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7. 01:22

※ 2015년 12월 31일. 여행 넷째날


오타루의 아침. 2015년의 마지막 날. 

느즈막히 일어나니 또다시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일단 짐을 싸고, 체크아웃 하기 전에 게스트하우스 구석구석 한 번 둘러본다. 핸드밀은 어디에 갖다 놓아도 멋진 장식품이 된다.




오타루 운하의 낮을 보고, 사카이마치도오리(堺町通リ)부터 오르골당까지 둘러보고 삿포로로 넘어갈 계획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맡겨두고 사카이마치거리 쪽으로 나간다. 여전히 눈은 펑펑 내리고 바람은 쌩쌩 불고 있다. 가는 길에 있는 오타루 우체국. 어제 저녁에 쓴 엽서를 우체국 앞 빨간 우체통에 넣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본 그대로의 우체통


오타루 데누키코지(小樽出拔小路). 1930년대 오타루 옛 거리를 재현한 골목인데 식당과 선술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다. 저 위에는 홋카이도 어딜가나 따라다니는 시로이 코히비또 간판이 떡~!



골목 안에는 눈보라 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꽤 많다. 


사카이마치거리(堺町通リ)로 가는 길목의 입구의 어느 가게. 상점 앞에 만들어 놓은 눈사람과 내리는 함박눈이 너무나 예쁘고 평화롭고 따뜻한 사진을 선물해 주었다.



눈보라가 점점 거세지고, 쌓이는 눈은 점점 높아져만 간다.



사카이마치 거리는 까페, 식당, 기념품샾이 모여있는 곳이다. 기념품샾에 들어가면 식품도 파는데 자꾸 이것저것 맛보라고 주신다. 거절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대략 받아먹고, 대략 지나치면서 지나간다. 받아먹었다고 다 샀다가는 첫 가게에서 한 보따리 사게 생겼다. 다양한 종류의 예쁜 기념품들도 많다.


다양한 종류의 노호혼 (몇 마리 집어오고 싶다...)


이거 괜찮은데? 황태 비슷한 것 같은데, 매달린 생선이 빙빙 돌면서 얼었다 녹았다 하며 마르는 것 같다. 우리나라 건어물 가게에 파리 쫓는 선풍기 같은 것에 생선이 매달려서 마르는 것이 신기하다.


초미니 황태덕장(?)


길가 언덕 위에 벤치 모양의 것이 박혀있다. 눈사태를 방지하는 시설로 추정된다. 처음 보는 것이라서 사진에 담았다. 눈이 쏟아지면 정말 쟤가 막아 주려나?



오타루는 유리공예도 유명하다. 이 거리 곳곳에 유리공예 기념품 파는 곳이 많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다.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유리로 만들었는데도 무지 정교하다. 



쇼핑거리에서 빠질 수 없는 길거리 음식. 길거리 음식도 고급지다(!). 게다리를 길거리에서 저렇게 팔 줄이야...




해산물을 골라서 구워 달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구워준다. 혼자 여행객이 해산물을 먹고 싶다면 식당보다 오히려 부담없이 간편하게 먹기쉽다.



멜론은 열대과일이 아니었던가? 저 멜론은 호주 워킹홀리데이 할 때 멜론농장에서 엄청나게 땄던건데 여기에서는 잘라서 얼음에 파묻어 놓았다. 더운 나라의 과일이라고 알고 있던 것을 얼려 놓아서 별로 안 끌림.



이 식당에는 유명한 사람이 많이 왔었나보다. 익숙한 얼굴인 박용하 님도 다녀가셨나보다. 하코다테에서 유명하다 했던 삼색덮밥도 팔고 있는데 하코다테보다는 살짝 비싸다. 도시니까 뭐...



사카이마치토리 쇼핑가는 물론, 오타루 곳곳에는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상점이나 식당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물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된 것 = 흉물스러운 것,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해서 재개발 우선 대상이고 싹 밀어버리는데 유럽이나 일본이나 참 잘 보존되어 있고 활용도 잘 하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은 좀 부럽다.





길을 걷다가 어젯밤 게스트하우스의 일본아이를 마주쳤다. 아이스크림 콘을 들고 있다. 맞다... 아이스크림... 나도 먹어야지...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곧 헤어진다. 저 친구도 오늘 삿포로 넘어간다 했었지.


오타루의 유명한 키타카로 제과점. 바움쿠헨(나무 케이크라고 하는 독일식 레이어 케이크)과 여러 종류의 쿠키, 카스테라, 케이크, 과자 등이 유명한 집이다. 하나 사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가장 맛있어 보이는 것은 보관이 냉장이다. 포기. 



누군가 말했다. 홋카이도에서는 눈을 보면서 꼭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고. 남들이 케이크를 잔뜩 사는 키타카로 제과점에서 아이스크림콘을 들고 나왔다. 플레인 바닐라로. 왜? 홋카이도니까. 눈이 소복이 쌓인 거리에서 흩날리는 눈을 맞으면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여기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 같다. 결론은? 기분은 째지고 입과 손은 엄청 춥고.



아이스크림을 너무 늦게 샀나보다. 천천히 거리를 거닐면서 먹으려 했는데 키타카로에서 나와서 조금 걸으니 벌써 메르헨 교차로(メルヘン交着点)가 나오고 건너편에 오르골 당이 보인다. 이런! 관광객의 매너가 있지. 오르골당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들어갈 수는 없는데...돌아가는 길에 살껄... 어쩔 수 없지. 다 먹고 들어가려고 그 추운 바깥을 그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들고 최대한 빠르게 먹으면서 어슬렁거린다.


삿포로에서 시작한 오타루 당일치기 여행은 보통 이 메르헨 교차로에서 시작한다. JR미나미오타루역(JR南小樽駅)에서 내려서 메르헨 교차로-사카이마치토리-오타루운하-JR오타루(JR小樽駅)역에서 돌아가는 코스로 많이들 다닌다.  


상야등. 오타루의 번성을 의미하는, 등대를 본따서 만든 등이다.

 





교차로 건너편에 오르골당 본점이 보인다. 저기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이스크림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아서...



길을 건너와서 오르골당 앞에서 보는 사카이마치토리 입구. 여기에서 보이는 풍경은 마치 유럽에 온 듯 하다.



오르골당 앞의 증기시계. 보일러로 증기를 만들어서 1시간 마다 뿜어 댄다.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시간에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시간도 모르고 아이스크림 먹느라 주변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시계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증기를 뿜어댄다. 또 한 번 운좋게도 별로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이 시계탑 앞에서 쭉뻗은 여자애가 포즈를 취하고 일행 남자애가 사진을 찍어준다. 한국애들이다. 연인끼리 놀러왔나 했는데 여자애가 눈에 많이 띄는 외모에 몸매이다. 사진 찍는 자세도 남다르다. 한두번 찍어 본 것이 아닌듯. 사진을 찍어주는 남자애도 카메라를 이것저것 바꿔가며 앵글 잡아가며 찍는다. 모델인 것 같다. 누구지? 유명한 아이인가? 잠시 궁금...


오르골 당 옆의 작은 카페에는 사람들의 소원이 트리에 가득 매달려 있다. 다들 소원이루세요~!!



드디어 아이스크림을 다 먹었다! 입 시려.... 이제 오르골당으로 입성!


오르골이라고 하면 보석함 같은 상자를 열면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 또는 태엽을 감으면 가녀린 발레리나가 돌면서 예쁜 멜로디가 나오는 것인줄로만 알았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오르골이 있을 줄이야!!!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좁았는지 또 한 번 깨닫는다. 내가 아는 오르골은 만분의 일도 안 되는 듯. 이 커다란 오르골당이 순수하게 오르골로만 가득 차 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르골에 열광하는 줄 몰랐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오르골탑(?)의 위엄. 장식품처럼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오르골이다.






페리스휠 오르골. 이것은 정말 탐나도다... 그런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크기가 꽤 커서 감히...




이런 박스도 오르골이다. LED 램프가 들어오는 최첨단(!) 오르골.



전통적인 오르골의 핵심파트를 곡목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케이스는 별도로 구매해서 입히면 된다.



2층에서 내려다 본 1층 전시관 모습. 규모가 어마어마...




누가봐도 일본 전통 인형. 물론 모두 오르골.



간단하게 박스 형태로도 판다. 저 줄을 쭉 잡아 당기면 줄이 말려올라가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이 인형들도 오르골. 박스 오르골처럼 꼬리 쪽에 당긴 줄을 쭉 당기면 소리가 난다.




예쁜 오르골들은 그만큼 가격이 비싸다. 조그만 기념품으로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는 그냥 예쁜 쇼핑백에 담긴 오르골.



워낙 큰 곳이라 3층까지 한참을 다 둘러보고 나오니 오르골 소리에 중독된 듯 귀와 머리가 멍~하다. 그래도 맑고 청아한 소리에 중독된 것이라 산뜻하다.


오르골당 본점 주변에는 작은 오르골 전시관들이 있다. 이 곳은 캐릭터 오르골이 가득한 상점. 토토로가 맞이하고 스튜디오 지브리 전문점이 있다는 말에 혹해서 꼭 들어가려고 찍어둔 곳.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의 제목이 붙어있다. 설레고 두근두근...^^



오르골 CD 플레이어. 고전적으로 보이나 소리는 CD에서 나는 것.



토토로 오르골. 이밖에도 다른 캐릭터들의 오르골이 많이 있었는데 상점 안에서는 사진찍기가 조심스러워서 여기까지만. 


반나절 알차게 꼼꼼이 돌아보고 이제 돌아가려 한다. 돌아가는 길에 오타루 운하의 낮 풍경을 보고 가려 한다.

Posted by Travel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