 가깝고, 오타루 운하나 사카이마치도리 등 오타루의 관광지와 도보로 5-10분 거리에 있어서 이동과 여행에 모두 편리하다. 무엇보다 친절하고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는 주인 언니 덕분에 공용 공간 응접실에서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 있다.


 



별점: ★★★★


장점

1) 좋은 위치. JR 오타루 역과 관광지 모두 도보 가능한 거리

2) 친절한 주인과 스탭분들

3) 언제라도, 누구와 함께라도 가족같은 분위기의 공용 공간


단점

1) 골목 안에 뚜렷한 간판도 없는 작은 곳이라 처음 찾기가 다소 까다롭다.



札幌 삿포로

홋카이도 썬 게스트하우스
Hokkaido Sun Guest House
2-21 West 7 North 23 Kita-ku 
Sapporo, Hokkaido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현대적인 다세대주택 스타일의 큰 집이다. 1층은 바 분위기의 큰 주방과 공용공간이 있고, 2층에 객실이 있다. 도미토리 객실 내 각 침대는 모두 나무벽으로 막혀있고 입구도 암막커튼이 쳐 있어서 다인실이지만 개인공간이 보장되는 특색이 있다. 다운타운에서 약간 벗어나 있지만 JR역에 가까워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중년의 일본인 주인 아주머니는 영어가 통하지 않지만 아주 친절하시다. 외국인 매니저가 일주일에 하루이틀 도와준다고 하고,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파티 이벤트가 종종 열린다. 





별점: ★★★☆


장점

1)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 깨끗하고 좋은 시설

2) JR역과 가까운 거리

3) 다인실에도 개인 침대별 독립 보장

4) 즐거운 파티 이벤트 (매일은 아님)


단점

1) 골목 안 주택가에 위치하여 찾기가 다소 까다롭다.

2) 주인 분이 영어가 되지 않아 외국인은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Posted by TravelGirl
2016. 3. 5. 21:06

※2016년 1월 1일. 여행 다섯째날. 마지막날


아침에 내려와 보니 어제의 복잡한 파티는 흔적도 없고 조용히 아침식사만 마련되어 있다. 간단한 아침식사는 무료.



11시 40분 열차로 삿포로 역에서 공항으로 가야 하기에 시간이 많지 않다. 여행의 마지막날이라서 사치 한 번 크게 부려서 공항까지 가는 지정석 티켓을 샀다. 며칠동안 잘 놀았으니 편안한 귀국길을 위해 이 정도 사치는 해주는 걸로.


시간이 많지 않아서 삿포로 역 주변에서만 놀다가기로 한다. JR타워 한 번 구경하고, 어제 마스터가 알려준 대로 옆에 BIC 카메라에 가서 켄다마를 사는 것이 마지막 계획이다. 사고싶었던 것은 대부분 어제 돈키호테에서 샀으니 여기에서는 켄다마만 봐야겠다.


BIC 카메라에는 역시나 관광객들이 물건들을 어마무시하게 쓸어담고 있었다. 장난감 코너에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못 찾겠다. 결국 직원한테 물어보고 찾는다. 켄다마도 종류가 꽤 많고 가격 폭도 다양하다. 비슷해 보이는데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정말 아이들 장난감처럼 보이는 것은 아주 싸고, 마스터용으로 라벨이 붙은 것은 꽤나 비싼데, 모를 때는 중간을 고르는 것이 최선. 연습하다가 재미있으면, 실력이 좋아지면 그때 마스터용을 다시 사면 되니까. 아동용이 아닌 적당한 장난감 수준으로 하나 득템.


이건 무슨 컨셉의 기념품이지? 홋카이도에서 나는 모든 것을 곰과 접합시킨 독특한 기념품. 그런데 안 예뻐...



공항으로 가는 열차는 사람이 많다. 이제 정말 여행이 끝나가는구나. 여행의 끝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밀려온다.



저 티켓꽂이도 이제 마지막이네. 지정석 예약하기를 잘 한 것 같다. 여행은 뒤로 갈수록 편안하게~



신치토세 공항역이 있는 국내선 터미널에서 국제선 터미널로 넘어가는 길. 트릭아트가 벽에 쭉 그려져 있다. 올 때는 왜 몰랐을까? 그 때는 길 찾느라 어리버리 한 곳만 보고 직진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나보다. 공항의 소소한 재미. 





면세점에서는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 개봉에 맞추어 여러가지 스타워즈 관련 아이템들을 팔고 있는데, 이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집에 한 세트 들여놓고 싶다. 진심으로.



연휴가 끝나서 공항에는 돌아가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바글바글. 체크인에도 시간이 엄청나게 걸렸다. 티웨이 항공은 수하물 제한이 있는데, 뭘 그리들 많이 사셨는지 한 팀 수하물 체크인에 시간이 어마어마 걸린다. 삿포로에서만 판다는 삿포로 클래식 맥주를 기념품으로 사오고 싶었는데 가방을 부치면 찾을 때 시간이 엄청 걸릴 것 같아서 내 가방은 들고 타기로 한다.


드디어 비행기가 뜨고... Bye 삿포로... Hi 인천.... 나 돌아왔다...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 이륙                                    하늘에서 보는 인천공항


4박 5일의 짧은 홋카이도 겨울여행이 끝나고, 2016년 새해가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의 기억과 인연으로 또 다음 여행까지 열심히 살아야지. 새해니까.


홋카이도 겨울여행 끝.





Posted by TravelGirl
2016. 3. 5. 20:16

※ 2015년 12월 31일 여행 넷째날


오도리공원에서 스스키노로 내려가는 길에 살짝 비껴서 옆에 있는 삿포로 시계탑을 보고 가게 된다. 생각보다 많이 가깝다. 그냥 지나가다 보여서 놓칠 수가 없다. 밤인데도 관광객들이 제법 많다. 연말 연휴를 기념(?)하여 내부 입장료가 무료란다.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내부를 구경하지는 않을 것 같으나 무료라니까 한 번 들어가 본다. 




내부에는 시계탑의 역사와 여러가지 과거 이야기들의 모형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설명의 언어가 일본어 밖에 없다는 것이 함정. 무엇이 전시되어 있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시계탑의 모양이 이렇다는 것만 알게 되었다.



스스키노로 걸어가는 길은 연말연시의 기분이 충만하다. 모든 나무와 건물이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다.

어느 빌딩은 전체가 온도계이다. 지금은 0도랍니다..




이렇게 화려한 날, 이렇게 화려한 거리의 쇼핑몰이 이 시간에 이미 어느 정도는 문을 닫았다. 그것도 신기하다.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사람이 벅적벅적하는 어느 상점을 만났다. 들어가보니 일부러도 찾아간다는 할인 쇼핑몰 돈키호테. 올~ 쇼핑은 내일 오전에 돌아가기 전에 하려고 했었는데 만난 김에 여기서 하자. 살 것도 그다지 없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싼 휴족시간이랑 꼬맹이 조카 줄 멀미약, 동전파스만 사려고 한다. 매장 안에는 역시나 중국인 한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5200엔인가 그 이상을 사면 면세가 된다고 한다. 거의 쓸어담다시피하는 관광객들은 5000엔은 금방 사니까 면세 계산 줄은 매장을 한 바퀴 돌 정도로 길다. 나야 그만큼 살 것도 아니니 면세가 의미없어서 그냥 일반으로 얼른 계산하고 나온다. 싸게 사서 뿌듯한 기분으로 한결 기분이 가볍다.


노르베사 대관람차. 삿포로 야경 감상을 위해 노르베사 빌딩 7층 옥상 꼭대기에 만들어 놓은 대관람차이다. 어떻게 빌딩 위에 대관람차를 올릴 생각을 했을까? 아이디어에 100점.



와우! 가장 화려한 간판의 맥도날드. 저리 번쩍번쩍한 패스트푸드점이라니.



역시 스스키노다. 스스키노 앞에 오자마자 얼마나 화려한 거리인지 한 눈에 보인다. 모든 간판이 번쩍번쩍, 깜빡깜빡. 정신줄 놓기 쉽다. 술집이 많은 거리이고 날이 날이니 만큼 이른 저녁인데 벌써부터 술도 넘치고, 흥도 넘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넘쳐난다. 특히 외국인 젊은(어린?) 관광객들이 이미 술에 절여졌다. 어느 유쾌한 바에 들어가서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함께 할까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4-5 시간 남았는데 벌써부터 새벽 4시쯤의 상태를 보여주는 저들 사이에 끼어있고 싶지는 않다. 밤에 카운트다운 이후 숙소로 돌아갈 일도 문제이고 해서 파티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기로 한다. 그런데... 파티가 있으려나? 있겠지?



건너편에 보이는 큰 게 레스토랑. 간판도 게. 옥상에도 게. 너무 크고 화려해서 차마 혼자들어가서 먹기가 난감한 식당이다. 혼자 여행은 먹는 것이 참... 이런데서도 자연스럽게 혼자 먹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나는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도 작은 식당은 이젠 갈 수 있는데 큰데는 아직도... 언젠가 하코다테, 오타루, 삿포로에 단체로 와서 꼭 대게, 털게 다 먹고 만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면서 음식을 사들고 가서 새해를 맞이하자 하는 생각에 걷다가 스스키노 역 앞의 라멘거리에 들어섰다. 아직 먹어야 할 라멘이 하나 더 남아서 주저없이 들어왔다. 소유라멘. 이번 여행에서 먹어보려했던 세가지 라멘 중 마지막 라멘. 사람많은 라멘집을 하나 골라서 들어가 소유라멘을 시켰다. 올~ 좋은데? 꼭 먹고싶었던 시오/미소/소유 3개 라멘 중 가장 맛있다. 대만족!



뒷쪽 테이블에 엄마, 아빠, 아들의 3인 가족이 라멘을 먹고 있다. 차를 렌트한 것 같고, 내일은 노보리베쓰로 가는 것 같다. 정액 데이터 로밍에 가입하지 않고 데이터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아빠: 오늘 벌써 데이터가 7만 몇 천원이네. 우와 너무 비싸다. 자기는 얼마나 썼어?

엄마: 나는 3만원 조금 더 되는데... (우와 하루만에 한가족 10만원이네)

아빠: 내일 노보리베쓰까지 네비켜고 가야하는데 얼마나 나오려나? 정말 비싸다.


라멘을 먹으면서 정액 로밍 데이터 요금제 가입하라고 끼어들까말까 하고 있는데 엿들은 것 같아 끼어들기도 애매하다. 끼어들어말어들어말어 하는 중에 먼저 드시고 나가신다. 흠.... 내일도 여전히 비싸겠군요. 누군가 만나서 정액요금 얘기를 꼭 들으시기를


 

일본은 무료 와이파이가 잘 되어 있어서 굳이 데이터 로밍을 할 필요가 없다. 무료인 대신 엄청 느린 것은 참아야 한다. 그래도 더 편리하게 쓰고 싶다면 데이터 로밍 정액 요금에 가입하고 가야 한다. 정액 요금이 가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데이터를 쓰면 로밍 통신비 폭탄이 어마어마하다. 장기 여행이라면 현지에서 데이터 유심을 사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 가장 저렴하다. 하루 만 원 데이터 요금도 일주일이면 7만원이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조촐한 새해 카운트다운 파티를 기대하면서 맥주와 간단히 먹을 주전부리를 사들고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간다. 여행의 막바지이기도 하고 한 해의 마지막이기도 하니까 어떻게든 파티는 해야 하겠다라는 괜한 의무감이 스물스물. 한 해를 다른 날과 똑같이 보내면 왠지 서운할 것 같아서. 아까 낮의 분위기로 봐서는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거나한 파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보통 파티 문화에 익숙한 서양 게스트들이 있어야 시끌벅적 파티가 만들어지는데 여기는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게스트들 사랑방에 모여서 함께 카운트다운은 하겠지. 그거면 됐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게스트하우스 문을 여는 순간, 우와~ 난 집을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 사람이 바글바글 모두가 즐거운 중. 이건 뭐지? 이 아이들은 어디서 다 나온거지? 여기가 그렇게 유명한 곳이었나?


게스트하우스 새해 카운트다운 파티


파티에는 술이 빠지지 않는다. 4리터 위스키의 위엄. 일본산 위스키라고 한다. 아까 스스키노에서 본 큰 간판 속의 아저씨가 여기 계시다. 술잔이 한 잔 두 잔 돌면서 다같이 친구가 된다. 오늘 이 위스키는 무료란다.



한쪽에서는 7살 5살 아이가 열심히 종이접기(오리가미)를 하고 있다. 오늘 파티에 참석한 일본인 부부의 아이들이란다. 이것 저것 곧잘 만든다. 그 모습을 보던 스웨덴 남자아이가 자기도 종이접기 잘 한다면서 뽀뽀하는 종이학 커플(?)을 만들어 주었다. 땡큐.



테이블 위애 탁구공 같은 것이 놓여있어서 관심을 가지니 어떤 아저씨가 와서 가르쳐 준다. 일본의 전통 장난감인 켄다마(けんだま)란다. 공을 튀겨 가면서 옆면이나 손잡이 쪽 뒷면에 올렸다 내렸다 하는 장난감이다. 요요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어려운데 재미있다. 한 번은 성공하고 싶어서 계속 연습하는데 이 아저씨가 굉장히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신다. 직접 보여주시는데 거의 신의 경지이다. 몇 번 만에 옆에 올렸다 내렸다 두 번 성공!!! 빨리 배웠다고 아저씨가 더 좋아하신다. 한참을 그러다가 이제 가야할 시간이라고 하면서 동영상 보고 연습하라고 자기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여 주시는데... 이분 켄다마 마스터이다! 프리스타일 켄다마라고 자기 사이트도 운영하면서 여기저기에서 공연한 것, 묘기 켄다마를 올리는 유명인사님이시다. 이런 영광이!! 


너무 재미있어서 어디에서 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내일 돌아가는 길에 하나 사 가야겠다. 

갑자기 들고 온 캐리어를 여시는데, 캐리어 가득 켄다마와 관리 용품들이다. 진짜 전문가이시구나. 가방 속에서 작고 귀여운 켄다마 두 개를 선뜻 주시며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고 열심히 연습하라고 하신다. 감사합니다. 정말 소중하게 보관하고 연습하겠습니다.



마스터에게 하사받은 켄다마


새해가 시작되었다. TV를 켜놓고 웃고 떠들고 놀다가 정각이 되니 서로에게 인사를 나눈다. Happy New Year~!!

파티는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알고보니 파티에 모인 사람들이 여기 게스트가 아니란다. 파티에서 진짜 게스트는 나 하나였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홍보도 할 겸, 인터내셔널 교류의 장을 만들 겸 해서 한달에 한 두 번, 또는 큰 이벤트가 있는 날에 이렇게 사람들을 초청해서 파티를 연단다. 게스트하우스 주인 아주머니가 영어를 못하시기 때문에 원어민 영어강사 2명이 지배인 겸, 관리인 겸, 홍보대사 겸해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일을 봐주고, 이런 파티를 기획하고 홍보하고 사람들을 초청한단다. 게스트하우스는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란다. 어쩐지 낮에는 없던 외쿡인 게스트들이 어디에서 우루루 몰려왔나 싶었고, 모인 외쿡인들이 일본어를 너무 잘한다 싶었다. 이러다 보니 파티가 끝난 1시에는 다들 돌아간다. 유일한 진짜 게스트로 2층의 방에 올라오니 방에 불이 꺼져있고, 대부분 일본인인 진짜 게스트들은 다 자고 있다. 동양인들에게 이런 파티 문화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가보다. 


이렇게 나의 여행도 어느덧 마지막 밤이 되었고, 2016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Posted by TravelGirl
2016. 3. 1. 13:14

※ 2015년 12월 31일. 여행 넷째날


다시 돌아가는 길. 걸어온 사카이마치토리를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아까 왔던 길의 반대편으로 걸으면서 아까 놓친 풍경이 없는지 자세히 둘러본다. 재미있는 풍경들이 많다.







포토존이나... 여기서 셀카봉은 너무 웃길 것 같아서 패쓰~.



다시 돌아온 오타루 운하의 낮. 관광안내소 앞에는 인력거꾼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호객을 하고 있다. 추운데 고생이십니다...



그림이다... 이래서 오타루 오타루 하는구나... 낮에 보는 운하는 밤과 사뭇 다르다. 파란 하늘에 살짝 드리운 구름이 운하와 어울려 달력 그림을 만들어낸다. 





잠깐 운하를 둘러보고 숙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돌아온다. 어제 지난 숙소 앞 오래된 기찻길과 간이역.





골목 안 오래된 식당에 맺힌 고드름. 이런 풍경이 너무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시골에서조차 보기 쉽지 않은 풍경인데.



이제 정말 짐을 찾으러 돌아왔다. 어젯밤에는 보지 못했는데 계단 오르는 길에 이렇게 써놓았었구나.



가방을 찾으러 들어서니 게스트하우스 사랑방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대낮부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눈이 많이 와서인지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것 같다. 주인 언니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의 인사를 하고 배낭을 챙겨 나온다. 왠지 아쉽.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다. 오랜만에 딱 꿈꾸던 이상적인 게스트하우스를 만난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 옆건물에 제설용인지 불도저가 서 있는데 무지 귀엽다. 레고 같아...



오타루를 떠나기 전에 아점으로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찍어준 또 하나의 식당, 라멘집에 들르기로 한다. 지도에 표시해 준 곳을 찾아 이렇게 예쁜 골목길을 지나...



여기다!!! 토카이야(渡海家). 작은 로컬 라멘집인데 꽤나 유명한 집인 것 같다. 좌석도 몇 개 없다. 점심시간이 살짝 지났음에도 자리가 꽉 차 있어서 기다려야 했다.




지역 식당이라 역시나 말은 전혀 안 통하지만 눈빛 교환으로 모든 의사소통은 성공적. 한참을 기다리고 자리가 나서 주방장 앞에 앉았다. 자리앞에 놓인 일본어 메뉴판을 보니 까막눈이라 알 수가 없다. 아까 기다리면서 맨 끝에 앉아계시던 아저씨가 미소라멘을 주문하시는 것을 들었길래 나도 미소라멘으로 주문. 주문하고나서 보니 영어 메뉴판도 있긴 있네. 이미 주문 들어갔으니 끝.


 


뜨끈한 미소라멘이 나왔다. 여기 라멘이 대부분 그렇듯이 살짝 짭짤한데 그것 빼고는 정말 맛있다. 내가 라멘 취향이라서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 어떤 사람들은 고기 우린 일본 라멘이 기름져서 싫다는데 나에게는 이리도 맛난 걸까.



한 그릇 순식간에 뚝딱 비우고 역으로 간다. 아... 이제 정말 가는구나. 오타루에 너무 짧게 머물렀던 것 같아. 오타루역.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삿포로로 가는 기차가 안전상의 이유로 운행정지 상태였다. 꽤 오래 밀린 듯 역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1시 반이 조금 넘었는데 2시부터 운항 재개로 예상한단다. 일단 표를 끊고 기다리자 하고 티켓자판기에서 표를 끊었는데 갑자기 게이트가 열린다. 운항이 재게되었단다. 올~!!!!!! 역시 또 한 번의 운빨!



게이트 앞에 서 있을 때 마침 재개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선착순에 우선 순위를 갖게 되었다. 지하철처럼 생긴 자유석 좌석에 앉아서 편안하게 바깥 풍경을 보면서 지나간다. 이 열차는 해안선을 끼고 달려서 바깥으로 멋진 바다풍경을 볼 수 있다.


 오타루에서 삿포로로 갈 때는 왼쪽, 삿포로에서 오타루로 갈 때는 오른쪽 방향으로 바다풍경이 보인다. 




드디어 삿포로(札幌)에 입성. 마지막 여행장소에서 여행의 마지막 날이자 2015년의 마지막 날을 보내러 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숙소찾기. 일단 위치를 파악해야 하기에 또 WiFi를 찾는다. 삿포로역에는 관광안내소, JR안내센터 등 무료 WiFi가 꽤 많다. (물론 사람이 많은 만큼 엄청 느리지만) 관광안내소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면서 WiFi 신호가 조금이라도 강한 곳을 찾아 따라다니고 있으니 안내소 언니가 자꾸 뭐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와이파이가 필요하다고요... 우선 구글맵을 다운 완료.


자~ 이제 지하철 타고 출발. 예약해 놓은 홋카이도 선 게스트하우스(北海道 Sun Guesthouse)는 지하철 남북선을 타고 세 정거장 거리에 있는 기타니주요조(北24条)역에 있다.


알려진 대로 일본의 교통은 정말 비싸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나와 돌아다닐 것이니까 지하철 1일권을 끊었다. 세 번만 타면 본전은 뽑는 것이니 이게 훨씬 이득이다. 그만큼 돌아다닐 것인데 3번 안 타겠어? (그리고 3번 못탄들 어쩌겠어ㅎㅎ) 


1일권. 지하철 ONLY


기타니주요조(北24条)역에서 내려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역에서 거리는 멀지 않았으나 완전히 주택가라서 게스트하우스가 있을 만한 동네가 아닌 것 같다. 구글맵이 이 근처라고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간판도 없고 어느 집인지 모르겠다. 어리버리 헤매고 있는데 앞에 있는 집에서 실내복 차림의 아저씨가 나온다. (아마도 담배피우러 나온듯) 그 아저씨께 물어보니 '아! 게스트하우스?'하고 방향을 가리키시는데... 그 방향으로 길이 없다. 저 집인데.... 하시면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보시더니 저리로 가서 이렇게 돌아가란다. 손짓과 레프트, 라이트 두 단어로 길을 완벽하게 가르쳐 주신다. 눈앞에 보이는 집의 입구를 찾아 큰 골목으로 나가서 다시 돌아오니 아주 조그만 간판이 있다. 여기를 어떻게 찾으라고 ㅡㅡ;;  



어찌어찌 찾아온 게스트하우스는 큰 한옥(일옥?) 스타일의 단독주택이다. 일본 중년의 주인 아주머니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는데 의사소통 불가. 헉. 여기에서 여행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무리겠다. 그나마 도와주시는 다른 분이 몇 단어를 더 하셔서 어렵사리 체크인은 끝냈다.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 깨끗하고 주인분도 친절하고 좋은데 외국인들에게는 제약이 있는 곳이구나... 일본 게스트가 많겠구나...라고 생각.


방은 독특했다.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딱 일본식이라고나 할까. 2층 침대인데 침대자체가 가벽과 같은 것으로 완전히 막혀있고, 각 베드의 입구도 암막커튼이 달려있다. 1, 2층 침대의 입구 방향이 엇갈려 있어서 서로 간섭이 적다. 이런 침대 처음이야. 각 침대에는 USB전등과 콘센트가 개별로 달려있어 편리하다. 편의 시설에서 새로 지은 티가 팍팍. 


  

짐을 놓고 의사소통 불가로 더이상의 정보를 얻는 것은 포기하고 그냥 나온다.


첫번째로 가 볼 곳은 삿포로 맥주박물관. 12월 31일-1월 1일은 휴일이라는 불길한 정보를 얻었지만 외관이라도 한 번 보고 호....옥시 올해는 예외일까 하는 과도하게 긍정정인 희망을 안고 찾아간다. 지하철을 타고 히가시구야쿠쇼마에(东区役所前站)에서 내려 10-15분 걸어서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지만 이미 깜깜. 휴일이라 문닫하서 더 잠잠. 힝... 여긴 꼭 와보고 싶었는데...


아무도 없을 것 같았는데 나같이 뒤늦게 찾아온 관광객이 또 있다. 서로 사진찍어주는 커플이 있었는데 본의 아니게 도촬? 






이것이 Beer Brewing Kettle이란다. 여러 재료를 넣어서 끓여서 맥주를 양조하는 주전자라는데 1961년을 처음으로 해서 40여 년 동안 30,000번 이상 주조했다고 한다. 지금이 4m라는데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 친절한 안내판에는 이러한 설명과 함께 이것은 UFO가 아니라는 깜찍한 주의까지 붙어있다.



입구에 있는 대통. 옛날 영화에서 선원들이 마셨던 술통이 생각난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여기까지. 추운 겨울밤의 문닫은 박물관에는 더이상 아무 것도 없다. 다음에 꼭 또 와야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이번엔 오도리역(大通站)으로 간다. 야호! 세 번 채웠으니 1일권 손익분기점 돌파!

오도리역에서부터 시작해서 주변 구경하면서 스스키노(すすきの)까지 걸어가려 한다.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니까 뭔가 화려함을 즐겨야 할 것 같으니까.


오도리역을 나오면 커다란 트리가 기다리고 있다. 뒷쪽으로 보이는 삿포로 TV탑도 야경이 멋있다. 낮에 보지 못했지만 어쩐지 밤이 나을 것 같은 풍경이다.




오도리 공원에서는 지난주까지 일루미네이션 축제가 있었다고 한다. 또 한 번 호...옥시 잔재라도 남아 있을까 하여 둘러보고 물어보지만 휑하고 춥기만 하다. 여기에 꽃이 가득하면 정말 예쁘겠다. 또 한 번 다시 와야지...


봄여름가을겨울 볼 것이 넘친다는 오도리 공원 (지금은?)


주변 살짝 둘러보고 스스키노로 가야지. 마지막 밤은 화려하게~!




Posted by TravelGirl
2016. 2. 27. 01:22

※ 2015년 12월 31일. 여행 넷째날


오타루의 아침. 2015년의 마지막 날. 

느즈막히 일어나니 또다시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일단 짐을 싸고, 체크아웃 하기 전에 게스트하우스 구석구석 한 번 둘러본다. 핸드밀은 어디에 갖다 놓아도 멋진 장식품이 된다.




오타루 운하의 낮을 보고, 사카이마치도오리(堺町通リ)부터 오르골당까지 둘러보고 삿포로로 넘어갈 계획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맡겨두고 사카이마치거리 쪽으로 나간다. 여전히 눈은 펑펑 내리고 바람은 쌩쌩 불고 있다. 가는 길에 있는 오타루 우체국. 어제 저녁에 쓴 엽서를 우체국 앞 빨간 우체통에 넣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본 그대로의 우체통


오타루 데누키코지(小樽出拔小路). 1930년대 오타루 옛 거리를 재현한 골목인데 식당과 선술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다. 저 위에는 홋카이도 어딜가나 따라다니는 시로이 코히비또 간판이 떡~!



골목 안에는 눈보라 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꽤 많다. 


사카이마치거리(堺町通リ)로 가는 길목의 입구의 어느 가게. 상점 앞에 만들어 놓은 눈사람과 내리는 함박눈이 너무나 예쁘고 평화롭고 따뜻한 사진을 선물해 주었다.



눈보라가 점점 거세지고, 쌓이는 눈은 점점 높아져만 간다.



사카이마치 거리는 까페, 식당, 기념품샾이 모여있는 곳이다. 기념품샾에 들어가면 식품도 파는데 자꾸 이것저것 맛보라고 주신다. 거절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대략 받아먹고, 대략 지나치면서 지나간다. 받아먹었다고 다 샀다가는 첫 가게에서 한 보따리 사게 생겼다. 다양한 종류의 예쁜 기념품들도 많다.


다양한 종류의 노호혼 (몇 마리 집어오고 싶다...)


이거 괜찮은데? 황태 비슷한 것 같은데, 매달린 생선이 빙빙 돌면서 얼었다 녹았다 하며 마르는 것 같다. 우리나라 건어물 가게에 파리 쫓는 선풍기 같은 것에 생선이 매달려서 마르는 것이 신기하다.


초미니 황태덕장(?)


길가 언덕 위에 벤치 모양의 것이 박혀있다. 눈사태를 방지하는 시설로 추정된다. 처음 보는 것이라서 사진에 담았다. 눈이 쏟아지면 정말 쟤가 막아 주려나?



오타루는 유리공예도 유명하다. 이 거리 곳곳에 유리공예 기념품 파는 곳이 많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다.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유리로 만들었는데도 무지 정교하다. 



쇼핑거리에서 빠질 수 없는 길거리 음식. 길거리 음식도 고급지다(!). 게다리를 길거리에서 저렇게 팔 줄이야...




해산물을 골라서 구워 달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구워준다. 혼자 여행객이 해산물을 먹고 싶다면 식당보다 오히려 부담없이 간편하게 먹기쉽다.



멜론은 열대과일이 아니었던가? 저 멜론은 호주 워킹홀리데이 할 때 멜론농장에서 엄청나게 땄던건데 여기에서는 잘라서 얼음에 파묻어 놓았다. 더운 나라의 과일이라고 알고 있던 것을 얼려 놓아서 별로 안 끌림.



이 식당에는 유명한 사람이 많이 왔었나보다. 익숙한 얼굴인 박용하 님도 다녀가셨나보다. 하코다테에서 유명하다 했던 삼색덮밥도 팔고 있는데 하코다테보다는 살짝 비싸다. 도시니까 뭐...



사카이마치토리 쇼핑가는 물론, 오타루 곳곳에는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상점이나 식당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물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된 것 = 흉물스러운 것,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해서 재개발 우선 대상이고 싹 밀어버리는데 유럽이나 일본이나 참 잘 보존되어 있고 활용도 잘 하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은 좀 부럽다.





길을 걷다가 어젯밤 게스트하우스의 일본아이를 마주쳤다. 아이스크림 콘을 들고 있다. 맞다... 아이스크림... 나도 먹어야지...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곧 헤어진다. 저 친구도 오늘 삿포로 넘어간다 했었지.


오타루의 유명한 키타카로 제과점. 바움쿠헨(나무 케이크라고 하는 독일식 레이어 케이크)과 여러 종류의 쿠키, 카스테라, 케이크, 과자 등이 유명한 집이다. 하나 사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가장 맛있어 보이는 것은 보관이 냉장이다. 포기. 



누군가 말했다. 홋카이도에서는 눈을 보면서 꼭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고. 남들이 케이크를 잔뜩 사는 키타카로 제과점에서 아이스크림콘을 들고 나왔다. 플레인 바닐라로. 왜? 홋카이도니까. 눈이 소복이 쌓인 거리에서 흩날리는 눈을 맞으면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여기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 같다. 결론은? 기분은 째지고 입과 손은 엄청 춥고.



아이스크림을 너무 늦게 샀나보다. 천천히 거리를 거닐면서 먹으려 했는데 키타카로에서 나와서 조금 걸으니 벌써 메르헨 교차로(メルヘン交着点)가 나오고 건너편에 오르골 당이 보인다. 이런! 관광객의 매너가 있지. 오르골당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들어갈 수는 없는데...돌아가는 길에 살껄... 어쩔 수 없지. 다 먹고 들어가려고 그 추운 바깥을 그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들고 최대한 빠르게 먹으면서 어슬렁거린다.


삿포로에서 시작한 오타루 당일치기 여행은 보통 이 메르헨 교차로에서 시작한다. JR미나미오타루역(JR南小樽駅)에서 내려서 메르헨 교차로-사카이마치토리-오타루운하-JR오타루(JR小樽駅)역에서 돌아가는 코스로 많이들 다닌다.  


상야등. 오타루의 번성을 의미하는, 등대를 본따서 만든 등이다.

 





교차로 건너편에 오르골당 본점이 보인다. 저기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이스크림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아서...



길을 건너와서 오르골당 앞에서 보는 사카이마치토리 입구. 여기에서 보이는 풍경은 마치 유럽에 온 듯 하다.



오르골당 앞의 증기시계. 보일러로 증기를 만들어서 1시간 마다 뿜어 댄다.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시간에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시간도 모르고 아이스크림 먹느라 주변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시계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증기를 뿜어댄다. 또 한 번 운좋게도 별로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이 시계탑 앞에서 쭉뻗은 여자애가 포즈를 취하고 일행 남자애가 사진을 찍어준다. 한국애들이다. 연인끼리 놀러왔나 했는데 여자애가 눈에 많이 띄는 외모에 몸매이다. 사진 찍는 자세도 남다르다. 한두번 찍어 본 것이 아닌듯. 사진을 찍어주는 남자애도 카메라를 이것저것 바꿔가며 앵글 잡아가며 찍는다. 모델인 것 같다. 누구지? 유명한 아이인가? 잠시 궁금...


오르골 당 옆의 작은 카페에는 사람들의 소원이 트리에 가득 매달려 있다. 다들 소원이루세요~!!



드디어 아이스크림을 다 먹었다! 입 시려.... 이제 오르골당으로 입성!


오르골이라고 하면 보석함 같은 상자를 열면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 또는 태엽을 감으면 가녀린 발레리나가 돌면서 예쁜 멜로디가 나오는 것인줄로만 알았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오르골이 있을 줄이야!!!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좁았는지 또 한 번 깨닫는다. 내가 아는 오르골은 만분의 일도 안 되는 듯. 이 커다란 오르골당이 순수하게 오르골로만 가득 차 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르골에 열광하는 줄 몰랐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오르골탑(?)의 위엄. 장식품처럼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오르골이다.






페리스휠 오르골. 이것은 정말 탐나도다... 그런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크기가 꽤 커서 감히...




이런 박스도 오르골이다. LED 램프가 들어오는 최첨단(!) 오르골.



전통적인 오르골의 핵심파트를 곡목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케이스는 별도로 구매해서 입히면 된다.



2층에서 내려다 본 1층 전시관 모습. 규모가 어마어마...




누가봐도 일본 전통 인형. 물론 모두 오르골.



간단하게 박스 형태로도 판다. 저 줄을 쭉 잡아 당기면 줄이 말려올라가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이 인형들도 오르골. 박스 오르골처럼 꼬리 쪽에 당긴 줄을 쭉 당기면 소리가 난다.




예쁜 오르골들은 그만큼 가격이 비싸다. 조그만 기념품으로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는 그냥 예쁜 쇼핑백에 담긴 오르골.



워낙 큰 곳이라 3층까지 한참을 다 둘러보고 나오니 오르골 소리에 중독된 듯 귀와 머리가 멍~하다. 그래도 맑고 청아한 소리에 중독된 것이라 산뜻하다.


오르골당 본점 주변에는 작은 오르골 전시관들이 있다. 이 곳은 캐릭터 오르골이 가득한 상점. 토토로가 맞이하고 스튜디오 지브리 전문점이 있다는 말에 혹해서 꼭 들어가려고 찍어둔 곳.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의 제목이 붙어있다. 설레고 두근두근...^^



오르골 CD 플레이어. 고전적으로 보이나 소리는 CD에서 나는 것.



토토로 오르골. 이밖에도 다른 캐릭터들의 오르골이 많이 있었는데 상점 안에서는 사진찍기가 조심스러워서 여기까지만. 


반나절 알차게 꼼꼼이 돌아보고 이제 돌아가려 한다. 돌아가는 길에 오타루 운하의 낮 풍경을 보고 가려 한다.

Posted by TravelGirl
2016. 2. 23. 02:06

※ 2015년 12월 30일. 여행 셋째날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는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마을로 돌아온다. 차가 다니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덮여서 오솔길을 걷는 것 같다.


 


누군가 앙증맞게 눈사람을 만들어 인적없는 이 겨울길을 포근하게 해놓았다.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이런 불상들도 산길에 놓여져 있다. 뭔지는 모르겠다. 산책로 폐쇄로 직접 보진 못했지만 윗쪽 어딘가에 있다는 관음상의 사진도 이렇게 빨간 머플러를 두른 모습인 것을 보면 이들도 관음상 아닐까 추측만...



눈때문인지 여기저기 막힌 곳이 많아서 지도를 보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먼 길을 돌아왔다. 아까까지는 아주 여유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촉박해서 마음이 급해진다. 제때 기차를 탈 수 있으려나...막힌 길을 피해서 어찌어찌 내려왔는데, 내가 내려온 길도 마을 쪽에서 올라가는 입구는 차단되어 있다. 입구 폐쇄로 쳐 놓은 쇠사슬을 넘어서 산을 탈출(?)하고 드디어 마을을 만났다.


 

겨울철 노보리베쓰 온센 산책은 눈 때문에 쇄된 산책로 많다. 경로 선택과 시간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거닐 때에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


버스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에 고쿠라쿠도리(極楽通り) 상점가를 지난다. 아주 약간 시간이 있어서 살짝 둘러본다. 중간에 곰목장으로 가는 로프웨이 승차장으로 가는 오르막 계단이 있다. 곰 사파리도 아니고 사육하는 목장이라고 하길래 가볍게 패쓰. 나는 야생 취향이니까. 



길가에 염라당(閻魔堂)도 있다. 무슨 공연도 시간별로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볼 수는 없었다.

(춥기도 하고 너무 많이 걸어서 대략 찍었더니 사진도 기울고, 안쪽은 어둡고...사진 참 성의없네... ㅡㅡ;;)



곳곳에 있는 노보리베쓰 심벌 도깨비상. 그냥 지나쳤던 다른 두 마리 도깨비와 시리즈란다. 이건 연애도깨비라네. 누가 누구랑 연애한다는 건지... 남매같구만...



기념품 상점 앞에 있는 이 도깨비가 제일 맘에 든다. 귀여우면서도 뭔가 시크하니까.



이제 되돌아 갈 시간.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본의 아니게(!) 크게 한 바퀴 돌아왔다. 초록색으로 표시한 길이 지난 4시간 여 동안 내가 지나간 길. 중간 후나미야마 산책로에도 볼 것이 꽤나 많은 것 같은데 그 길 자체가 폐쇄되어 지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나중에 또 오면 되니까 많이 아쉽지는 않은 걸로~



14:10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돌아왔더니 이미 버스가 기다리고 있고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올라탔더니 맨 뒷자리에 한 자리 남아있다. 앉을까 말까 조금 고민하다가 허리아프고 다리 아파서 앉았더니... 옆 아주머니가 버스 뒷자리에 앉아서 가츠동을 드신다! 광장시장에서나 볼 듯 한 스티로폼 대접에 담긴 음식을 버스 뒷자리에서 이리도 자연스럽게 드시다니... 늘 타인의 신경을 쓰고 공공장소에서 조심스러운 일본인도 이럴 수 있구나... 왠지 새로운 느낌이다. 어딜가나 시골 인심, 시골 분위기는 비슷한 것 같다. 기차에서의 에키벤도 그렇고, 일본은 교통수단 안에서 무언가를 먹는 것에 아주 관대한 것 같다.


14:10 버스는 출발. 올 때와 마찬가지로 15분쯤 후 기차역에 도착한다. 아까처럼 코인로커 대란이면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넘겨주려고 마음먹고 갔더니 오후라 그런가 관광객도 별로 없고 로커가 널널하다. 내가 짐을 뺀다고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상황이 아니다. 오전만 그렇구나... 당일치기로 들르는 사람이 꽤 많은 듯 하다. 그냥 짐을 뺀다.


그.런.데. 기차가 지연이다!!! 오늘 오타루까지 가려 하는데 삿포로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삿포로 역에서 오타루 행 열차를 갈아타는 간격이 15분인데 이 열차가 10분 지연이다. 5분 안에 갈아탈 수 있으려나.. ㅡㅡ;; 일단 뭐... 타야지 어째... 


드디어 오타루로 고고!


1시간 여를 달려서 삿포로에 도착했는데 열차 출발 지연 때문에 시간이 없다. 말도 통하지 않는 동네에서 두리번 거릴 여유도 없어 내리자마자 역무원께 표를 들이밀고 여기 간다 했더니 건너편 플랫폼을 가리키신다. 밑으로 내려가서 다시 올라가야 하기에 무조건 달림. 건너편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오타루행 열차가 도착한다. 이것도 1분 지연된 듯. 휴... Perfect timing!! 


지정석 자리를 지정한 것이 어찌나 다행인지... 이렇게 뛰어왔는데 서서 가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지정석 좌석은 훨씬 넓고 편안하다. 안심하며 푹 쉬면서 간다. 여전히 시트 앞쪽에 있는 티켓꽂이가 참 마음에 든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자는 사람 안 깨워도 되고, 말 안 통하는데 주섬주섬 챙기지 않아도 되고 완전 좋다. 사소한데 혼자만 감탄하면서 40여 분 후 오타루에 도착! 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오타루구나... 



삿포로에서 오타루까지 타고 온 열차


예상대로(!) 관광안내소는 문을 닫았다. 앞에 나오니 상가도 절반 이상 문을 닫았다. 이젠 새롭지도 않아... 홋카이도의 겨울밤에 점점 적응하고 있는 듯 하다. 우선 숙소를 찾아야 하기에 역에서 잠깐 WiFi를 붙여서 잽싸게 구글맴을 다운받아 찾아간다. 역시 구글맵이 진리. 이거 없을 때엔 저녁에 도착해서 맵을 못 받으면 어떻게 찾아가나 몰라... 예전엔 다 그러고 다녔었는데 어찌 했었는지 기억이 없다. 어쨌든 문명은 확실히 활용해 주는 걸로~


큰 길과 골목을 지나, 반쯤 문닫은 상점가 거리를 지나 숙소를 찾아간다.



아주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리 봐도 간판이 없다. 주위를 둘러봐도 숙박업소가 있을 법한 건물도 없다. 구글맵은 분명히 여기라고 하는데...?? (나중에 알고나서 정확도에 감탄!!) 옆 건물에 아주 작은 간판...이라기보다 그냥 게스트하우스 이름만 유리문 위에 딸랑 붙어있다. 윗층이 게스트하우스란다. 괜찮을까?


 

오타루 에키마에 게스트하우스 이토(小樽駅前ゲストハウス-糸)


올라가보니 안은 밖과는 달리 아주 따뜻한 곳이다. 일본식 바닥 마루에 앉아서 check-in 하고, 설명듣고, 올라가서 방을 소개 받았다.

3 bed room인데 아무도 없다.


"오늘 방 비어?"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아니... full인데 아직 도착을 안 했어. 어느 침대 쓸 껀지 니가 먼저 골라"

"아... 좋아!"


 


여기는 도미토리라도 2층 침대가 아니라 싱글침대 3개가 놓여있고, 이불도 참 폭신하고 좋다. 만족도 200%. 밖에서 보던 우려가 싹 날아갔다. 다른 사람들이 또 올 거라니 제일 구석자리 침대를 골라서 짐을 풀었다. 이 이불 완전 마음에 들어!



짐 풀고 바로 내려와서 주인 언니한테 오타루 운하 가는 길과 괜찮은 식당을 물었다. 오타루는 스시가 유명하다는데, 대부분의 스시나 해산물 식당은 큰 식당이라 혼자 먹기 애매하다. 주인 언니가 합리적인 가격에 혼자여도 먹기 좋은 회전초밥집과 자기가 좋아하는 라멘집을 추천해 준다. 운하는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한다.


슬슬 걸어나가 운하쪽으로 간다. 여기가 오타루구나... 눈이 엄청나게 소복이 쌓여있는 길도 참 예쁘다.


  


운하는 한 눈에 찾을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다는 작은 다리(아사쿠사 다리, 淺草橋) 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관광객 바글바글... 너도나도 사진삼매경에 셀카봉에... 명불허전 오타루 운하의 야경은 정말 예쁘다. 예쁘긴 한데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으로 과장된 조명이 조금 아쉽다. 백색광으로 그저 밝기만 주고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다. 과하게 인위적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다.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그 유명한 오타루 운하의 가스등.



작은 다리 위의 시계탑. 밤이라 탑은 안 보이고 시계만 반짝반짝. 영하 1.2도라는데 강가에서 불어오는 바람 탓에 체감온도는 더 낮다. 훨씬 춥게 느껴진다.  



건너편 오래된 창고의 조용하고 스산한 풍경이 왠지 더욱 끌린다. 주렁주렁 늘어진 고드름이 운치있어 더욱 맘에 든다. 잔잔한 물에 반사되는 반영도 좋다. 





운하를 오르내리는 관광용 배도 다닌다. '운하 크루즈'라는데 크루즈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고 소박한 배인데다 관광용으로 주변이 휑하게 뚫려서 겨울에 타기에는 많이 추워 보인다. 그래도 많이들 탄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인 듯.




크루즈 선착장 건너편을 보니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인다. 저건 뭐지? 

(오타루에 대해서는 운하와 오르골당만 알고 있던 터라 정보가 너무 없던 상태여서... )


오타루 운하 플라자(小樽運河プラザ)이다. 관광안내소와 기념품 상점이 있고, WiFi도 되고, 따뜻하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밖에 추운데 있었던 터라 이 따뜻함이 정말 반갑다. 




운하 플라자 안에 있는 와인잔으로 쌓은 트리. 여러가지 색깔의 조명을 비추어 계속 다른 느낌을 준다. 빨간 조명은 따뜻하고, 파란 조명이 비추면 시원하고. 와인트리 앞은 좋은 포토존이라서 들어오는 사람마다 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정말 연말같고, 축제같다.



이 곳 기념품 상점에는 예쁘고 특이하면서도 기념이 될만한 상품들이 많다. 여기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꼭 사야한다. 다른 곳에서 팔지 않는 것들이 꽤나 많아서 나중에 사야지 하고 미루면 나중에 못 구해서 후회할 수 있다.


요고가 있을 때 살껄...하고 후회하는 아이템. 맥주 캬라멜이란다. 실제 맥주가 들어있는 알콜 함량 0.05%의 캬라멜.

'오타루' 맥주 캬라멜도 아니고 '홋카이도' 맥주 캬라멜이라길래 홋카이도 아무 곳에서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돌아가기 전에 삿포로에서 사려고 지나쳤더니 아무데도 없다. 있을 때 샀어야 할 것을... 아쉽지만 언젠가 또 만날 날이 있겠지.  



편지를 써서 부치는 작은 우체통도 있다. 매장 내에서 실제 우표를 판다. 엽서를 써서 여기에 넣으면 진짜 배달된단다. 어딘가에 엽서를 꼭 써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게 하는 귀여운 우체통이다. 



친구에게 보낼 엽서 두 장을 사서 보내고 가려고 잠시 앉아 두 줄 쓰는데 7:00pm 문닫을 시간이라고 나가란다. 주섬주섬 챙겨서 추운 밖으로 다시 나온다. 운하프라자 앞에는 유명한 충견 하치의 동상이 있다. 얘가 이 동네 개였던가?



게스트하우스 주인 언니가 찍어준 회전초밥집을 가보려 한다. 추운 날씨에 라멘이 더 땡기긴 하는데, 동선상 초밥집이 가깝고 라멘집은 멀다. 게다가 라멘집은 역 근처에 있어서 삿포로로 돌아갈 때 어차피 지나야 하는 길이라서 오늘은 초밥집으로 결정.


운하를 따라 내려온 길 반대쪽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다시 강가로 내려와서 운하를 따라간다. 반대편에서 보니 느낌이 다르다. 저쪽에서 본 운하는 화려하고 잔잔했는데, 이쪽에서는 눈이 더 많이 보여서인지 포근하고 고요하다.


  

도착! 자~ 여기입니다!! 큰 길가에 있는 꽤 큰 집이라 찾기가 쉬웠다. 이렇게 큰 집이면 혼자 먹기 난감할 텐데... 살짝 걱정이다.


홋카이도는 해산물이 유명한데 스시나 해산물 요리는 어딜가나 항상 비싸다. 여기가 상대적으로 싸긴 하지만 그렇다고 싼 음식은 아니다. 또한 해산물 음식 식당은 보통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어서 혼자 들어가서 먹기가 어색하고 난감하다. 혼자 여행의 단점.



어쨌든 안에 들어가본다. 아니다 싶으면 나오면 되니까. 그런데..짜잔~!! 올~ 좋은데?! 혼자 앉아 드시는 분들도 꽤 된다. 여기서 먹는 것으로 결정.




그.런.데. 말이 안 통하고 영어 메뉴가 없다! 어차피 눈으로 보고 집어 먹으면 되고, 일본어 메뉴판에 사진이 크게 있어서 별 문제는 되지 않을거라 생각하는 것도 잠시, 회전초밥집이 처음이라 어떻게 계산하는지 모른다. 아주아주 오래 전에 용산에서 한 번 가봤었는데, 거기는 회전초밥 뷔페라서 입장료처럼 내고 아무거나 집어먹었었다. 아주머니와 대략 손짓과 온몸을 사용해서 한 대화로 그냥 집어먹으면 된다는 것까지는 이해했는데 종류별로 가격이 다른데 어떻게 계산을 하지?가 너무나 궁금하다. 서로 자기만의 얘기를 하면서 전혀 뜻이 전달되지 않는 대화 중 접시 색깔이 다른데 메뉴판에 표시된 색이랑 같다는 것을 발견. 아하! 이제 먹자~!



윗층에는 초밥이 빙빙 돌아가고, 아래층에는 물컵과 종지 등이 빙빙 돌아간다. 이것 또한 귀엽고 신기하다.



하코다테에서 시도할까말까를 고민했던 이쿠라를 드디어 시도해 보려한다. 초밥 위에 올라가는 양 정도면 시식(?)하기에 적당하고, 혹시 못 먹겠더라도 초밥 한 접시 가격은 포기해 줄 만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이쿠라는 오지 않는다. 주문하면 되는데 말이 안 통하는 상태에서 주문이라는 것은 대단한 도전. 그래도 해봐야지. 손들어 불러서 메뉴판 사진으로 보여줬더니 해주신단다. 성공!


이쿠라는 즐길 맛은 아니었지만 일단 먹을 수는 있을 정도이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범주로 이동. 앞으로 주저없이 먹는 걸로. 


나의 주문을 받고 이쿠라 스시를 만들고 계시는 주방장님


오늘의 저녁식사. 초밥 3접시 + 나마비루. 잘 먹었습니다~!!!


 

 


슬슬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커다란 쇼핑거리가 있는 쪽으로 일부러 멀리 돌아왔는데 예상대로 이미 문을 다 닫았다. 겨울의 이 동네는 정말 밤이 긴 곳이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한다.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숙소로 들어온다.




옛 간이역


숙소에 돌아오니 공용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묘미는 낯선이들과의 수다. 옷을 갈아입고 사 온 맥주 한 캔 들고 낮에 쓰다 만 엽서 두 장 들고 테이블에 동참한다. 주인장 두 명과 게스트 네 명이 일본어로 대화하고 있다. 이런! 다들 일본인인가? 대화에 끼기 힘들겠다 잠시 생각하며 일단 엽서부터 쓰기 시작한다. 요즘 세상에 엽서를 쓰고 있으니 신기하게 보였다보다. 이 시대에 본 적 없는 아날로그 감성이라 그런가. 엽서를 계기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알고보니 게스트 4명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한국, 일본 아이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리 다들 일본어가 유창하대? 이건 뭐지? 

다행히(?) 말레이시아 아이가 일본어가 썩 유창한 편이 아니어서 그 대화 속에 완전히 끼어있지 못한 상태였나보다. 그 아이도 일본어 못하는 내가 아주 반가운가보다. 우리끼리 또 다른 대화를 시작한다. 주인 언니는 적절히 영어와 일본어를 섞으면서 나를 소외되지 않게 신경 써 주었다. 아리가또~!! 


말레이시아 아이: 영어 Good, 일본어 So So

베트남 아이: 영어 Good, 일본어 Good (도쿄에 있는 일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단다)

한국 아이: 영어 bad. 일본어 Good

일본 아이: 영어 전혀 못함. 일본어 Excellent

나: 영어 적당히. 일본어 전혀 못함


이러니 공용어로 대화가 되겠냐고. 그래도 이런저런 주제로 이 언어 저 언어 섞어가면서 정말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다들 여행도 꽤 많이 했고, 특히 구석구석 일본여행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라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여행 경험, 일본여행 얘기, 사는 얘기 등등...


베트남 아이는 일본 IT 업계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란다. 더 나은 환경, 더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픈 24살 아이. 말레이시아 아이가 용기를 준다. 


(말레이시아) "네 나이에는 모든 걸 할 수 있어. 넌 아직 어리잖아? 하고싶은 것 다 해봐. 내일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떠나도 되는 것이 네 나이야. Old man의 이야기니까 새겨들어."


(나) "그러는 너는 몇 살인데?"


(말레이시아) "29살. 조금 후면 30이 돼. 저 나이면 모든 걸 할 수 있을텐데 나이가 너무 들어버렸어."


29살 Old man. 니 나이도 아름답다, 임마!! 한 살 더 어리면 한 뼘 더 아름답다. 20대가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 나이인지 그때는 절대 모른다.


말레이시아 아이는 내일 처음으로 스노우보드를 타러 스키장에 간다하고, 베트남 아이는 더 북쪽으로 떠난다 하고, 한국 아이와 일본 아이는 각자 삿포로로 간다고 한다. 국적만큼이나 다양한 계획이다. 모두의 여행을 응원한다.


한참을 수다 떨고 나서 자정이 되어서야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다. 돌아온 내 방에는... 아싸~!! 3인실에 나 혼자다! 이 큰 방 혼자 난방하기가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나는 게스트니까. 


오늘도 긴 하루. Good Night!





Posted by TravelGirl
2016. 2. 14. 00:35

※ 2015년 12월 30일. 여행 셋째날


하코다테를 떠나는 날. 아침 8:13am 슈퍼 호쿠토(特急ス-パ-北斗) 3호 열차로 좌석을 지정 예약해 놓았다. 10시대 열차를 타려 했으나 이미 지정석이 만석이라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당겼기에 일찍 움직여야 했다. 


아침부터 펄펄 눈이 내린다.

아침은 에키벤(驛弁)을 사서 기차에서 먹기로 한다. 친구에게 받은 가이드 북에 하코다테 역에서 파는 우니이쿠라(うにいくら) 에키벤이 맛있다고 해서 그거 먹어봐야지 했는데... 어라? 없다. 역시 가이드 북은 반만 믿어야 해. 대신 게살볶음밥 선택. 얼른 사서 후다닥 플랫폼으로 올라간다.


열차가 기다리고 있다. 이젠 진짜 안녕... Bye 하코다테...


슈퍼 호쿠토(特急ス-パ-北斗) 3호


 

 

지정석은 자유석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설국열차 뒷쪽 평민 칸에서 앞쪽으로 온 기분이랄까. 좌석도 넓고,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저기 보이는 티켓 꽂이(?). 저기에 티켓을 꽂아 놓으면 승무원 아저씨가 지나 다니다가 알아서 검표를 하신다. 맘놓고 잘 수도 있다.



이제 아침 식사. 지정석에 앉아서 벤또를 먹으면서 현지인 놀이. 우와~ 이거 진짜 맛있다! 열차 음식이라고, 도시락이라고 소홀히 만든 것이 아니다. 양도 꽤 많다. 탁월한 선택이었음에 스스로 감탄하면서 창밖 풍경 보면서 밥 먹으며 소풍가는 기분을 즐긴다.


 


창 밖에 지나가는 풍경도 예쁘다...


 


약 2시간 반을 달려서 노보리베쓰에 도착. 


계획: 이 곳에서 약 4시간 동안 머무른다. 배낭은 역의 코인로커에 맡기고 가볍게 간다. 지옥계곡(地獄谷, じごくだに, 지고쿠다니)만 둘러보고 돌아온다. 2:48pm 삿포로행 열차를 탄다... 라는 아름다운 계획.

실제: ..... 음... 당연히(!) 많이 달랐다.


노보리베쓰 역에서 온천 지역까지는 시내버스로 15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큰 짐은 역 내 코인로커에 맡겨 놓고 가려했는데... 코인로커가 24개 뿐이다. 이미 모두 잠겨있다. 잠시 들러가려는 관광객들은 열차에서 계속 내리고 있고, 관광객 수 대비 택도 없이 부족한 로커이다. 큰 캐리어 가방들은 로커 캐비넷 위에 얹어 놓거나 옆쪽 구석에 그냥 놓고 가기도 하는데 내 것은 그다지 크지 않은 배낭이라 홀딱 집어가기 딱 좋은 사이즈인지라 그냥 놓고는 못가겠다. 귀중품이 없어서 잃어버릴 생각하고 놓고 갈까 싶다가도, 그러다 혹시 잃어버리고 나면 남은 이틀의 여행을 즐길 자신이 없다. 

버스 시간도 좀 남아 있고, 밖은 춥고, 앉아 있을 곳도 없고 해서 로커 앞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는데 한 사람이 와서 가방을 빼려 한다. 바로 옆의 중국인 관광객이 잽싸게 맡으며 자기 일행들을 부른다. 그 사람 일행들이 짐을 넣느라 로커를 둘러 싼 사이, 바로 옆 칸에 다른 사람이 또 짐을 빼려한다. 잽싸게 가서 빼는거냐 했더니 그렇다고 한다. '아싸~!!' 나보다 한 발 늦게 발견한 큰 캐리어를 가진 중국인 관광객의 부러운+아쉬운+안타까운 시선을 뒤로 하고 의연하게 가방을 던져 넣고 열쇠를 챙긴다. 사는 게 다 스포츠야~


노보리베쓰에서 유명(?)한 곰의 인사를 받으며 역사 밖으로 나가면 버스정류장이다.

때마침 버스가 오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온천으로 Go~.


  


노보리베쓰역 → 노보리베쓰 온천 시내버스 승차권


15분 정도 달린 후 노보리베쓰 온천 터미널에 도착한다. 


노보리베쓰 역에서 로커가 빈 곳이 없어서 짐을 못 맡겼다면 일단 버스를 타고 온천까지 와도 되겠다. 노보리베쓰 온천 터미널에서도 짐을 보관해 주는 듯하다같이 버스를 타고 온 일본인 커플이 짐을 가지고 와서 여기에 맡기는 것을 보았는데 유료인지는 모르겠다.


여기에서 지옥계곡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터미널 내 Information에서 지도를 얻어서 사람들이 가는 길로 따라간다. 

5분 남짓 올라갔을까. 마을 입구에 다다르니 꼬마 도깨비가 맛보기(?) 온천 앞을 지키면서 반갑게 맞이해 주는 센겐공원(泉源公園)이 나온다. 도깨비 뒤에 있는 것도 간헐철이다. 김이 폴폴...



조금 더 올라가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커다란 도깨비 두 마리(두 명? 두 분?)가 있고, 드디어 지옥계곡의 입구이다.





지옥계곡(地獄谷, じごくだに, 지고쿠다니)은 히요리산의 분화활동에 의해 생겨난 분화구이다. 계곡을 따라 무수한 분출구와 분기공이 있어서 중간중간 거품을 내며 끓어오르는 풍경에서 유래된 지명이라고 한다. 둘러보면 지옥계곡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린다는 것을 그냥 알게 된다. 말이 필요없다. 날씨가 너무나 맑아서 파란 하늘과 잘 어우러지는 정말 멋진 지옥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유황온천이라더니 계곡입구에 가까이 들어서면 유황냄새가 진동을 한다.












중간 중간 저렇게 김이 폴폴 솟아나오는 곳이 모두 분출구와 분기공이다. 연못만한 큰 것도 있지만 아주 작은 구멍에서도 김이 뿜어 나오는 광경이 신기하다.



지옥계곡(지고쿠다니)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 보면 끝에 뎃센 이케(鉄泉池)가 있다. 조그만 간헐천인데 물이 끓어오르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내가 갔을 때 운좋게도 마침 잠깐 물이 끓어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몰라서 그냥 지나칠 뻔 했는데, 혼자 온 일본인 남자아이 하나가 터미널에서 가이드 투어를 신청해서 가이드와 함께 왔는데 코스와 이동 속도가 나와 비슷해서 거의 같이 다니게 되었다. 그 가이드가 갑자기 지금 보라며 호들갑을 떨어서 얼떨결에 보게 되었는데 뽀글뽀글 물이 끓어올라왔다. 일부러 기다려서 보는 광경이란다.


 



지고쿠다니 산책로가 끝나는 시점에서는 다시 내려올 수도 있고, 오유누마(大湯沼) 쪽 산책로로 갈 수도 있다. 패키지 관광객들이 시간에 쫓겨서 지고쿠다니만 보고 우루루 내려간다. 괜히 우쭐하고 뿌듯한 마음에 자유여행객인 나는 오유누마까지 둘러보러 간다.







히요리야마(日和山) 전망대. 저 뒤에 보이는 산이 히요리야마인데, 아직도 활동하는 활화산이라고 한다. 산꼭대기에서 화산 연기가 여전히 뿜어나온다. 화산이라고 생각하면 언제 터질까 생각에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살짝 무섭기도 하고, 그냥 산이라 생각하면 누군가 꼭대기에서 봉화를 피우는 것 같다.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 보면 오유누마(大湯沼)가 보인다. 오유누마는 히요리야마의 분화 때에 생겨난 분화구로, 주위 약 1km의 표주박 모양 유황천이다. 눈쌓인 산 아래 커다랗고 따뜻한 연못의 이색조합이다.





오유누마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아니, 지옥계곡과 오유누마의 산책이 너무 빨리 끝났다. 처음 예상에 비해 지옥계곡이 그다지 크지 않아서 둘러보는 데에 시간이 그다지 많이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좀 더 깊이 둘러볼까, 내려가야 할까를 잠깐 생각하다가 오쿠노유(奧の湯)까지 내려가 보기로 가뿐히 결정. 오쿠노유까지 내려가는 길은 눈쌓은 산속 오솔길이어서 다소 미끄럽고 위험하다. 게다가 거기까지 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서 지나치게 조용하기도 하고 더욱 조심하게 된다.


내려가보니 발은 한 번 담가보고 싶은 커다란 온천탕이다. 표면 온도가 75-85도까지란다. 발 담그면 큰일나겠다. 

아니, 이 날씨에 어떻게 저렇게 물이 펄펄 끓을 수 있지? 자연의 신비란.... 오묘하다.



고드름이 참 예쁘게도 맺혔다. 바로 앞 온천에서의 따뜻한 물이 추운 날씨와 만나서 함께 만드는 작품이겠다.




오쿠노유 주변을 둘러보고 이제 다시 마을로 돌아오려고 오유누마를 따라서 돌아가는 산책로로 방향을 잡는다. 처음 계획은 오유누마 전망대 쪽으로 다시 올라가서 중간쪽 산책로인 후나미야마(舟見山) 산책로로 내려가는 거였는데, 아까 올라오면서 지나다 보니 그 산책로가 폐쇄되어있다. 눈길이라서 그런가 보다. 관광지도에 그 쪽 산책로에도 이것저것 볼 것이 많은 것 같은데 아쉽다. 어쩔 수 없이 오유누마를 끼고 도는 큰 도로를 따라 돌아오기로 한다.


가까이서 보는 오유누마는 예술이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장관에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백두산 천지에 갔을 때 날이 흐려서 전체가 보이지 않았는데, 맑은 날의 백두산 천지도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오유누마를 크게 한 번 더 돌아보고 시간을 보니 이제는 정말 내려가야 할 시간. 이 멋진 풍경을 뒤로 하고 내려간다. 






Posted by Travel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