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6. 00:45

"패키지 말고 자유롭게 다니고 싶은데 영어를 못해서 못 가겠어요"


해외로 자유여행, 배낭여행을 떠나고 싶다 하면서도 외국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결국은 패키지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굉장히 많습니다. '외국어, 특히 여행가는 그 나라의 언어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라 물으면 '그래도 영어라도...'라는 답이 바로 돌아옵니다. 언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이미 결정된 생각은, 이미 떨어진 자신감은 바뀌지 않습니다. 



외국어를 못해서


여행에서 외국어가 얼마나 중요할까요? 정말 여행의 '필수' 요소일까요?

그렇다면, 명절 때 뉴스에 등장하는 인천공항에 모여있는 모두가 외국어 능력자일까요?


먼저 국내 여행을 상상해 봅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울릉도로 여행을 갑니다. 집에서 강릉이나 포항으로 가서 배를 타고 갈 것입니다. 미리 예약해 놓은 (혹은 가서 찾아서) 숙소로 가서 짐을 풀고, 검색한 맛집을 찾아 (아니면 눈앞에 보이는 식당 중 골라서) 밥을 먹습니다. 가고 싶었던 곳을 찾아다니면서 여행을 하고 저녁에 들어와 숙소에서 휴식을 합니다. 이 여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대화를 할까요? 반드시 대화를 해야하는 상황이 얼만큼 있을까요? 혹시 대화를 한다해도 어려운 이야기가 오가는 심도있는 대화가 이 속에 얼마나 들어 있을까요?

특히 가족, 친구 등 일행과 여행을 한다면 타인과 할 얘기가 생각보다 별로 없습니다. 우리끼리만 놀면 됩니다. 또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몸짓과 숫자로만 나누는 대화도 은근히 많습니다. 


해외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숙소에 체크인은 여권만 내밀면 알아서 처리하고 키를 내어 주고, 키에 쓰인 숫자의 방에 올라가고, 식당에서는 사진을 보고 음식 주문하고 계산서에 보여지는 숫자를 보고 돈내면 됩니다. 외국어의 어려움이 끼어들 틈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물론 그 나라의 언어를 할 줄 안다면 여행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더 편안하게, 더 쉽게 다닐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더' 편안하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지 그 나라의 언어를 모른다고 해서 여행이 안되는 것이 아닙니다. '더' 쉬워진다는 것이지 언어를 모르는 여행이 어렵다는 것은 아닙니다.



외국어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강조를 하면 듣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너는 영어를 하니까 그 심정을 몰라"


네. 순수하게 한국에서 나고 자랐고, 학창 시절에 영어를 완전히 포기했었지만 지금은 영어를 좀 합니다. 100% 다 알아듣지는 못하고, 유창하게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의사소통은 불편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그 영어를 여행을 하면서 배웠습니다. 학교다닐 때 일찌감치 포기했던 영어 덕분에 그 누구보다 기본 영어 단어가 부족하고 문법도 딸리면서 YES, NO, THANK YOU와 숫자 밖에 셀 수 없을 때 첫 해외여행을 했습니다. 그것도 미치도록 과감하게 워킹 홀리데이로 1년을 계획하고 생애 첫 비행기를 탔더랍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었는지 스스로도 의문이긴 합니다.) 영어를 못 하는 줄 이미 자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못 한다는 것을 호주 현지에서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1년을 살았고, 그 동안 얻은 것은 유창한 영어가 아니라 영어와 외국인에 대한 익숙함이었습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이 더이상 낯설거나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언어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으로 뒤늦게 영어를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영어로 숫자만 세었던 과거에도, 적당히 대화 정도는 할 수 있는 지금에도 변함없는 생각은 외국어는 여행의 필수 요소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과거나 현재나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받아들이는 분들은 영어를 하니까 그 심정을 모른다고 하더이다. 여전히 아닌 것 같은가요?


추가로, 영어도 영어권 나라에서나 큰 장점이 됩니다. 중국이나 일본은 물론이고, 스페인이나 그리스 등 유럽국가를 여행할 때도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은 도시나 마을이 많았습니다. 한국어(1.0)와 영어(0.5)의 1.5개국어를 하지만 전혀 필요없었습니다. 영어조차도 여행을 보다 쉽게 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만능키는 아닙니다.



인삿말과 숫자는 그 나라의 언어로 미리 알고 가자 


그렇다고 모든 언어를 배울 수는 없습니다. 3박4일의 여행을 위해 일본어를, 중국어를 마스터 할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속성 여행 외국어의 팁을 드리자면, 인삿말과 숫자를 알고 가는 것입니다. 


예, 아니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1, 2, 3, 4, 5, 6, 7, 8, 9, 10


인삿말은 처음보는 사람들과 조금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고, 숫자는 시간과 돈과 관련된 일들에 큰 도움이 됩니다. 여행하는 나라 언어로 이것만 미리 알고 가면 여행이 훨씬 쉬워집니다. (물론 이것을 몰라도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외국어는 여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규 교육과정을 거친 분들이면 누구나 모두가 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과감하게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Posted by Travel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