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내용은 2008년 7월 기준입니다.
울릉도에서의 두번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섭니다.
도동약수공원이 가까운 곳에 있다네요. 약수공원은 왠지 아침에 가야만 할 것 같은 느낌^^
슬슬 걸어서 올라갑니다. 산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꽤 많이 올라가네요...더운날 헥헥거리면서 올라갑니다.
드디어 약수터를 만났습니다. 여기 물은 탄산철천으로 빈혈, 생리장애, 류머티즘 질환, 습진 등 피부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네요. 맛을 보는데...미네랄 워터처럼 약간 밍밍한 맛이 납니다만 몸에 좋다니까 마셔야죠ㅎㅎ
* Tip: 울릉도는 물이 정말 좋대요. 여기저기 약수가 나오는 식수대가 있어요. 생수 살 필요없이 빈병 들고 다니면서 식수대가 있으면 물 채우시면 돼요. 이런 식수대의 물은 성인봉 꼭대기에서부터 내려오는 약수라서 깨끗하고 좋은 물이라고 어떤 주민께서 설명해 주시네요. 가게에서 사먹는 생수는 오히려 엄청 비싸요. 육지에서 공수해 와서 비싼거라네요...
청마 유치환님이 쓰셨다는 울릉도 시비입니다.
위에서 내려다 본 마을입니다.
여기에 독도전망대케이블카도 있는데요, 도동항이 전체가 내려다 보이고 맑은 날에는 독도까지 한눈에 보인다네요.
저는 탈까말까 하다가 그냥 패쓰했어요. 여기에서도 충분히 전경이 보이고 어제 독도도 다녀왔고 해서요...
여기는 독도박물관입니다. 우리 나라 최초의 영토박물관으로 독도를 지키는 전진기지입니다.
야외 독도박물관에는 '대마도는 본시 우리나라땅'이라고 씌여진 표지석이 있습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있는 내용이라고 하네요.
내려오는 길 주변에는 야생화와 꽃들이 많이 피어 있습니다.
약수공원에서 슬슬 내려오며 어디서 아침을 먹을까... 고민합니다.
식당을 찾으며 마을 쪽으로 길을 걷는데 '성인봉 가는 길'이라는 표지가 보입니다.
아! 성인봉 넘어가서 건너편에서 밥먹어도 되겠다...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나중에 알고 보니 성인봉을 동네 뒷산인 줄 알았던 무지함에서 나온 용감함이더라구요 ㅡㅡ;;
어쨌든! 본의 아니게 아침식사보다 먼저 성인봉을 오릅니다. 오르는 길은 너무너무 좋습니다.
삼림욕장처럼 푸른 산책로(등산로)가 계속 됩니다.
중간중간 주변을 둘러보면 탁트인 산들도 보이고, 저멀리 바다도 보입니다.
워낙에 등산을 못하는지라 올라가는 길은 다소 힘이 드네요...ㅡㅡ;; 결코 만만한 길은 아닙니다.
맞은편에서 건너오는 사람들과 인사하고, 서로서로 응원하면서 오릅니다.
올라가는 길에 등산로 나무계단을 놓는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등고선이 그려진 산 지도를 들고 다니면서 계단에 쓸 나무 옮기는 경로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등산로가 아닌 곳으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큰길과 가장 가까운 경로를 찾는다고 합니다. 큰길까지 차로 가져온 나무를 거기서부터는 모노레일을 깔든 짊어지고 오든 해야 한다네요. 처음 만나는 독특한 직업이네요.
한참을 동행하면서 얘기합니다.
정상을 넘어 건너편으로 내려가면 산채비빔밥집이 있는데 거기에서는 꼭 호박막걸리 한 잔을 먹어야 한다는 고급 정보도 얻었고,
건너편 나리분지 쪽 계단이 지난해에 자기가 설계해서 놓은 것이니 내려가면서 자기의 수고를 기억해 달라는 부탁도 받았고,
다음에 다시 오면 지금 이 자리가 계단이 놓여 있을 것이라는 예언(?)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서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 쪽 길 확인해야겠다고 인사하고 등산로 담넘어 숲으로 사라집니다.
드디어! 성인봉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힘들게 올라왔습니다. 등산을 이렇게나 못하기도 힘들겠군요ㅡㅡ;;
산의 모양이 성스럽다고 하여 성인봉(聖人峰)이라고 한다네요.
지쳐서 DSLR을 꺼낼 힘도 없어서 똑딱이로 찍은 정상석입니다. 정상 밟은 인증샷입니다 ㅎㅎ
성인봉에 한참을 머물러 탁 트인 주변을 감상하다가 푹 쉬고 반대쪽, 나리분지 쪽으로 내려옵니다.
(사실 의도적으로 한참을 머문 것은 아니고, 정말 힘들어서 쪼~~금 오래 쉬었답니다 ㅡㅡ;;)
* Tip: 중간중간에 약수터가 있어요. 물병 들고 가다가 물을 채울 수 있을 때 꼭!꼭!꼭! 채우세요. 약수터가 한 동안 안 나타나는 길이 있거든요. 중간에 몇개 지나쳤다가 물 떨어져서 고생 약간 했어요...
저기 보이는 것 분명히 구름인데 연기나는 것처럼 보이네요...
반대쪽으로 내려오면 나리분지를 만납니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인데, 칼데라화구가 함몰되어 생성된 화구원입니다.
내려오는 길의 상당 부분은 이런 나무 계단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까 만난 그 아저씨의 지난해의 수고인가 봅니다. 부탁받은(?) 대로 수고에 감사 한 번 합니다.
그런데...이쪽으로 올라가지 않은 것이 저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생각입니다.
계단으로 이렇게 올라가려 했다면 중도에 포기했을지도...
이 야생화...이름은 모르겠는데 여기저기에 참 많습니다.
활짝 핀 게 참 예쁘네요.
한참을 내려오다 신령수를 만났습니다. 시원하게 물맛한번 보고 세수도 한번 합니다.
이것은 투막집입니다. 섬에서 나는 솔송나무와 너도밤나무를 우물정자 모양으로 쌓고 흙으로 틈을 메워 지은 집입니다.
자체 온습도 조절이 되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것이 특징이라고 하네요.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이 쪽은 정말 평평한 분지네요.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건너편으로 거의 다 내려오니 계단 놓는 아저씨가 말한 산채비빔밥집이 있습니다.
어영부영 어쩌다보니 오늘 종일 굶고 산을 탔네요 허걱...
아침밥 먹을 식당 찾다가 오른 성인봉이 건너편에 오니까 오후 6시가 다 되었습니다 ㅡㅡ;;
얼른 산채비빔밥을 주문하고, 추천받은 호박막걸리를 어찌 주문할까 고민합니다.
옆테이블에 버스로 온 단체 관광객 어르신들이 막걸리 항아리를 놓고 나누고 계십니다.
한 항아리는 절대 다 못 먹을 것이고....
"아주머니, 잔 술 팔아요?"
"(한 번 훑어 보시더니) 한 잔 2,000원에 줄께요"
"감사합니다. 주세요~"
이래서 맛보게 되었답니다~ 정말 맛있어요!!! 힘들게 산넘어서 그런지 더 달콤하고 맛있습니다^^
밥한그릇 순식간에(!) 다 비우고, 호박막걸리 한 잔 쭈~~~욱 들이키고, 이제 숙소로 돌아가야 합니다.
나리분지에서 내려와 버스를 타기 위해 천부로 갑니다. 여기에서 울릉도 순환버스를 탈 수 있거든요.
시간 맞추어 버스를 타고 다시 도동항의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하루는 참 길고도 짧았습니다.
성인봉 올라가는 길부터 반대로 내려와 나리분지까지 울릉도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너무나 무지하고 용감하게 가는 바람에 고생 좀 했지만 참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성인봉 꼭대기에서 보는 탁 트인 전경과 스쳐 지나간 시원한 바람이 자꾸만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