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블라 거리(La Rambla)는 카탈루냐 광장(Plaça de Catalunya)의 남쪽으로 바로 연결되어 있다. 거리를 따라 내려가면서 왼쪽 오른쪽 주변에 들를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아 이 길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반나절은 훌쩍 간다. 거리의 끝에서면 콜럼버스의 탑(Mirador de Colom)을 만나고 바다가 펼쳐진다.
람블라 거리는 걷고 싶은 거리, 걷기 좋은 거리, 커피 한 잔 마시기 좋은 거리이다. 차가 다니지 않는 거리라서 더욱 좋다.
거리 곳곳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 그냥 앉아 있는 사람,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까지 여유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 좋다. 스페인 여행에서 이 사람들에게 가장 부러운 모습 중 하나였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어느 곳에서 누군가는 치열하게 일하고,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겠지만 최소한 거리에서 보는 사람들은 모두 여유롭고 즐거워 보였다.
커피 한 잔... 참 별 것 아니지만 별거인 것.
람블라 거리에는 기념품을 파는 곳이 많다. 엽서나 냉장고 마그네틱, 조그만 가짜 명화들, 티셔츠, FC바르셀로나 소품 등을 살 수 있다. 길을 따라 기념품 가게가 꽤 많이 있었는데 판매하는 아이템들은 거의 비슷. 일부 기념품 샵은 관광안내소도 겸하고 있어서 관광버스 티켓이나 축구 입장권을 팔기도 한다. 머물던 중 하루는 첼시와 에스파뇰 경기 패키지(축구 경기장까지 왕복 교통 + 관람권)를 30유로에 팔고 있었다. 가려고 했으나 그 날 비가 좌락좌락 내리고 바람이 불고 추웠던 이유로 패쓰~. (FC바르셀로나 경기였다면 어떻게든 갔겠지만...)
람블라 거리의 랜드마크인 미로의 모자이크 바닥이다. 예쁜 타일, 모자이크 등이 하도 여기저기 많이 있다보니 가이드북에서 먼저 읽지 않았다면 그냥 모르고 지나갔을 바닥. 역시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듯 하다.
다른 나라 여행의 큰 재미 중 하나는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에는 그 나라의 사람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여행할 때 꼭 한 번 들러보는 곳이 그 동네의 전통시장이다. 흥정의 모습은 어딜가나 정겹고, 덤을 주는 손길은 넉넉해 보인다. .
내려가는 길 중간 쯤 오른쪽을 보면 전통시장인 보케리아 시장(Mercat Boqueria)이 있다. 여러가지 식재료와 음식들을 파는 곳이다. 꽤 큰 시장으로, 이제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관광객과 현지인이 한데 어우러져 바글바글... 사람이 무지하게 많다.
스페인 여행의 볼거리 중의 하나는 식재료나 음식을 파는 가게이다. 가게마다 물건들을 예쁘게 잘 쌓아서 진열해 놓는다. 장사를 준비하고 철수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궁금해지는 정도. 특히 야채와 과일을 파는 가게는 예술이다. 사과 하나, 피망 하나도 잘 닦아서 모두가 반들반들 윤이 나고, 차곡차곡 가지런히 줄지어 쌓아올려 놓은 것을 보면 진짜인지, 밀납 모형인지 헷갈린다. 이렇게 정성스레 장사를 준비하면서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왜 쌓아놓았는지 모르겠는 엄청 큰 가리비 껍질들과 거품 생성중인 싱싱한 게. 레알(!) 게.거.품.
하몽(Jamón)이 주렁주렁~. 차곡차곡 잘 쌓고, 고이고이 엮어서 매달아 놓은 과일과 야채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 온갖 모양의 젤리와 초콜릿 가게. 예술이야~ I love chocolate!! 이 곳의 젤리는 다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하는 다채롭고 재미있는 모양이다.
길가에는 양쪽으로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이 계속 된다. 건물 안에 위치한 레스토랑들도 거의 모두 그 앞에 노천 테이블이 놓여있다. 다소 쌀쌀한 날씨임에도 노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굳이 식사를 하지 않아도 커피 한 잔, 맥주나 와인 한 잔만 마시고 나와도 전혀 뭐라 하지 않는다. 맥주 한 잔과 타파 한 두 가지 가볍게 먹으면 딱~!!
관광객이 모이는 거리에는 꼭 등장하는 거리의 화가. 그리고 꼭 한 명씩은 있는 손님. 나는 한 번도 그려 본적 없는데, 언젠가 몽마르뜨 가면 그리려고 아끼는 중이다. (몽마르뜨 가면 초상화나 캐리커쳐 그리고, 색색가지 실로 머리 한 가닥 꼭 땋아야지..)
람블라 거리 끝, 바닷가에 다다를 무렵이면 지중해 바다를 가리키고 있는 늠름한 콜럼버스 선장님이 우뚝 서 계시다. 여전히 바다를 보며 방향을 지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저 분이 알려주는 대로 가면 무엇이 있을까?
바닷가에는 배?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상업용일까, 레져용일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저 배들이 돛대를 세우고 서 있는 푸른 바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인심좋은 저 아저씨는 쌀쌀한 바닷가 야경에 따뜻함을 더한다.
내가 가지고 갔던 가이드북, 프렌즈 스페인의 앞장에 저자의 말과 함께 '현지인이 말해 주는 살아있는 스페인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세션이 있다. 거기에 한 명의 말이 "제발 지도를 던져 버리세요! 마음 가는 대로 여행해야 진짜 스페인을 만날 수 있어요!"
어두워진 바닷가에서 잠시 쉴 겸, 다음은 어디로 가야할 지 생각할 겸, 마침 똑딱이 카메라가 말썽을 부려서 카메라를 손볼 겸 바닷가 벤치에 앉았다. 지도를 들여다 보고 있는데 옆자리 스페인 남자가 묻는다.
"어디에서 왔니?"
"한국"
"어디에 가려고 지도를 보고 있니?"
"글쎄... 어디로 갈 지 정하려고 보고 있어"
"지도 보지마. 지도 넣고 그냥 둘러 보면서 가고 싶은 곳으로 가. 바르셀로나잖아"
문득 가이드북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나며 연결이 되었다.
이 곳이 스페인이구나... 이 곳 사람들은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지도를 버리고 마음가는 대로 가면 되는 곳에 내가 있었다.
그렇게 그냥 터덜터덜 걷다가 몬주익(Montjuic)으로 올라갈 수 있는 푸니쿨라(Funicular, 등산열차)를 탈 수 있는 메트로 Paral-lel 역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고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텔레페릭(Teleféric, 케이블카)을 타고 바르셀로나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면서 몬주익 성(Castell de Mntjuic)까지 올라갈 생각을 하면서...
올라가서 텔레페릭 탑승장으로 갔는데 썰렁... 약 5분간의 차이로 이미 운행이 끝난 상태였다. 허탈....
텔레페릭이 아니면 못 올라가는 줄 알고 포기하려 했는데 같이 허탈해 하던 다른 한국인 두 명의 대화를 들으니 버스가 있단다. 빙고! 버스인들 어떻고 텔레페릭이면 어떨까.
꼭대기에 올라가서 보는 바르셀로나 시내의 야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는데 카메라에 그 느낌을 정확히 담을 수 없었다.
밤에 본 몬주익 성(Castell de Mntjuic)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조명을 받은 모습이 더욱 웅장하고 근엄하게 보였다. 더 많이, 더 오래 둘러보고 싶었으나 밤 시간의 언덕은 날씨가 너무 추웠고, 사람도 없어서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
시내를 하루종일 걸어도 전혀 힘들지 않고 볼거리,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한 매력적인 도시가 바르셀로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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