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1. 13:14

※ 2015년 12월 31일. 여행 넷째날


다시 돌아가는 길. 걸어온 사카이마치토리를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아까 왔던 길의 반대편으로 걸으면서 아까 놓친 풍경이 없는지 자세히 둘러본다. 재미있는 풍경들이 많다.







포토존이나... 여기서 셀카봉은 너무 웃길 것 같아서 패쓰~.



다시 돌아온 오타루 운하의 낮. 관광안내소 앞에는 인력거꾼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호객을 하고 있다. 추운데 고생이십니다...



그림이다... 이래서 오타루 오타루 하는구나... 낮에 보는 운하는 밤과 사뭇 다르다. 파란 하늘에 살짝 드리운 구름이 운하와 어울려 달력 그림을 만들어낸다. 





잠깐 운하를 둘러보고 숙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돌아온다. 어제 지난 숙소 앞 오래된 기찻길과 간이역.





골목 안 오래된 식당에 맺힌 고드름. 이런 풍경이 너무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시골에서조차 보기 쉽지 않은 풍경인데.



이제 정말 짐을 찾으러 돌아왔다. 어젯밤에는 보지 못했는데 계단 오르는 길에 이렇게 써놓았었구나.



가방을 찾으러 들어서니 게스트하우스 사랑방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대낮부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눈이 많이 와서인지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것 같다. 주인 언니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의 인사를 하고 배낭을 챙겨 나온다. 왠지 아쉽.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다. 오랜만에 딱 꿈꾸던 이상적인 게스트하우스를 만난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 옆건물에 제설용인지 불도저가 서 있는데 무지 귀엽다. 레고 같아...



오타루를 떠나기 전에 아점으로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찍어준 또 하나의 식당, 라멘집에 들르기로 한다. 지도에 표시해 준 곳을 찾아 이렇게 예쁜 골목길을 지나...



여기다!!! 토카이야(渡海家). 작은 로컬 라멘집인데 꽤나 유명한 집인 것 같다. 좌석도 몇 개 없다. 점심시간이 살짝 지났음에도 자리가 꽉 차 있어서 기다려야 했다.




지역 식당이라 역시나 말은 전혀 안 통하지만 눈빛 교환으로 모든 의사소통은 성공적. 한참을 기다리고 자리가 나서 주방장 앞에 앉았다. 자리앞에 놓인 일본어 메뉴판을 보니 까막눈이라 알 수가 없다. 아까 기다리면서 맨 끝에 앉아계시던 아저씨가 미소라멘을 주문하시는 것을 들었길래 나도 미소라멘으로 주문. 주문하고나서 보니 영어 메뉴판도 있긴 있네. 이미 주문 들어갔으니 끝.


 


뜨끈한 미소라멘이 나왔다. 여기 라멘이 대부분 그렇듯이 살짝 짭짤한데 그것 빼고는 정말 맛있다. 내가 라멘 취향이라서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 어떤 사람들은 고기 우린 일본 라멘이 기름져서 싫다는데 나에게는 이리도 맛난 걸까.



한 그릇 순식간에 뚝딱 비우고 역으로 간다. 아... 이제 정말 가는구나. 오타루에 너무 짧게 머물렀던 것 같아. 오타루역.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삿포로로 가는 기차가 안전상의 이유로 운행정지 상태였다. 꽤 오래 밀린 듯 역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1시 반이 조금 넘었는데 2시부터 운항 재개로 예상한단다. 일단 표를 끊고 기다리자 하고 티켓자판기에서 표를 끊었는데 갑자기 게이트가 열린다. 운항이 재게되었단다. 올~!!!!!! 역시 또 한 번의 운빨!



게이트 앞에 서 있을 때 마침 재개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선착순에 우선 순위를 갖게 되었다. 지하철처럼 생긴 자유석 좌석에 앉아서 편안하게 바깥 풍경을 보면서 지나간다. 이 열차는 해안선을 끼고 달려서 바깥으로 멋진 바다풍경을 볼 수 있다.


 오타루에서 삿포로로 갈 때는 왼쪽, 삿포로에서 오타루로 갈 때는 오른쪽 방향으로 바다풍경이 보인다. 




드디어 삿포로(札幌)에 입성. 마지막 여행장소에서 여행의 마지막 날이자 2015년의 마지막 날을 보내러 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숙소찾기. 일단 위치를 파악해야 하기에 또 WiFi를 찾는다. 삿포로역에는 관광안내소, JR안내센터 등 무료 WiFi가 꽤 많다. (물론 사람이 많은 만큼 엄청 느리지만) 관광안내소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면서 WiFi 신호가 조금이라도 강한 곳을 찾아 따라다니고 있으니 안내소 언니가 자꾸 뭐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와이파이가 필요하다고요... 우선 구글맵을 다운 완료.


자~ 이제 지하철 타고 출발. 예약해 놓은 홋카이도 선 게스트하우스(北海道 Sun Guesthouse)는 지하철 남북선을 타고 세 정거장 거리에 있는 기타니주요조(北24条)역에 있다.


알려진 대로 일본의 교통은 정말 비싸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나와 돌아다닐 것이니까 지하철 1일권을 끊었다. 세 번만 타면 본전은 뽑는 것이니 이게 훨씬 이득이다. 그만큼 돌아다닐 것인데 3번 안 타겠어? (그리고 3번 못탄들 어쩌겠어ㅎㅎ) 


1일권. 지하철 ONLY


기타니주요조(北24条)역에서 내려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역에서 거리는 멀지 않았으나 완전히 주택가라서 게스트하우스가 있을 만한 동네가 아닌 것 같다. 구글맵이 이 근처라고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간판도 없고 어느 집인지 모르겠다. 어리버리 헤매고 있는데 앞에 있는 집에서 실내복 차림의 아저씨가 나온다. (아마도 담배피우러 나온듯) 그 아저씨께 물어보니 '아! 게스트하우스?'하고 방향을 가리키시는데... 그 방향으로 길이 없다. 저 집인데.... 하시면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보시더니 저리로 가서 이렇게 돌아가란다. 손짓과 레프트, 라이트 두 단어로 길을 완벽하게 가르쳐 주신다. 눈앞에 보이는 집의 입구를 찾아 큰 골목으로 나가서 다시 돌아오니 아주 조그만 간판이 있다. 여기를 어떻게 찾으라고 ㅡㅡ;;  



어찌어찌 찾아온 게스트하우스는 큰 한옥(일옥?) 스타일의 단독주택이다. 일본 중년의 주인 아주머니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는데 의사소통 불가. 헉. 여기에서 여행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무리겠다. 그나마 도와주시는 다른 분이 몇 단어를 더 하셔서 어렵사리 체크인은 끝냈다.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 깨끗하고 주인분도 친절하고 좋은데 외국인들에게는 제약이 있는 곳이구나... 일본 게스트가 많겠구나...라고 생각.


방은 독특했다.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딱 일본식이라고나 할까. 2층 침대인데 침대자체가 가벽과 같은 것으로 완전히 막혀있고, 각 베드의 입구도 암막커튼이 달려있다. 1, 2층 침대의 입구 방향이 엇갈려 있어서 서로 간섭이 적다. 이런 침대 처음이야. 각 침대에는 USB전등과 콘센트가 개별로 달려있어 편리하다. 편의 시설에서 새로 지은 티가 팍팍. 


  

짐을 놓고 의사소통 불가로 더이상의 정보를 얻는 것은 포기하고 그냥 나온다.


첫번째로 가 볼 곳은 삿포로 맥주박물관. 12월 31일-1월 1일은 휴일이라는 불길한 정보를 얻었지만 외관이라도 한 번 보고 호....옥시 올해는 예외일까 하는 과도하게 긍정정인 희망을 안고 찾아간다. 지하철을 타고 히가시구야쿠쇼마에(东区役所前站)에서 내려 10-15분 걸어서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지만 이미 깜깜. 휴일이라 문닫하서 더 잠잠. 힝... 여긴 꼭 와보고 싶었는데...


아무도 없을 것 같았는데 나같이 뒤늦게 찾아온 관광객이 또 있다. 서로 사진찍어주는 커플이 있었는데 본의 아니게 도촬? 






이것이 Beer Brewing Kettle이란다. 여러 재료를 넣어서 끓여서 맥주를 양조하는 주전자라는데 1961년을 처음으로 해서 40여 년 동안 30,000번 이상 주조했다고 한다. 지금이 4m라는데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 친절한 안내판에는 이러한 설명과 함께 이것은 UFO가 아니라는 깜찍한 주의까지 붙어있다.



입구에 있는 대통. 옛날 영화에서 선원들이 마셨던 술통이 생각난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여기까지. 추운 겨울밤의 문닫은 박물관에는 더이상 아무 것도 없다. 다음에 꼭 또 와야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이번엔 오도리역(大通站)으로 간다. 야호! 세 번 채웠으니 1일권 손익분기점 돌파!

오도리역에서부터 시작해서 주변 구경하면서 스스키노(すすきの)까지 걸어가려 한다.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니까 뭔가 화려함을 즐겨야 할 것 같으니까.


오도리역을 나오면 커다란 트리가 기다리고 있다. 뒷쪽으로 보이는 삿포로 TV탑도 야경이 멋있다. 낮에 보지 못했지만 어쩐지 밤이 나을 것 같은 풍경이다.




오도리 공원에서는 지난주까지 일루미네이션 축제가 있었다고 한다. 또 한 번 호...옥시 잔재라도 남아 있을까 하여 둘러보고 물어보지만 휑하고 춥기만 하다. 여기에 꽃이 가득하면 정말 예쁘겠다. 또 한 번 다시 와야지...


봄여름가을겨울 볼 것이 넘친다는 오도리 공원 (지금은?)


주변 살짝 둘러보고 스스키노로 가야지. 마지막 밤은 화려하게~!




Posted by TravelGirl
2016. 2. 27. 01:22

※ 2015년 12월 31일. 여행 넷째날


오타루의 아침. 2015년의 마지막 날. 

느즈막히 일어나니 또다시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일단 짐을 싸고, 체크아웃 하기 전에 게스트하우스 구석구석 한 번 둘러본다. 핸드밀은 어디에 갖다 놓아도 멋진 장식품이 된다.




오타루 운하의 낮을 보고, 사카이마치도오리(堺町通リ)부터 오르골당까지 둘러보고 삿포로로 넘어갈 계획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맡겨두고 사카이마치거리 쪽으로 나간다. 여전히 눈은 펑펑 내리고 바람은 쌩쌩 불고 있다. 가는 길에 있는 오타루 우체국. 어제 저녁에 쓴 엽서를 우체국 앞 빨간 우체통에 넣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본 그대로의 우체통


오타루 데누키코지(小樽出拔小路). 1930년대 오타루 옛 거리를 재현한 골목인데 식당과 선술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다. 저 위에는 홋카이도 어딜가나 따라다니는 시로이 코히비또 간판이 떡~!



골목 안에는 눈보라 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꽤 많다. 


사카이마치거리(堺町通リ)로 가는 길목의 입구의 어느 가게. 상점 앞에 만들어 놓은 눈사람과 내리는 함박눈이 너무나 예쁘고 평화롭고 따뜻한 사진을 선물해 주었다.



눈보라가 점점 거세지고, 쌓이는 눈은 점점 높아져만 간다.



사카이마치 거리는 까페, 식당, 기념품샾이 모여있는 곳이다. 기념품샾에 들어가면 식품도 파는데 자꾸 이것저것 맛보라고 주신다. 거절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대략 받아먹고, 대략 지나치면서 지나간다. 받아먹었다고 다 샀다가는 첫 가게에서 한 보따리 사게 생겼다. 다양한 종류의 예쁜 기념품들도 많다.


다양한 종류의 노호혼 (몇 마리 집어오고 싶다...)


이거 괜찮은데? 황태 비슷한 것 같은데, 매달린 생선이 빙빙 돌면서 얼었다 녹았다 하며 마르는 것 같다. 우리나라 건어물 가게에 파리 쫓는 선풍기 같은 것에 생선이 매달려서 마르는 것이 신기하다.


초미니 황태덕장(?)


길가 언덕 위에 벤치 모양의 것이 박혀있다. 눈사태를 방지하는 시설로 추정된다. 처음 보는 것이라서 사진에 담았다. 눈이 쏟아지면 정말 쟤가 막아 주려나?



오타루는 유리공예도 유명하다. 이 거리 곳곳에 유리공예 기념품 파는 곳이 많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다.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유리로 만들었는데도 무지 정교하다. 



쇼핑거리에서 빠질 수 없는 길거리 음식. 길거리 음식도 고급지다(!). 게다리를 길거리에서 저렇게 팔 줄이야...




해산물을 골라서 구워 달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구워준다. 혼자 여행객이 해산물을 먹고 싶다면 식당보다 오히려 부담없이 간편하게 먹기쉽다.



멜론은 열대과일이 아니었던가? 저 멜론은 호주 워킹홀리데이 할 때 멜론농장에서 엄청나게 땄던건데 여기에서는 잘라서 얼음에 파묻어 놓았다. 더운 나라의 과일이라고 알고 있던 것을 얼려 놓아서 별로 안 끌림.



이 식당에는 유명한 사람이 많이 왔었나보다. 익숙한 얼굴인 박용하 님도 다녀가셨나보다. 하코다테에서 유명하다 했던 삼색덮밥도 팔고 있는데 하코다테보다는 살짝 비싸다. 도시니까 뭐...



사카이마치토리 쇼핑가는 물론, 오타루 곳곳에는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상점이나 식당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물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된 것 = 흉물스러운 것,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해서 재개발 우선 대상이고 싹 밀어버리는데 유럽이나 일본이나 참 잘 보존되어 있고 활용도 잘 하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은 좀 부럽다.





길을 걷다가 어젯밤 게스트하우스의 일본아이를 마주쳤다. 아이스크림 콘을 들고 있다. 맞다... 아이스크림... 나도 먹어야지...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곧 헤어진다. 저 친구도 오늘 삿포로 넘어간다 했었지.


오타루의 유명한 키타카로 제과점. 바움쿠헨(나무 케이크라고 하는 독일식 레이어 케이크)과 여러 종류의 쿠키, 카스테라, 케이크, 과자 등이 유명한 집이다. 하나 사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가장 맛있어 보이는 것은 보관이 냉장이다. 포기. 



누군가 말했다. 홋카이도에서는 눈을 보면서 꼭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고. 남들이 케이크를 잔뜩 사는 키타카로 제과점에서 아이스크림콘을 들고 나왔다. 플레인 바닐라로. 왜? 홋카이도니까. 눈이 소복이 쌓인 거리에서 흩날리는 눈을 맞으면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여기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 같다. 결론은? 기분은 째지고 입과 손은 엄청 춥고.



아이스크림을 너무 늦게 샀나보다. 천천히 거리를 거닐면서 먹으려 했는데 키타카로에서 나와서 조금 걸으니 벌써 메르헨 교차로(メルヘン交着点)가 나오고 건너편에 오르골 당이 보인다. 이런! 관광객의 매너가 있지. 오르골당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들어갈 수는 없는데...돌아가는 길에 살껄... 어쩔 수 없지. 다 먹고 들어가려고 그 추운 바깥을 그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들고 최대한 빠르게 먹으면서 어슬렁거린다.


삿포로에서 시작한 오타루 당일치기 여행은 보통 이 메르헨 교차로에서 시작한다. JR미나미오타루역(JR南小樽駅)에서 내려서 메르헨 교차로-사카이마치토리-오타루운하-JR오타루(JR小樽駅)역에서 돌아가는 코스로 많이들 다닌다.  


상야등. 오타루의 번성을 의미하는, 등대를 본따서 만든 등이다.

 





교차로 건너편에 오르골당 본점이 보인다. 저기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이스크림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아서...



길을 건너와서 오르골당 앞에서 보는 사카이마치토리 입구. 여기에서 보이는 풍경은 마치 유럽에 온 듯 하다.



오르골당 앞의 증기시계. 보일러로 증기를 만들어서 1시간 마다 뿜어 댄다.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시간에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시간도 모르고 아이스크림 먹느라 주변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시계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증기를 뿜어댄다. 또 한 번 운좋게도 별로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이 시계탑 앞에서 쭉뻗은 여자애가 포즈를 취하고 일행 남자애가 사진을 찍어준다. 한국애들이다. 연인끼리 놀러왔나 했는데 여자애가 눈에 많이 띄는 외모에 몸매이다. 사진 찍는 자세도 남다르다. 한두번 찍어 본 것이 아닌듯. 사진을 찍어주는 남자애도 카메라를 이것저것 바꿔가며 앵글 잡아가며 찍는다. 모델인 것 같다. 누구지? 유명한 아이인가? 잠시 궁금...


오르골 당 옆의 작은 카페에는 사람들의 소원이 트리에 가득 매달려 있다. 다들 소원이루세요~!!



드디어 아이스크림을 다 먹었다! 입 시려.... 이제 오르골당으로 입성!


오르골이라고 하면 보석함 같은 상자를 열면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 또는 태엽을 감으면 가녀린 발레리나가 돌면서 예쁜 멜로디가 나오는 것인줄로만 알았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오르골이 있을 줄이야!!!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좁았는지 또 한 번 깨닫는다. 내가 아는 오르골은 만분의 일도 안 되는 듯. 이 커다란 오르골당이 순수하게 오르골로만 가득 차 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르골에 열광하는 줄 몰랐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오르골탑(?)의 위엄. 장식품처럼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오르골이다.






페리스휠 오르골. 이것은 정말 탐나도다... 그런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크기가 꽤 커서 감히...




이런 박스도 오르골이다. LED 램프가 들어오는 최첨단(!) 오르골.



전통적인 오르골의 핵심파트를 곡목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케이스는 별도로 구매해서 입히면 된다.



2층에서 내려다 본 1층 전시관 모습. 규모가 어마어마...




누가봐도 일본 전통 인형. 물론 모두 오르골.



간단하게 박스 형태로도 판다. 저 줄을 쭉 잡아 당기면 줄이 말려올라가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이 인형들도 오르골. 박스 오르골처럼 꼬리 쪽에 당긴 줄을 쭉 당기면 소리가 난다.




예쁜 오르골들은 그만큼 가격이 비싸다. 조그만 기념품으로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는 그냥 예쁜 쇼핑백에 담긴 오르골.



워낙 큰 곳이라 3층까지 한참을 다 둘러보고 나오니 오르골 소리에 중독된 듯 귀와 머리가 멍~하다. 그래도 맑고 청아한 소리에 중독된 것이라 산뜻하다.


오르골당 본점 주변에는 작은 오르골 전시관들이 있다. 이 곳은 캐릭터 오르골이 가득한 상점. 토토로가 맞이하고 스튜디오 지브리 전문점이 있다는 말에 혹해서 꼭 들어가려고 찍어둔 곳.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의 제목이 붙어있다. 설레고 두근두근...^^



오르골 CD 플레이어. 고전적으로 보이나 소리는 CD에서 나는 것.



토토로 오르골. 이밖에도 다른 캐릭터들의 오르골이 많이 있었는데 상점 안에서는 사진찍기가 조심스러워서 여기까지만. 


반나절 알차게 꼼꼼이 돌아보고 이제 돌아가려 한다. 돌아가는 길에 오타루 운하의 낮 풍경을 보고 가려 한다.

Posted by TravelGirl
2016. 2. 23. 02:06

※ 2015년 12월 30일. 여행 셋째날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는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마을로 돌아온다. 차가 다니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덮여서 오솔길을 걷는 것 같다.


 


누군가 앙증맞게 눈사람을 만들어 인적없는 이 겨울길을 포근하게 해놓았다.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이런 불상들도 산길에 놓여져 있다. 뭔지는 모르겠다. 산책로 폐쇄로 직접 보진 못했지만 윗쪽 어딘가에 있다는 관음상의 사진도 이렇게 빨간 머플러를 두른 모습인 것을 보면 이들도 관음상 아닐까 추측만...



눈때문인지 여기저기 막힌 곳이 많아서 지도를 보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먼 길을 돌아왔다. 아까까지는 아주 여유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촉박해서 마음이 급해진다. 제때 기차를 탈 수 있으려나...막힌 길을 피해서 어찌어찌 내려왔는데, 내가 내려온 길도 마을 쪽에서 올라가는 입구는 차단되어 있다. 입구 폐쇄로 쳐 놓은 쇠사슬을 넘어서 산을 탈출(?)하고 드디어 마을을 만났다.


 

겨울철 노보리베쓰 온센 산책은 눈 때문에 쇄된 산책로 많다. 경로 선택과 시간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거닐 때에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


버스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에 고쿠라쿠도리(極楽通り) 상점가를 지난다. 아주 약간 시간이 있어서 살짝 둘러본다. 중간에 곰목장으로 가는 로프웨이 승차장으로 가는 오르막 계단이 있다. 곰 사파리도 아니고 사육하는 목장이라고 하길래 가볍게 패쓰. 나는 야생 취향이니까. 



길가에 염라당(閻魔堂)도 있다. 무슨 공연도 시간별로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볼 수는 없었다.

(춥기도 하고 너무 많이 걸어서 대략 찍었더니 사진도 기울고, 안쪽은 어둡고...사진 참 성의없네... ㅡㅡ;;)



곳곳에 있는 노보리베쓰 심벌 도깨비상. 그냥 지나쳤던 다른 두 마리 도깨비와 시리즈란다. 이건 연애도깨비라네. 누가 누구랑 연애한다는 건지... 남매같구만...



기념품 상점 앞에 있는 이 도깨비가 제일 맘에 든다. 귀여우면서도 뭔가 시크하니까.



이제 되돌아 갈 시간.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본의 아니게(!) 크게 한 바퀴 돌아왔다. 초록색으로 표시한 길이 지난 4시간 여 동안 내가 지나간 길. 중간 후나미야마 산책로에도 볼 것이 꽤나 많은 것 같은데 그 길 자체가 폐쇄되어 지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나중에 또 오면 되니까 많이 아쉽지는 않은 걸로~



14:10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돌아왔더니 이미 버스가 기다리고 있고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올라탔더니 맨 뒷자리에 한 자리 남아있다. 앉을까 말까 조금 고민하다가 허리아프고 다리 아파서 앉았더니... 옆 아주머니가 버스 뒷자리에 앉아서 가츠동을 드신다! 광장시장에서나 볼 듯 한 스티로폼 대접에 담긴 음식을 버스 뒷자리에서 이리도 자연스럽게 드시다니... 늘 타인의 신경을 쓰고 공공장소에서 조심스러운 일본인도 이럴 수 있구나... 왠지 새로운 느낌이다. 어딜가나 시골 인심, 시골 분위기는 비슷한 것 같다. 기차에서의 에키벤도 그렇고, 일본은 교통수단 안에서 무언가를 먹는 것에 아주 관대한 것 같다.


14:10 버스는 출발. 올 때와 마찬가지로 15분쯤 후 기차역에 도착한다. 아까처럼 코인로커 대란이면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넘겨주려고 마음먹고 갔더니 오후라 그런가 관광객도 별로 없고 로커가 널널하다. 내가 짐을 뺀다고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상황이 아니다. 오전만 그렇구나... 당일치기로 들르는 사람이 꽤 많은 듯 하다. 그냥 짐을 뺀다.


그.런.데. 기차가 지연이다!!! 오늘 오타루까지 가려 하는데 삿포로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삿포로 역에서 오타루 행 열차를 갈아타는 간격이 15분인데 이 열차가 10분 지연이다. 5분 안에 갈아탈 수 있으려나.. ㅡㅡ;; 일단 뭐... 타야지 어째... 


드디어 오타루로 고고!


1시간 여를 달려서 삿포로에 도착했는데 열차 출발 지연 때문에 시간이 없다. 말도 통하지 않는 동네에서 두리번 거릴 여유도 없어 내리자마자 역무원께 표를 들이밀고 여기 간다 했더니 건너편 플랫폼을 가리키신다. 밑으로 내려가서 다시 올라가야 하기에 무조건 달림. 건너편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오타루행 열차가 도착한다. 이것도 1분 지연된 듯. 휴... Perfect timing!! 


지정석 자리를 지정한 것이 어찌나 다행인지... 이렇게 뛰어왔는데 서서 가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지정석 좌석은 훨씬 넓고 편안하다. 안심하며 푹 쉬면서 간다. 여전히 시트 앞쪽에 있는 티켓꽂이가 참 마음에 든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자는 사람 안 깨워도 되고, 말 안 통하는데 주섬주섬 챙기지 않아도 되고 완전 좋다. 사소한데 혼자만 감탄하면서 40여 분 후 오타루에 도착! 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오타루구나... 



삿포로에서 오타루까지 타고 온 열차


예상대로(!) 관광안내소는 문을 닫았다. 앞에 나오니 상가도 절반 이상 문을 닫았다. 이젠 새롭지도 않아... 홋카이도의 겨울밤에 점점 적응하고 있는 듯 하다. 우선 숙소를 찾아야 하기에 역에서 잠깐 WiFi를 붙여서 잽싸게 구글맴을 다운받아 찾아간다. 역시 구글맵이 진리. 이거 없을 때엔 저녁에 도착해서 맵을 못 받으면 어떻게 찾아가나 몰라... 예전엔 다 그러고 다녔었는데 어찌 했었는지 기억이 없다. 어쨌든 문명은 확실히 활용해 주는 걸로~


큰 길과 골목을 지나, 반쯤 문닫은 상점가 거리를 지나 숙소를 찾아간다.



아주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리 봐도 간판이 없다. 주위를 둘러봐도 숙박업소가 있을 법한 건물도 없다. 구글맵은 분명히 여기라고 하는데...?? (나중에 알고나서 정확도에 감탄!!) 옆 건물에 아주 작은 간판...이라기보다 그냥 게스트하우스 이름만 유리문 위에 딸랑 붙어있다. 윗층이 게스트하우스란다. 괜찮을까?


 

오타루 에키마에 게스트하우스 이토(小樽駅前ゲストハウス-糸)


올라가보니 안은 밖과는 달리 아주 따뜻한 곳이다. 일본식 바닥 마루에 앉아서 check-in 하고, 설명듣고, 올라가서 방을 소개 받았다.

3 bed room인데 아무도 없다.


"오늘 방 비어?"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아니... full인데 아직 도착을 안 했어. 어느 침대 쓸 껀지 니가 먼저 골라"

"아... 좋아!"


 


여기는 도미토리라도 2층 침대가 아니라 싱글침대 3개가 놓여있고, 이불도 참 폭신하고 좋다. 만족도 200%. 밖에서 보던 우려가 싹 날아갔다. 다른 사람들이 또 올 거라니 제일 구석자리 침대를 골라서 짐을 풀었다. 이 이불 완전 마음에 들어!



짐 풀고 바로 내려와서 주인 언니한테 오타루 운하 가는 길과 괜찮은 식당을 물었다. 오타루는 스시가 유명하다는데, 대부분의 스시나 해산물 식당은 큰 식당이라 혼자 먹기 애매하다. 주인 언니가 합리적인 가격에 혼자여도 먹기 좋은 회전초밥집과 자기가 좋아하는 라멘집을 추천해 준다. 운하는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한다.


슬슬 걸어나가 운하쪽으로 간다. 여기가 오타루구나... 눈이 엄청나게 소복이 쌓여있는 길도 참 예쁘다.


  


운하는 한 눈에 찾을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다는 작은 다리(아사쿠사 다리, 淺草橋) 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관광객 바글바글... 너도나도 사진삼매경에 셀카봉에... 명불허전 오타루 운하의 야경은 정말 예쁘다. 예쁘긴 한데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으로 과장된 조명이 조금 아쉽다. 백색광으로 그저 밝기만 주고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다. 과하게 인위적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다.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그 유명한 오타루 운하의 가스등.



작은 다리 위의 시계탑. 밤이라 탑은 안 보이고 시계만 반짝반짝. 영하 1.2도라는데 강가에서 불어오는 바람 탓에 체감온도는 더 낮다. 훨씬 춥게 느껴진다.  



건너편 오래된 창고의 조용하고 스산한 풍경이 왠지 더욱 끌린다. 주렁주렁 늘어진 고드름이 운치있어 더욱 맘에 든다. 잔잔한 물에 반사되는 반영도 좋다. 





운하를 오르내리는 관광용 배도 다닌다. '운하 크루즈'라는데 크루즈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고 소박한 배인데다 관광용으로 주변이 휑하게 뚫려서 겨울에 타기에는 많이 추워 보인다. 그래도 많이들 탄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인 듯.




크루즈 선착장 건너편을 보니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인다. 저건 뭐지? 

(오타루에 대해서는 운하와 오르골당만 알고 있던 터라 정보가 너무 없던 상태여서... )


오타루 운하 플라자(小樽運河プラザ)이다. 관광안내소와 기념품 상점이 있고, WiFi도 되고, 따뜻하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밖에 추운데 있었던 터라 이 따뜻함이 정말 반갑다. 




운하 플라자 안에 있는 와인잔으로 쌓은 트리. 여러가지 색깔의 조명을 비추어 계속 다른 느낌을 준다. 빨간 조명은 따뜻하고, 파란 조명이 비추면 시원하고. 와인트리 앞은 좋은 포토존이라서 들어오는 사람마다 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정말 연말같고, 축제같다.



이 곳 기념품 상점에는 예쁘고 특이하면서도 기념이 될만한 상품들이 많다. 여기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꼭 사야한다. 다른 곳에서 팔지 않는 것들이 꽤나 많아서 나중에 사야지 하고 미루면 나중에 못 구해서 후회할 수 있다.


요고가 있을 때 살껄...하고 후회하는 아이템. 맥주 캬라멜이란다. 실제 맥주가 들어있는 알콜 함량 0.05%의 캬라멜.

'오타루' 맥주 캬라멜도 아니고 '홋카이도' 맥주 캬라멜이라길래 홋카이도 아무 곳에서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돌아가기 전에 삿포로에서 사려고 지나쳤더니 아무데도 없다. 있을 때 샀어야 할 것을... 아쉽지만 언젠가 또 만날 날이 있겠지.  



편지를 써서 부치는 작은 우체통도 있다. 매장 내에서 실제 우표를 판다. 엽서를 써서 여기에 넣으면 진짜 배달된단다. 어딘가에 엽서를 꼭 써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게 하는 귀여운 우체통이다. 



친구에게 보낼 엽서 두 장을 사서 보내고 가려고 잠시 앉아 두 줄 쓰는데 7:00pm 문닫을 시간이라고 나가란다. 주섬주섬 챙겨서 추운 밖으로 다시 나온다. 운하프라자 앞에는 유명한 충견 하치의 동상이 있다. 얘가 이 동네 개였던가?



게스트하우스 주인 언니가 찍어준 회전초밥집을 가보려 한다. 추운 날씨에 라멘이 더 땡기긴 하는데, 동선상 초밥집이 가깝고 라멘집은 멀다. 게다가 라멘집은 역 근처에 있어서 삿포로로 돌아갈 때 어차피 지나야 하는 길이라서 오늘은 초밥집으로 결정.


운하를 따라 내려온 길 반대쪽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다시 강가로 내려와서 운하를 따라간다. 반대편에서 보니 느낌이 다르다. 저쪽에서 본 운하는 화려하고 잔잔했는데, 이쪽에서는 눈이 더 많이 보여서인지 포근하고 고요하다.


  

도착! 자~ 여기입니다!! 큰 길가에 있는 꽤 큰 집이라 찾기가 쉬웠다. 이렇게 큰 집이면 혼자 먹기 난감할 텐데... 살짝 걱정이다.


홋카이도는 해산물이 유명한데 스시나 해산물 요리는 어딜가나 항상 비싸다. 여기가 상대적으로 싸긴 하지만 그렇다고 싼 음식은 아니다. 또한 해산물 음식 식당은 보통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어서 혼자 들어가서 먹기가 어색하고 난감하다. 혼자 여행의 단점.



어쨌든 안에 들어가본다. 아니다 싶으면 나오면 되니까. 그런데..짜잔~!! 올~ 좋은데?! 혼자 앉아 드시는 분들도 꽤 된다. 여기서 먹는 것으로 결정.




그.런.데. 말이 안 통하고 영어 메뉴가 없다! 어차피 눈으로 보고 집어 먹으면 되고, 일본어 메뉴판에 사진이 크게 있어서 별 문제는 되지 않을거라 생각하는 것도 잠시, 회전초밥집이 처음이라 어떻게 계산하는지 모른다. 아주아주 오래 전에 용산에서 한 번 가봤었는데, 거기는 회전초밥 뷔페라서 입장료처럼 내고 아무거나 집어먹었었다. 아주머니와 대략 손짓과 온몸을 사용해서 한 대화로 그냥 집어먹으면 된다는 것까지는 이해했는데 종류별로 가격이 다른데 어떻게 계산을 하지?가 너무나 궁금하다. 서로 자기만의 얘기를 하면서 전혀 뜻이 전달되지 않는 대화 중 접시 색깔이 다른데 메뉴판에 표시된 색이랑 같다는 것을 발견. 아하! 이제 먹자~!



윗층에는 초밥이 빙빙 돌아가고, 아래층에는 물컵과 종지 등이 빙빙 돌아간다. 이것 또한 귀엽고 신기하다.



하코다테에서 시도할까말까를 고민했던 이쿠라를 드디어 시도해 보려한다. 초밥 위에 올라가는 양 정도면 시식(?)하기에 적당하고, 혹시 못 먹겠더라도 초밥 한 접시 가격은 포기해 줄 만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이쿠라는 오지 않는다. 주문하면 되는데 말이 안 통하는 상태에서 주문이라는 것은 대단한 도전. 그래도 해봐야지. 손들어 불러서 메뉴판 사진으로 보여줬더니 해주신단다. 성공!


이쿠라는 즐길 맛은 아니었지만 일단 먹을 수는 있을 정도이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범주로 이동. 앞으로 주저없이 먹는 걸로. 


나의 주문을 받고 이쿠라 스시를 만들고 계시는 주방장님


오늘의 저녁식사. 초밥 3접시 + 나마비루. 잘 먹었습니다~!!!


 

 


슬슬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커다란 쇼핑거리가 있는 쪽으로 일부러 멀리 돌아왔는데 예상대로 이미 문을 다 닫았다. 겨울의 이 동네는 정말 밤이 긴 곳이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한다.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숙소로 들어온다.




옛 간이역


숙소에 돌아오니 공용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묘미는 낯선이들과의 수다. 옷을 갈아입고 사 온 맥주 한 캔 들고 낮에 쓰다 만 엽서 두 장 들고 테이블에 동참한다. 주인장 두 명과 게스트 네 명이 일본어로 대화하고 있다. 이런! 다들 일본인인가? 대화에 끼기 힘들겠다 잠시 생각하며 일단 엽서부터 쓰기 시작한다. 요즘 세상에 엽서를 쓰고 있으니 신기하게 보였다보다. 이 시대에 본 적 없는 아날로그 감성이라 그런가. 엽서를 계기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알고보니 게스트 4명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한국, 일본 아이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리 다들 일본어가 유창하대? 이건 뭐지? 

다행히(?) 말레이시아 아이가 일본어가 썩 유창한 편이 아니어서 그 대화 속에 완전히 끼어있지 못한 상태였나보다. 그 아이도 일본어 못하는 내가 아주 반가운가보다. 우리끼리 또 다른 대화를 시작한다. 주인 언니는 적절히 영어와 일본어를 섞으면서 나를 소외되지 않게 신경 써 주었다. 아리가또~!! 


말레이시아 아이: 영어 Good, 일본어 So So

베트남 아이: 영어 Good, 일본어 Good (도쿄에 있는 일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단다)

한국 아이: 영어 bad. 일본어 Good

일본 아이: 영어 전혀 못함. 일본어 Excellent

나: 영어 적당히. 일본어 전혀 못함


이러니 공용어로 대화가 되겠냐고. 그래도 이런저런 주제로 이 언어 저 언어 섞어가면서 정말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다들 여행도 꽤 많이 했고, 특히 구석구석 일본여행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라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여행 경험, 일본여행 얘기, 사는 얘기 등등...


베트남 아이는 일본 IT 업계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란다. 더 나은 환경, 더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픈 24살 아이. 말레이시아 아이가 용기를 준다. 


(말레이시아) "네 나이에는 모든 걸 할 수 있어. 넌 아직 어리잖아? 하고싶은 것 다 해봐. 내일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떠나도 되는 것이 네 나이야. Old man의 이야기니까 새겨들어."


(나) "그러는 너는 몇 살인데?"


(말레이시아) "29살. 조금 후면 30이 돼. 저 나이면 모든 걸 할 수 있을텐데 나이가 너무 들어버렸어."


29살 Old man. 니 나이도 아름답다, 임마!! 한 살 더 어리면 한 뼘 더 아름답다. 20대가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 나이인지 그때는 절대 모른다.


말레이시아 아이는 내일 처음으로 스노우보드를 타러 스키장에 간다하고, 베트남 아이는 더 북쪽으로 떠난다 하고, 한국 아이와 일본 아이는 각자 삿포로로 간다고 한다. 국적만큼이나 다양한 계획이다. 모두의 여행을 응원한다.


한참을 수다 떨고 나서 자정이 되어서야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다. 돌아온 내 방에는... 아싸~!! 3인실에 나 혼자다! 이 큰 방 혼자 난방하기가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나는 게스트니까. 


오늘도 긴 하루. Good Night!





Posted by Travel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