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31. 00:05

여행을 계획하면 대부분 거쳐가는 선택의 기로가 있습니다.


패키지 여행이냐 vs. 자유여행이냐.


이 별 것 아닌 것 같은 주제가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에는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만큼 심각한 고민입니다. 


패키지 여행과 자유여행.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더 좋을까요?


패키지 여행

출발부터 도착까지 항공, 숙박, 식사, 현지교통을 포함한 모든 일정을 여행사가 관리하는 상품입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아주 편리한 상품이지요. 


여행사에서 계약 관계에 의해 단체 구매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입니다. 여행자에게 가장 골치아픈 문제 중 하나인 현지의 이동수단을 해결해 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무엇을 할 지, 어디에 갈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며,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며 설명해 주기 때문에 여행지에 대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여행지에서 돌발상황과 변수 발생 시 현지를 잘 아는 사람의 적극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의지가 됩니다. 또한 음식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인들의 입맛에 적절히 맞추어진 현지식과 한식을 골고루 제공하므로 즐거운 여행을 도와줍니다.


반면, 나의 의지나 선호도와 상관없이 계획에 포함된 모든 곳을 정해진 시간만큼 머물러야 합니다. 더 머물고 싶은 곳이 있어도 시간이 되면 서둘러 떠나야 하고, 그다지 관심없는 곳도 반드시 들러서 계획된 시간만큼 머물러야 합니다. 전날 여행에 피곤하더라도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저렴한 상품일 수록 중간중간 쇼핑센터를 들러야만 합니다. 어떤 가이드를 만나느냐에 따라, 어떤 일행을 만나느냐에 따라 여행 전체의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습니다. 특히 쇼핑센터에서 많이 사지 않는다고, 옵션 투어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표정이 바뀌는 가이드를 만나거나, 일행 중 투덜이나 시비거는 사람이 있으면 여행 내내 유쾌하지 않습니다. 

(* 쇼핑센터를 들르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만, 저렴한 상품을 선택했다면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행 상품의 기본 가격은 정해져 있을 텐데, 고객은 그 가격을 돈으로만 지불하든(= 쇼핑이 없는 비싼 여행 상품), 돈과 시간(= 저렴한 상품 + 쇼핑센터에 들르는 시간)으로 지불하든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저렴한 상품을 선택하고 쇼핑에 불평하는 것은 나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겠다고 하는 심리로만 해석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그래도 너무 심한 경우가 많으니 예약 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 장점: 저렴한 가격. 알찬 일정. 준비과정이 쉬움. 전문 가이드 동반. 일행이 있음. 사고 발생 시 의지할 곳이 있음.

- 단점: 선택할 수 없는 정해진 일정. 쇼핑의 의무. 동행(가이드, 일행)에 따라 분위기 좌우

- 추천: 유적지/문화유산 여행 시. 여행이 처음인 사람. 여행을 준비할 시간이 없는 사람. 외로움을 타는 사람.  



자유여행

출발부터 도착까지 항공, 숙박, 식사, 현지교통을 포함한 모든 일정을 직접 준비하는 여행입니다. 


가장 큰 매력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나만의 여행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고 싶은 곳에만 가고, 먹고 싶은 것만 먹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어느 날 여행이 정말 피곤했다면 다음 날은 푹 쉬는 일정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일정은 여행 중에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습니다. 어쩌다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에 등장하지 않는 보물같은 장소를 발견하면 머물다 가면 됩니다. 운이 좋게 딱 그 때에만 하는 축제나 공연 등의 행사를 만나면 일단 즐기고 다음 일정을 조정하면 됩니다. 각지에서 여행 온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고, 현지 문화를 가까이 느낄 기회도 좀 더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렴한 항공과 숙박을 찾아 엄청난 손가락 품을 팔아야 하고, 일정 만들려면 현지 공부도 많이 해야 합니다. 비용은 비쌀 수도 있고, 싸게 할 수도 있는데, 여행의 의도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하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조정할 수 있습니다. 보통 단기여행을 패키지 여행보다 낮은 비용으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만이 더 나은 점일 것입니다. 중장기 여행이라면 비용을 조정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서 자유여행이 유리합니다. 단, 패키지 여행에서 제공하는 그 항공(보통 국적기)에 그 수준의 호텔을 알아본다면 패키지가 절대적으로 우월합니다. 개인은 절대 그 가격으로 예약할 수 없습니다. 자유여행의 비용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항공과 숙소인 만큼 저렴하게 하려면 저가항공이나 외항사를 이용하고, 숙소의 급을 낮추어야 합니다. 현지에서의 이동도 생각해야 할 부부입니다. 현지에서 어떤 교통수단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알아봐야 하고, 일본처럼 교통비가 비싼 동네에서는 동선이 길다보면 전체 교통비 지출이 상당합니다. 유적지나 문화유산은 아는 만큼 보이는데, 그만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내가 아는 만큼만 보고 오게 됩니다. 특히 돌발상황 발생 시에는 영사관에 연락을 하든 경찰에 신고를 하든 낯선 곳에서 모든 일을 알아서 해결해야 합니다.


- 장점: 나만의 여행. 여행일정의 유연성.

- 단점: 충분한 준비과정 필요. 모든 것을 스스로 준비하고 해결해야 함. 비용의 폭이 넓으나 높을 가능성이 많음.

- 추천: 시간 여유가 있는 여행(중장기 여행). 많이 경험하고픈 사람들의 배낭여행. 목적이 뚜렷한 여행.  



이렇게 패키지 여행과 자유여행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자유여행을 한다고 하면 정말 여행하는 것 같고, 왠지 여행 능력자 같고, 더 멋있어 보이고,

패키지 여행을 한다 하면 그냥 관광객 같고, 어르신들 중심의 이벤트 같기도 하여 심지어 젊은 사람들은 남들에게 쭈볏거리면서 자신없게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단지 여행의 형태가 다를 뿐이니, 나의 준비상태와 예산, 여행의 의도와 목적을 고려하여 그에 맞는 여행을 선택하고 즐거운 여행을 하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여행을 동경합니다. 저도 자유여행을 한 번쯤은 경험해 볼 것을 권장합니다.

다만, 자유여행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돌발상황에 대한 순발력과 대처능력,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꼭 먼저 인지해야 합니다. 처음은 어렵습니다만, 이 또한 여행을 계속하다보면 늘게 되는 능력치이니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Posted by Travel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