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5. 21:06

※2016년 1월 1일. 여행 다섯째날. 마지막날


아침에 내려와 보니 어제의 복잡한 파티는 흔적도 없고 조용히 아침식사만 마련되어 있다. 간단한 아침식사는 무료.



11시 40분 열차로 삿포로 역에서 공항으로 가야 하기에 시간이 많지 않다. 여행의 마지막날이라서 사치 한 번 크게 부려서 공항까지 가는 지정석 티켓을 샀다. 며칠동안 잘 놀았으니 편안한 귀국길을 위해 이 정도 사치는 해주는 걸로.


시간이 많지 않아서 삿포로 역 주변에서만 놀다가기로 한다. JR타워 한 번 구경하고, 어제 마스터가 알려준 대로 옆에 BIC 카메라에 가서 켄다마를 사는 것이 마지막 계획이다. 사고싶었던 것은 대부분 어제 돈키호테에서 샀으니 여기에서는 켄다마만 봐야겠다.


BIC 카메라에는 역시나 관광객들이 물건들을 어마무시하게 쓸어담고 있었다. 장난감 코너에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못 찾겠다. 결국 직원한테 물어보고 찾는다. 켄다마도 종류가 꽤 많고 가격 폭도 다양하다. 비슷해 보이는데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정말 아이들 장난감처럼 보이는 것은 아주 싸고, 마스터용으로 라벨이 붙은 것은 꽤나 비싼데, 모를 때는 중간을 고르는 것이 최선. 연습하다가 재미있으면, 실력이 좋아지면 그때 마스터용을 다시 사면 되니까. 아동용이 아닌 적당한 장난감 수준으로 하나 득템.


이건 무슨 컨셉의 기념품이지? 홋카이도에서 나는 모든 것을 곰과 접합시킨 독특한 기념품. 그런데 안 예뻐...



공항으로 가는 열차는 사람이 많다. 이제 정말 여행이 끝나가는구나. 여행의 끝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밀려온다.



저 티켓꽂이도 이제 마지막이네. 지정석 예약하기를 잘 한 것 같다. 여행은 뒤로 갈수록 편안하게~



신치토세 공항역이 있는 국내선 터미널에서 국제선 터미널로 넘어가는 길. 트릭아트가 벽에 쭉 그려져 있다. 올 때는 왜 몰랐을까? 그 때는 길 찾느라 어리버리 한 곳만 보고 직진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나보다. 공항의 소소한 재미. 





면세점에서는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 개봉에 맞추어 여러가지 스타워즈 관련 아이템들을 팔고 있는데, 이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집에 한 세트 들여놓고 싶다. 진심으로.



연휴가 끝나서 공항에는 돌아가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바글바글. 체크인에도 시간이 엄청나게 걸렸다. 티웨이 항공은 수하물 제한이 있는데, 뭘 그리들 많이 사셨는지 한 팀 수하물 체크인에 시간이 어마어마 걸린다. 삿포로에서만 판다는 삿포로 클래식 맥주를 기념품으로 사오고 싶었는데 가방을 부치면 찾을 때 시간이 엄청 걸릴 것 같아서 내 가방은 들고 타기로 한다.


드디어 비행기가 뜨고... Bye 삿포로... Hi 인천.... 나 돌아왔다...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 이륙                                    하늘에서 보는 인천공항


4박 5일의 짧은 홋카이도 겨울여행이 끝나고, 2016년 새해가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의 기억과 인연으로 또 다음 여행까지 열심히 살아야지. 새해니까.


홋카이도 겨울여행 끝.





Posted by TravelGirl
2016. 2. 23. 02:06

※ 2015년 12월 30일. 여행 셋째날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는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마을로 돌아온다. 차가 다니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덮여서 오솔길을 걷는 것 같다.


 


누군가 앙증맞게 눈사람을 만들어 인적없는 이 겨울길을 포근하게 해놓았다.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이런 불상들도 산길에 놓여져 있다. 뭔지는 모르겠다. 산책로 폐쇄로 직접 보진 못했지만 윗쪽 어딘가에 있다는 관음상의 사진도 이렇게 빨간 머플러를 두른 모습인 것을 보면 이들도 관음상 아닐까 추측만...



눈때문인지 여기저기 막힌 곳이 많아서 지도를 보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먼 길을 돌아왔다. 아까까지는 아주 여유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촉박해서 마음이 급해진다. 제때 기차를 탈 수 있으려나...막힌 길을 피해서 어찌어찌 내려왔는데, 내가 내려온 길도 마을 쪽에서 올라가는 입구는 차단되어 있다. 입구 폐쇄로 쳐 놓은 쇠사슬을 넘어서 산을 탈출(?)하고 드디어 마을을 만났다.


 

겨울철 노보리베쓰 온센 산책은 눈 때문에 쇄된 산책로 많다. 경로 선택과 시간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거닐 때에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


버스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에 고쿠라쿠도리(極楽通り) 상점가를 지난다. 아주 약간 시간이 있어서 살짝 둘러본다. 중간에 곰목장으로 가는 로프웨이 승차장으로 가는 오르막 계단이 있다. 곰 사파리도 아니고 사육하는 목장이라고 하길래 가볍게 패쓰. 나는 야생 취향이니까. 



길가에 염라당(閻魔堂)도 있다. 무슨 공연도 시간별로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볼 수는 없었다.

(춥기도 하고 너무 많이 걸어서 대략 찍었더니 사진도 기울고, 안쪽은 어둡고...사진 참 성의없네... ㅡㅡ;;)



곳곳에 있는 노보리베쓰 심벌 도깨비상. 그냥 지나쳤던 다른 두 마리 도깨비와 시리즈란다. 이건 연애도깨비라네. 누가 누구랑 연애한다는 건지... 남매같구만...



기념품 상점 앞에 있는 이 도깨비가 제일 맘에 든다. 귀여우면서도 뭔가 시크하니까.



이제 되돌아 갈 시간.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본의 아니게(!) 크게 한 바퀴 돌아왔다. 초록색으로 표시한 길이 지난 4시간 여 동안 내가 지나간 길. 중간 후나미야마 산책로에도 볼 것이 꽤나 많은 것 같은데 그 길 자체가 폐쇄되어 지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나중에 또 오면 되니까 많이 아쉽지는 않은 걸로~



14:10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돌아왔더니 이미 버스가 기다리고 있고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올라탔더니 맨 뒷자리에 한 자리 남아있다. 앉을까 말까 조금 고민하다가 허리아프고 다리 아파서 앉았더니... 옆 아주머니가 버스 뒷자리에 앉아서 가츠동을 드신다! 광장시장에서나 볼 듯 한 스티로폼 대접에 담긴 음식을 버스 뒷자리에서 이리도 자연스럽게 드시다니... 늘 타인의 신경을 쓰고 공공장소에서 조심스러운 일본인도 이럴 수 있구나... 왠지 새로운 느낌이다. 어딜가나 시골 인심, 시골 분위기는 비슷한 것 같다. 기차에서의 에키벤도 그렇고, 일본은 교통수단 안에서 무언가를 먹는 것에 아주 관대한 것 같다.


14:10 버스는 출발. 올 때와 마찬가지로 15분쯤 후 기차역에 도착한다. 아까처럼 코인로커 대란이면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넘겨주려고 마음먹고 갔더니 오후라 그런가 관광객도 별로 없고 로커가 널널하다. 내가 짐을 뺀다고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상황이 아니다. 오전만 그렇구나... 당일치기로 들르는 사람이 꽤 많은 듯 하다. 그냥 짐을 뺀다.


그.런.데. 기차가 지연이다!!! 오늘 오타루까지 가려 하는데 삿포로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삿포로 역에서 오타루 행 열차를 갈아타는 간격이 15분인데 이 열차가 10분 지연이다. 5분 안에 갈아탈 수 있으려나.. ㅡㅡ;; 일단 뭐... 타야지 어째... 


드디어 오타루로 고고!


1시간 여를 달려서 삿포로에 도착했는데 열차 출발 지연 때문에 시간이 없다. 말도 통하지 않는 동네에서 두리번 거릴 여유도 없어 내리자마자 역무원께 표를 들이밀고 여기 간다 했더니 건너편 플랫폼을 가리키신다. 밑으로 내려가서 다시 올라가야 하기에 무조건 달림. 건너편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오타루행 열차가 도착한다. 이것도 1분 지연된 듯. 휴... Perfect timing!! 


지정석 자리를 지정한 것이 어찌나 다행인지... 이렇게 뛰어왔는데 서서 가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지정석 좌석은 훨씬 넓고 편안하다. 안심하며 푹 쉬면서 간다. 여전히 시트 앞쪽에 있는 티켓꽂이가 참 마음에 든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자는 사람 안 깨워도 되고, 말 안 통하는데 주섬주섬 챙기지 않아도 되고 완전 좋다. 사소한데 혼자만 감탄하면서 40여 분 후 오타루에 도착! 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오타루구나... 



삿포로에서 오타루까지 타고 온 열차


예상대로(!) 관광안내소는 문을 닫았다. 앞에 나오니 상가도 절반 이상 문을 닫았다. 이젠 새롭지도 않아... 홋카이도의 겨울밤에 점점 적응하고 있는 듯 하다. 우선 숙소를 찾아야 하기에 역에서 잠깐 WiFi를 붙여서 잽싸게 구글맴을 다운받아 찾아간다. 역시 구글맵이 진리. 이거 없을 때엔 저녁에 도착해서 맵을 못 받으면 어떻게 찾아가나 몰라... 예전엔 다 그러고 다녔었는데 어찌 했었는지 기억이 없다. 어쨌든 문명은 확실히 활용해 주는 걸로~


큰 길과 골목을 지나, 반쯤 문닫은 상점가 거리를 지나 숙소를 찾아간다.



아주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리 봐도 간판이 없다. 주위를 둘러봐도 숙박업소가 있을 법한 건물도 없다. 구글맵은 분명히 여기라고 하는데...?? (나중에 알고나서 정확도에 감탄!!) 옆 건물에 아주 작은 간판...이라기보다 그냥 게스트하우스 이름만 유리문 위에 딸랑 붙어있다. 윗층이 게스트하우스란다. 괜찮을까?


 

오타루 에키마에 게스트하우스 이토(小樽駅前ゲストハウス-糸)


올라가보니 안은 밖과는 달리 아주 따뜻한 곳이다. 일본식 바닥 마루에 앉아서 check-in 하고, 설명듣고, 올라가서 방을 소개 받았다.

3 bed room인데 아무도 없다.


"오늘 방 비어?"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아니... full인데 아직 도착을 안 했어. 어느 침대 쓸 껀지 니가 먼저 골라"

"아... 좋아!"


 


여기는 도미토리라도 2층 침대가 아니라 싱글침대 3개가 놓여있고, 이불도 참 폭신하고 좋다. 만족도 200%. 밖에서 보던 우려가 싹 날아갔다. 다른 사람들이 또 올 거라니 제일 구석자리 침대를 골라서 짐을 풀었다. 이 이불 완전 마음에 들어!



짐 풀고 바로 내려와서 주인 언니한테 오타루 운하 가는 길과 괜찮은 식당을 물었다. 오타루는 스시가 유명하다는데, 대부분의 스시나 해산물 식당은 큰 식당이라 혼자 먹기 애매하다. 주인 언니가 합리적인 가격에 혼자여도 먹기 좋은 회전초밥집과 자기가 좋아하는 라멘집을 추천해 준다. 운하는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한다.


슬슬 걸어나가 운하쪽으로 간다. 여기가 오타루구나... 눈이 엄청나게 소복이 쌓여있는 길도 참 예쁘다.


  


운하는 한 눈에 찾을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다는 작은 다리(아사쿠사 다리, 淺草橋) 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관광객 바글바글... 너도나도 사진삼매경에 셀카봉에... 명불허전 오타루 운하의 야경은 정말 예쁘다. 예쁘긴 한데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으로 과장된 조명이 조금 아쉽다. 백색광으로 그저 밝기만 주고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다. 과하게 인위적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다.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그 유명한 오타루 운하의 가스등.



작은 다리 위의 시계탑. 밤이라 탑은 안 보이고 시계만 반짝반짝. 영하 1.2도라는데 강가에서 불어오는 바람 탓에 체감온도는 더 낮다. 훨씬 춥게 느껴진다.  



건너편 오래된 창고의 조용하고 스산한 풍경이 왠지 더욱 끌린다. 주렁주렁 늘어진 고드름이 운치있어 더욱 맘에 든다. 잔잔한 물에 반사되는 반영도 좋다. 





운하를 오르내리는 관광용 배도 다닌다. '운하 크루즈'라는데 크루즈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고 소박한 배인데다 관광용으로 주변이 휑하게 뚫려서 겨울에 타기에는 많이 추워 보인다. 그래도 많이들 탄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인 듯.




크루즈 선착장 건너편을 보니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인다. 저건 뭐지? 

(오타루에 대해서는 운하와 오르골당만 알고 있던 터라 정보가 너무 없던 상태여서... )


오타루 운하 플라자(小樽運河プラザ)이다. 관광안내소와 기념품 상점이 있고, WiFi도 되고, 따뜻하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밖에 추운데 있었던 터라 이 따뜻함이 정말 반갑다. 




운하 플라자 안에 있는 와인잔으로 쌓은 트리. 여러가지 색깔의 조명을 비추어 계속 다른 느낌을 준다. 빨간 조명은 따뜻하고, 파란 조명이 비추면 시원하고. 와인트리 앞은 좋은 포토존이라서 들어오는 사람마다 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정말 연말같고, 축제같다.



이 곳 기념품 상점에는 예쁘고 특이하면서도 기념이 될만한 상품들이 많다. 여기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꼭 사야한다. 다른 곳에서 팔지 않는 것들이 꽤나 많아서 나중에 사야지 하고 미루면 나중에 못 구해서 후회할 수 있다.


요고가 있을 때 살껄...하고 후회하는 아이템. 맥주 캬라멜이란다. 실제 맥주가 들어있는 알콜 함량 0.05%의 캬라멜.

'오타루' 맥주 캬라멜도 아니고 '홋카이도' 맥주 캬라멜이라길래 홋카이도 아무 곳에서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돌아가기 전에 삿포로에서 사려고 지나쳤더니 아무데도 없다. 있을 때 샀어야 할 것을... 아쉽지만 언젠가 또 만날 날이 있겠지.  



편지를 써서 부치는 작은 우체통도 있다. 매장 내에서 실제 우표를 판다. 엽서를 써서 여기에 넣으면 진짜 배달된단다. 어딘가에 엽서를 꼭 써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게 하는 귀여운 우체통이다. 



친구에게 보낼 엽서 두 장을 사서 보내고 가려고 잠시 앉아 두 줄 쓰는데 7:00pm 문닫을 시간이라고 나가란다. 주섬주섬 챙겨서 추운 밖으로 다시 나온다. 운하프라자 앞에는 유명한 충견 하치의 동상이 있다. 얘가 이 동네 개였던가?



게스트하우스 주인 언니가 찍어준 회전초밥집을 가보려 한다. 추운 날씨에 라멘이 더 땡기긴 하는데, 동선상 초밥집이 가깝고 라멘집은 멀다. 게다가 라멘집은 역 근처에 있어서 삿포로로 돌아갈 때 어차피 지나야 하는 길이라서 오늘은 초밥집으로 결정.


운하를 따라 내려온 길 반대쪽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다시 강가로 내려와서 운하를 따라간다. 반대편에서 보니 느낌이 다르다. 저쪽에서 본 운하는 화려하고 잔잔했는데, 이쪽에서는 눈이 더 많이 보여서인지 포근하고 고요하다.


  

도착! 자~ 여기입니다!! 큰 길가에 있는 꽤 큰 집이라 찾기가 쉬웠다. 이렇게 큰 집이면 혼자 먹기 난감할 텐데... 살짝 걱정이다.


홋카이도는 해산물이 유명한데 스시나 해산물 요리는 어딜가나 항상 비싸다. 여기가 상대적으로 싸긴 하지만 그렇다고 싼 음식은 아니다. 또한 해산물 음식 식당은 보통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어서 혼자 들어가서 먹기가 어색하고 난감하다. 혼자 여행의 단점.



어쨌든 안에 들어가본다. 아니다 싶으면 나오면 되니까. 그런데..짜잔~!! 올~ 좋은데?! 혼자 앉아 드시는 분들도 꽤 된다. 여기서 먹는 것으로 결정.




그.런.데. 말이 안 통하고 영어 메뉴가 없다! 어차피 눈으로 보고 집어 먹으면 되고, 일본어 메뉴판에 사진이 크게 있어서 별 문제는 되지 않을거라 생각하는 것도 잠시, 회전초밥집이 처음이라 어떻게 계산하는지 모른다. 아주아주 오래 전에 용산에서 한 번 가봤었는데, 거기는 회전초밥 뷔페라서 입장료처럼 내고 아무거나 집어먹었었다. 아주머니와 대략 손짓과 온몸을 사용해서 한 대화로 그냥 집어먹으면 된다는 것까지는 이해했는데 종류별로 가격이 다른데 어떻게 계산을 하지?가 너무나 궁금하다. 서로 자기만의 얘기를 하면서 전혀 뜻이 전달되지 않는 대화 중 접시 색깔이 다른데 메뉴판에 표시된 색이랑 같다는 것을 발견. 아하! 이제 먹자~!



윗층에는 초밥이 빙빙 돌아가고, 아래층에는 물컵과 종지 등이 빙빙 돌아간다. 이것 또한 귀엽고 신기하다.



하코다테에서 시도할까말까를 고민했던 이쿠라를 드디어 시도해 보려한다. 초밥 위에 올라가는 양 정도면 시식(?)하기에 적당하고, 혹시 못 먹겠더라도 초밥 한 접시 가격은 포기해 줄 만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이쿠라는 오지 않는다. 주문하면 되는데 말이 안 통하는 상태에서 주문이라는 것은 대단한 도전. 그래도 해봐야지. 손들어 불러서 메뉴판 사진으로 보여줬더니 해주신단다. 성공!


이쿠라는 즐길 맛은 아니었지만 일단 먹을 수는 있을 정도이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범주로 이동. 앞으로 주저없이 먹는 걸로. 


나의 주문을 받고 이쿠라 스시를 만들고 계시는 주방장님


오늘의 저녁식사. 초밥 3접시 + 나마비루. 잘 먹었습니다~!!!


 

 


슬슬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커다란 쇼핑거리가 있는 쪽으로 일부러 멀리 돌아왔는데 예상대로 이미 문을 다 닫았다. 겨울의 이 동네는 정말 밤이 긴 곳이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한다.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숙소로 들어온다.




옛 간이역


숙소에 돌아오니 공용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묘미는 낯선이들과의 수다. 옷을 갈아입고 사 온 맥주 한 캔 들고 낮에 쓰다 만 엽서 두 장 들고 테이블에 동참한다. 주인장 두 명과 게스트 네 명이 일본어로 대화하고 있다. 이런! 다들 일본인인가? 대화에 끼기 힘들겠다 잠시 생각하며 일단 엽서부터 쓰기 시작한다. 요즘 세상에 엽서를 쓰고 있으니 신기하게 보였다보다. 이 시대에 본 적 없는 아날로그 감성이라 그런가. 엽서를 계기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알고보니 게스트 4명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한국, 일본 아이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리 다들 일본어가 유창하대? 이건 뭐지? 

다행히(?) 말레이시아 아이가 일본어가 썩 유창한 편이 아니어서 그 대화 속에 완전히 끼어있지 못한 상태였나보다. 그 아이도 일본어 못하는 내가 아주 반가운가보다. 우리끼리 또 다른 대화를 시작한다. 주인 언니는 적절히 영어와 일본어를 섞으면서 나를 소외되지 않게 신경 써 주었다. 아리가또~!! 


말레이시아 아이: 영어 Good, 일본어 So So

베트남 아이: 영어 Good, 일본어 Good (도쿄에 있는 일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단다)

한국 아이: 영어 bad. 일본어 Good

일본 아이: 영어 전혀 못함. 일본어 Excellent

나: 영어 적당히. 일본어 전혀 못함


이러니 공용어로 대화가 되겠냐고. 그래도 이런저런 주제로 이 언어 저 언어 섞어가면서 정말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다들 여행도 꽤 많이 했고, 특히 구석구석 일본여행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라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여행 경험, 일본여행 얘기, 사는 얘기 등등...


베트남 아이는 일본 IT 업계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란다. 더 나은 환경, 더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픈 24살 아이. 말레이시아 아이가 용기를 준다. 


(말레이시아) "네 나이에는 모든 걸 할 수 있어. 넌 아직 어리잖아? 하고싶은 것 다 해봐. 내일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떠나도 되는 것이 네 나이야. Old man의 이야기니까 새겨들어."


(나) "그러는 너는 몇 살인데?"


(말레이시아) "29살. 조금 후면 30이 돼. 저 나이면 모든 걸 할 수 있을텐데 나이가 너무 들어버렸어."


29살 Old man. 니 나이도 아름답다, 임마!! 한 살 더 어리면 한 뼘 더 아름답다. 20대가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 나이인지 그때는 절대 모른다.


말레이시아 아이는 내일 처음으로 스노우보드를 타러 스키장에 간다하고, 베트남 아이는 더 북쪽으로 떠난다 하고, 한국 아이와 일본 아이는 각자 삿포로로 간다고 한다. 국적만큼이나 다양한 계획이다. 모두의 여행을 응원한다.


한참을 수다 떨고 나서 자정이 되어서야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다. 돌아온 내 방에는... 아싸~!! 3인실에 나 혼자다! 이 큰 방 혼자 난방하기가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나는 게스트니까. 


오늘도 긴 하루. Good Night!





Posted by TravelGirl
2016. 2. 12. 22:44

※ 2015년 12월 29일. 여행 둘째날


트램을 타고 유노카와 온천(湯の川溫泉)에 내리면 가장 먼저 노천 족욕탕이 보인다. 여기는 공용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당연히 무료.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다. 낮에 도착해서 봤을 때는 관광객 두 명이 발 담그려 준비하고 있었다. 



관광안내센터에서 받은 온천 목록에서 ① 트램 정류장에서 멀지 않고, ② 금액이 합리적이고, ③ 노천탕이 있고, ④ 숙박 안 하고 당일 온천만 할 수 있는 곳을 기준으로 해서 타쿠보쿠테이(湯元 啄木亭)내정해 놓았다.


온천 목록. 1-7까지만 숙박없이 당일 온천 가능하단다.


족욕탕은 그냥 지나치고, 타쿠보쿠테이를 찾아간다. 받은 온천 목록 아래 각 온천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가 있는데 뭔가 실제 지형하고 살짝 다른 느낌이다. 어리버리의 시작. 대략 지도에 표시된 방향대로 내려가는데... 온천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닌데? 찾는 곳은 안 보이고 우체국이 보인다. 아! 나 국제우편 엽서용 우표 사야한다. 우체국에 먼저 들어가서 우표를 사려는데 당연히(!) 말이 안 통한다. 하긴 시골 우체국에 외쿡인이 무슨 우표를 사러 오겠냐마는... 어쨌든 이래저래 해서 우표 두 장을 사서 나왔다. 성공!


 

해외여행 중 가족이나 친구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엽서를 한 장 써서 보내면 기록도 되고, 기념도 되고, 좋은 선물이 된다. 관광지에서 엽서를 사고, 우표를 사서 우체국에서 발송하거나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표준 크기 엽서의 국제 발송 요금은 수신 국가에 상관없이 같은 금액이다.


우표를 사서 뿌듯한 마음으로 나오긴 했는데... 타쿠보쿠테이를 어떻게 찾아가지? 우체국 앞을 지나가는 어르신께 길을 물으니 열심히 설명해 주시는데 모르겠다. 한 건물을 가리키시며, 뭐라뭐라 하시는데 '저 건물까지...' 밖에 못 알아듣겠다. (결론적으로는 저 건물 뒤 or 저 건물인데 입구가 반대쪽에 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못 알아 들었더니 같이 가자 하신다. 반가운 마음에 그 쪽 가시는 길이냐고 여쭤보고 싶으나... 내가 아는 단어 범위에서 그 문장 조합이 안 된다. 게다가 Yes/No 이외의 대답을 하시면 못 알아들을 것이 뻔해서 말을 못 건다. 센스있는(?) 이 어르신이 말 한 마디 안하고 묵묵히 직진하셔서 나도 묵묵히 따라갔다. 타쿠보쿠테이 호텔 입구에 이르러서야 여기라고 하시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신다!!! 이런... 감사해라... 그 분도 이쪽 방향으로 오시는 길인줄 알았는데 일부러 오신 거였구나. 90도로 허리숙여 '아리가또 고자이마쓰~'를 외쳤더니 손짓 한 번 하시고 휙 가신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정말 고맙습니다.


시골여행의 묘미 중 하나. 순박하고 좋은 분들의 뜻밖의 도움. 큰 도시가 아니고, 특히 시골로 갈 수록 어딜가나 인정이 넘치고 사람들이 참 좋다.


 

   

타쿠보쿠테이 호텔의 온천은 11층에 있다. 프런트에서 온천하러 왔다고 하면 결제해 준다. 수건 대여료는 별도이다. 아침에 수건 하나 챙겨 나왔다. 옆에 있는 슬리퍼로 갈아신고 엘레베이터 타고 올라가라 한다. 올라가면 그 다음은 알아서... 안내고 뭐고 없다. 눈치껏 하면 된다.


온천은 꽤나 좋다. 사람도 별로 없고, 실내 온천도 한 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특히 바깥에 있는 조그만 노천탕은 완전 좋다. 영하의 날씨에서 호텔 옥상에서 시내 야경을 내려다 보면서 노천 온천이라... 시내가 보이는 건물 옥상에 옷을 안 입고 서 있다는 것이 어색하면서도 묘했으나, 그것도 잠시. 너무 추워서 온천에 퐁당. 실내와 노천을 왔다갔다 하고, 따뜻한 물 속에 앉아 해지는 것도 보고, 한참을 실내/노천을, 물 밖/물 속을 들락날락 하면서 제대로 쉬고 때깔좋게 해서 나왔다. 대만족!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11층 온천입구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을 하나 남겼다. 이런 풍경이 온천 안에서도 보인다.



드.디.어. 야경보러 간다~!!! 

타쿠보쿠테이를 나와서 다시 트램을 타고 전날 갔던대로 주지가이(十字街)로 가서 또 같은 길을 꾸역꾸역 올라간다. 오늘 아침 트램 1일권을 끊어서 로프웨이를 10% 할인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어제보다 나아진 점이다. 드디어 티켓을 손에 들고 로프웨이를 타러 올라가려는데... 중국 단체 관광객 3~4팀 사이에 끼었다ㅠㅠ. 사람이 너무 많다. 지금 올라가기 싫다. 화장실 앞에 음료 자판기와 테이블이 있는 휴게실이 있길래 한참을 앉아 놀며 관광객들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 다행히 WiFi 지역이라 심심치 않을 수 있었다. 어느 나라 관광객이든 그들 단체의 중간에 끼는 것은 정말 싫다. 사람많고 시끄럽고...


관광객들을 모두 다 보내고 뒤늦게 로프웨이를 타고 산꼭대기로 올라간다. 산 위에 올라가면 세계 3대 야경이라는 하코다테 항구의 야경이 보인다. 멋지다. 특히 이 전망대가 정말 마음에 드는 건, 거의 모든 전망대는 유리창 밖으로 봐야 해서 늘 아쉬운데, 여긴 야외에서 완전 탁트인 야경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이 야경에 자부심이 있는 것이겠지. (누가 정한 건지 모르겠지만) 하코다테 야경은 홍콩, 나폴리와 함께 세계 3대 야경이란다. 야외이니 만큼 춥긴 하다. 


 로프웨이를 탈 때 뒷쪽(산 아래쪽)으로 자리를 잡으면 올라가면서 점점 야경이 눈앞에 열리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야경의 난간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분주해서 사람없는 야경을 감상하거나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단체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감상하고, 사진도 찍고 내려오면 기념품 샾이 있다. 관광지 기념품 샾 치고는 상당히 큰 규모이다. 잠깐 들렀는데... 아까 먼저 올라간 단체 관광객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기념품을 바구니에 담고 있다. 저걸 어떻게 다 들고 돌아가시려고... (별 걱정...)


야경은 충분히 봤고, 기념품 샾은 대충 구경만 하고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온다. 내려와 보니 호텔로 돌아가긴 살짝 아까운 시간이고, 그렇다고 어딜 또 들르기는 조금 늦은 시간이다. 공화당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야경도 멋있다 하여 딱 거기까지만 보고 돌아가자..하고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멀다. 야경은 같겠지 라고 급 합리화 하고 붉은 벽돌 창고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조금 가다보니 Bay 주변 바다가 나온다. 여기도 정말 예쁘다.






걷다보니 예쁜 풍경이 계속 나오는데 겨울 밤바다라서 그런지 너~~~~~무 춥다. 어디까지 가보까 하고 있는데 폰이 추위에 기절하신다. 많이 걸었고, 다리도 아프고, 춥고, 배고프고 한데 마침(!) 폰도 기절해서 어딘가 들어가서 뭔가 먹으면서 쉬어야겠다 하는데 앞에 보이는 건 스타벅스 등등 카페들. 밥 먹어야는데... 그 와중에 럭키삐에로가 정면에 짜잔~!!! 이게 왜 이리 반갑지?ㅋ


하코다테에서의 마지막 날이어서 다이몬요코쵸나 선술집에 가서 조촐히 나마비루 한 잔에 간단한 안주로 저녁 먹으려 했는데 춥고 배고파서 앉은 김에...게다가 어제 아주 맛나게 먹어서 커리도 먹어보고파서 1번 커리를 시켰다. 이것도 꽤 괜찮다. 패스트푸드 같은 느낌이 아니네.


      

몸도 녹이고, 폰도 살아났고, 맛있게 먹어 배도 부르고, 이젠 슬슬 호텔로 돌아가야겠다. 트램 끊기기 전에. 

가는 길 골목골목도 예쁘다. 여기는 언덕 길이 참 많다. 눈이 많은 동네인데 이런 언덕에서 어떻게 매년 겨울을 날까...



밥먹으면서 지도에서 찾은 일본 최고 높이의 콘크리트 전봇대가 가는 길에 있길래 슬쩍 한 번 봐 주고... 전봇대 치고는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데, 전봇대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이유로 뭔가 특이한 가보다 하고 촬영만. 투박하다.



트램 정류장으로 올라가는 언덕길도 모두 조명 장식을 해 놓아서 예쁘다.



거리의 눈을 한쪽으로 치워놓으면서 길가의 바닥 가로등이 눈 속에 완전히 파 묻혔다. 왠지 따뜻해 보여...




트램을 타고 호텔로 돌아와서 하코다테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마지막 밤을 함께 할 오늘의 맥주. 개인적 취향으로 왼쪽 음료는 별로...


 


하코다테에서 이틀을 알차게 잘 놀았다. 소박하고 따뜻한 동네. 떠나려니 왠지 아쉽기도 하다.

내일은 다른 도시로 이동. 또 무슨 일이 펼쳐질까?




 

Posted by TravelGirl
2016. 2. 9. 19:19

※ 2015년 12월 29일. 여행 둘째날


하코다테 아침시장을 가기 위해 일찌감치 움직인다. 하루 더 머물 것이지만 방을 옮겨야 하는 이유로 짐을 다 챙겨들고 나왔다. 프론트에 짐을 맡기면서 하루 숙박비를 더 지불하려는데 어제보다 500엔이 내려갔다. 아싸~ 아리가또~!! 매일 달라지는 일본의 숙박비에 대해 잠시 잊었었나보다. 비싸지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하코다테 아침시장은 하코다테 역 바로 옆에 있다. 역을 정면으로 봤을 때 왼쪽 주차장 너머로 있다. 어차피 하코다테 역을 지나가기에 하코다테 역 내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먼저 들러서 지도부터 구하기로 한다. 오늘의 하루종일 이동을 위해 트램 1일권도 사야하고, 나머지 여정의 이동을 위한 지정석도 지정해야 한다.


하코다테 역 앞의 조각상


먼저 트램 1일권 구입. 트램 1일권을 사면 유명 관광지나 쇼핑센터의 쿠폰을 준다해서 쿠폰북을 예상했는데 갱지에 인쇄된 종이 한 장을 준다. 정녕 이것이 쿠폰이라는 거임? 알고보니 이것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소와 내역의 목록이고 그 곳에 가게 되면 1일권을 보여주면 된다. 어느 곳에서는 기념품 엽서를 주기도 하고, 입장료를 5~10% 할인을 받을 수도 있으니 챙기면 도움이 된다.


 

트램 1일권을 샀다면 꼭 할인혜택을 챙기자. 기념품은 별 것 없지만 입장료 10%는 꽤 크다.


 

                 트램 1일 티켓                                     트램 1일권 소지자에게 주는 혜택 목록


트램 1일권은 조그맣고 빳빳한 종이티켓이다. 안쪽에는 스크래치 경품 행운권처럼 숫자들이 들어있다. 사용할 날짜의 년/월/일을 긁으면 그 날짜에만 쓸 수 있다. 트램에서 내릴 때 기사에게 보여주면 된다. 어차피 1일용/1회용인데 돈 많이 안 들이고 패스를 만든 인본 사람들이 참 실용적이라는 생각이다.


 

2015년 12월 29일에 사용. 이런 것은 10원짜리로 긁어줘야 제 맛이기에 굳이 1엔 동전으로 긁었다


온천 정보도 수집. 둘째날에 노보리베츠에서 온천하고 숙박하려 했었는데, 하코다테에 하루 더 있게 되는 바람에 계획했던 노보리베츠 온천을 즐길 시간이 애매하다. 온천이 노보리베츠에만 있나? 하코다테에도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 유노카와 온천(湯の川溫泉)을 가기로 했다. 노보리베츠에 가서 시간되면 또 하면 되지, 뭐. Information에 문의해서 숙박을 하지 않고도 온천만 즐길 수 있는 온천욕장의 목록과 지도를 받았다. 선택 기준은 노천탕이 있으면서 트램 정류장에서 가까운 곳. 저녁에는 꼭 야경을 보러가야 하니까 너무 깊이 가면 안된다. 입구에 있는 타쿠보쿠테이로 잠정 확정.


다음 여정을 위한 교통패스 좌석도 지정. 어젯밤에 대략 짜놓은 일정대로 일단 좌석을 지정한다. 내일 오전 10시쯤으로 여유있게 가고 싶었는데 이미 만석이라 지정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찍 움직이기로 한다. 이로써 이동 경로 확정. 좌석 지정한 편을 못 타더라도 다른 열차를 자유석으로 탈 수 있으니 여정은 얼마든지 변경 가능하다. 그다지 빡빡하게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지정석 티켓. 나머지 여정의 이동 일정 확정


준비 할 것 다 했으니 관광객 모드 시작. 우선 가까운 아침시장부터 시작한다.

아침시장은 수산시장이다. 아침식사를 하는 관광객들도 많이 보이는데, 저런 밤에 술안주로나 먹을 해산물로 아침을 시작하다니.. 





하코다테와 홋카이도의 명물 게. 털게는 물론 온갖 종류의 게들이 다 있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 하다.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1층 상점에서 고르고 회, 구이 등 요리를 주문하면 건물 2층에 있는 식당 자리로 배달해 줘서 앉아서 먹을 수 있다. 해산물은 어디 가나 비싸긴 한데 여기는 상대적으로 살짝 저렴하다. 저 크기에 저 무게에 저 가격이면 훌륭하지.

저거 한 마리 맛보고 싶긴 한데 아침부터 관광객들 사이에 혼자 앉아서 저만한 게 뜯기가 참... 나홀로 여행의 단점이다 ㅡㅡ;; 내 언젠가 단체로 다시 가서 꼭 먹어볼테닷!




 


이미 팔린 놈인지 큼지막한 게를 들고가던 아저씨가 사진 찍으라고 포즈를 취해 주신다. 크긴 어마어마하게 크다.



아예 저울 위에 올라앉혀 놓은 모델(?) 게도 있다. 한 마리에 2.56 Kg. 저 위에서 꿈틀대는 몸부림이... 쩝...짭짭...쩝...냠냠...



블로거님들 사이에서 유명한 키쿠요 식당. 이 곳의 삼색덮밥이 아주 유명하단다. 연어알(이쿠라)과 성게내장(우니)와 게살/새우/가리비 등을 덮은 덮밥인데 연어알, 성게내장이 나에게는 둘 다 내키지 않는 음식이라 먹어볼까말까를 한참 고민하다가 접었다. 아무리 여기에서 특별하다 해도 도저히 먹을 자신이 없다. 나에게 해산물은 참 적응이 안되고 도전하기 힘든 존재 ㅡㅡ;;.  

 

 


시장 내부에서는 건어물이나 절임생선, 젓갈류를 팔고 있다. 맛보고 사라고 불러 주시는데 저걸 여행 내내 들고 다니다가 들고 들어올 수 없으니 패쓰. 




여행을 하면서 물건을 잘 사지 않는 편이고, 또 배낭을 메고 다니다 보니 짐 늘어나는 것이 싫어서 특히 여행 초반에는 기념품도 잘 안 사는데 이 미니어쳐 마그네틱 덮밥들은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새우가 올려진 삼색덮밥으로 하나를 집어 들었다. 너무 귀엽고 완전 맘에 들어~!



아침시장을 빙빙 돌았는데 여기서 유명하다는 해산물로 만든 음식들이 아침식사로는 다소 부담스런 느낌이기도 하고, 내가 먹지 못하는(or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해물 재료로 된 음식이 너무 많다. 딱히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또 다른 하코다테의 맛집 아지사이(あじさい) 라멘을 찾아가기로 한다. 아지사이 라멘은 교로카쿠공원(五稜郭公園) 근처에 있다. 


교로카쿠 공원으로 가려고 하코다테 에키마에(函館驛前) 트램 정류장에서 트램을 타려는데 헉! 트램이 운행을 안 한단다. 트램 1일권도 샀는데!!! 트램 직원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열심히 설명을 해 주시며 승객들을 한쪽으로 안내하신다. 눈만 멀뚱멀뚱 어째야 하나 하고 서 있었더니 아저씨가 설명해 주시려다가 내가 일본어를 모르니 당황하신다. 아저씨가 몇 단어 섞어 주시는 영단어와 내가 몇 개 알아듣는 일본어와 정황 근거를 바탕으로 트램 탈선사고가 나서 구간 폐쇄되었다는 것까지는 파악했다. 그 다음은? 아저씨가 한쪽을 가리키며 버스를 타라는데 버스 정류장이 어디인지, 몇 번 버스를 타야하는 건지, 야심차게 산 트램 1일권이 이러한 상황에서는 버스에서도 통용되는지 전혀 감이 안 온다. 답답해 하던, 그러나 끝까지 친절했던 아저씨가 내 옆에 서 있다가 안내받고 저쪽으로 가고 계시는 어르신을 가리키며 저 분 따라가란다. (이런 건 잘 알아듣네... 기특하게도...) 어르신을 따라 건너편에서 조금 내려가니 버스가 한 대 서 있다. 알고보니 폐쇄된 트램 구간을 대체하는 버스였다. 굉장히 빠른 대응에 은근히 놀랐다. 하긴...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데 이런 일이 흔하게 생기겠지... 타기 전에는 시내버스인가 싶어서 요금을 내야하는지 고민하다가 앞사람을 그대로 따라하기로 했다. 대체 버스는 공짜. 가다보니 트램이 눈에 미끄러져 탈선해 있고 복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와중에 폰 꺼내서 사고 사진찍는 관광객들... 제발 이러지 좀 말자고요!!!!!!! 버스는 교로카쿠코엔마에(五稜郭公園前)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후 구간은 트램이 정상 운행하고 있었다. 


건너편 백화점에 들어가서 WiFi를 잠깐 붙여서 아지사이 라멘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고고.


교로카쿠 타워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아지사이 본점은 이미 줄이 쭉 서있다. 점심시간이 살짝 지났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많다. 매장이 2층인데 1층부터 줄 서있다. 어지간해서는 줄서서 먹지 않는 나이지만 이렇게까지 노력해서 먹으려는 사람들을 보니 궁금해서 나도 줄을 서 보았다. 다행히 생각보다 줄은 빨리 빠져서 약 15분 대기 후 먹을 수 있었다.





하코다테에서 시작한 아지사이 라멘은 이제 홋카이도 전역으로 몇 개의 매장을 확장했다고 한다. 그래도 많지는 않다. 치토세 공항에도 있으니 하코다테까지 가지 못한 관광객은 공항에서 맛 볼 수 있겠다.


아지사이 라멘 홋카이도 내 매장 위치


혼자 온 손님들은 주로 창가나 바 스타일의 좌석으로 안내를 받는다. 교로카쿠 타워와 바깥 풍경이 보이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건너편에 럭키삐에로가 보인다. 



여기는 시오라멘(しおラ-メン, 소금라면)이 유명하다. 맑은 국물의 라면인데 약간 짭짤하긴 하지만 시원하고 깔끔하다. 일본라멘을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그 목록에 시오라멘 하나 추가.



라멘을 먹고 있는데 또 눈이 펑펑 내리고 바람이 쌩쌩 분다. 밖에는 눈이 많이 오고 창밖을 보면서 따뜻한 국물을 먹어서 훈훈하고 뿌듯하여 조금 더 앉아서 바깥구경 하고싶었으나, 대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다 먹고도 앉아 있기가 괜히 미안해서 서둘러 나왔다.


건너편은 바로 교로카쿠공원(五稜郭公園)과 타워(교로카쿠공원(五稜郭タワ―). 교로카쿠는 에도시대 말기에 일본 최초로 유럽식으로 축조한 별모양의 성곽이다.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나 의미를 두고 만든 것이 아니라 당시 시대적 배경에 따라 만들어진 성곽도시 중 하나이다. 그래서 인지 교로카쿠 축조 배경이나 의미를 찾아보면 교로카쿠 자체에 대한 의미보다 하코다테 개항 역사부터 하코다테와 교로카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역사흐름과 이 곳에서 발생했던 사건에 관한 내용이 더 많다. 


원래 공원을 산책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펑펑 내리는 눈보라에 눈을 뜨기조차 힘들다. 공원은 별모양으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별은 커녕 눈앞도 보이지 않는다.




공원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 들어갔다. 물이 다 얼어있다. 이 수로가 위에서 보면 별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데 도저히 전체 모양을 가늠할 수가 없다. 





눈이 이만큼 내렸다. 쌓인 눈이 발목 위로 우습게 올라온다.



갑자기 더욱 거세게 몰아치는 눈보라에 공원의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타워로 돌아온다. 실내에서,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 훨씬 낫겠다. 거금(?)을 들여 타워 입장권을 끊었다. 트램 1일권을 보여줬더니 기념품 엽서 1장 준다.


교로카쿠 타워 입장권


타워 위에 올라가면 공원의 전체 전경이 보여야 하는데... 눈이 어찌나 내리는지 전경도 뿌연 눈보라 속에 덮여있다. 그래도 별 모양이라는 것은 확실히 보인다. 흐린 날의 뿌연 별 ㅡㅡ;;


 



타워 전망대는 두 개의 층으로 되어 있다. 올라갈 때 엘레베이터를 타면 윗층으로 데려다 주고, 내려오려면 한 층 내려와서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전망대에는 교로카쿠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을 모형으로 만들어서 소개하고 전시하고 있다. 한참을 둘러보아도 전망은 눈보라에 막힌 시야에 깨끗하지 않아서 이제 내려가야지 하고 한 층 내려오는 동안 눈이 멈추었다. 이제서야 바깥이 깨끗하게 보인다. 아... 진짜 정확히 별이구나...



아래 층 전망대에는 투명한 유리 바닥으로 타워 아래쪽이 보이는 곳이 있다. 저~~~~ 밑에 차들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옆에 중국인 관광객 두 명이 여기에 올라서지 못해서 서로 놀리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하고 있다. 고소공포증을 가진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나에게 공포증이 없음에 감사. 여기에서 발올리고 사진찍고 돌아서는데 이 분들이 내가 부러웠다보다. 바들바들 떨면서 올라가서 서로 인증샷 찍어주신다. 처음이 어렵지 별 것 아니랍니다~ 충분히 안전해요ㅎㅎ.



이제 타워에서 내려와서 입구에 서 있는 귀여운 이 아이들에게 인사하고...바이바이~... 타워를 벗어난다.



나중에 알았는데 겨울에는 야간개장해서 밤이면 저 별 모양에 조명이 들어온단다. 눈 속에 파묻힌 모습도 나름 괜찮지만, 눈에 조명을 더한 야경이 훨씬 예쁠 것 같다. 사진이나 엽서에서 보는 4계절 중에는 벚꽃이 예쁘다. 벚꽃 활짝 핀 날에 오면 진짜 감동할 것 같다. 언젠가 벚꽃피는 날 한 번 더 오기를 희망한다. (언제 또 올 수 있으려나...)


다음 일정은 온천. 야경을 맞이하기 위한 목욕재계라고나 할까. 일단 유노카와 온천(湯の川溫泉)으로 가야 한다. 아까 트램 내렸던 곳으로 돌아와서 다시 가던 방향으로의 트램을 탄다. 하코다테 역에서 오는 트램은 교로카쿠를 거쳐 유노카와까지 간다. 

온천 간다~!!! 

Posted by TravelGirl
2016. 1. 30. 01:34

연말 연휴로 1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12월의 반을 출장으로 보낸 터라 여행을 계획할 시간이 없었기에 아무런 준비없이 연휴가 다가와 버렸다. 1주일이나 시간이 주어졌는데 집에 들어앉아 있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폭.풍.검.색. 어디로 갈까...


연말이라서 모든 것이 비싸다. 

12월 한 달 동안 두바이 출장 두 번에 생활리듬이 깨져서 피곤한 상태라서 장거리, 시차가 있는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하루이틀 내에 출발해야 최소한의 여행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전제조건으로 찾으니 주변국가 우선이다. 중국, 일본, 동남아...


중국은 비자가 필요해서 즉흥적으로 떠날 수 없는 곳이므로 OUT.

라오스가 가보고 싶은데 아직 꽃청춘의 여파가 완전히 사그러들지 않았다고 해서 OUT.

연말이라 동남아 국가들의 항공이 상당히 비싸서 매력이 떨어짐. OUT.

...


이렇게 하나 둘 제거하다보니 아주 편하게 갈 수 있는 나라, 일본이 남는다.

OK. 일본이다. 가봤던 대도시 말고, 이번 기회에 아름다운 겨울왕국으로 가자. 그러면 홋카이도.


추운 계절에 추운 나라 여행은 처음이다.

짐을 간편하게 다니는 배낭여행자인데, 추운 나라로 가려면 기본적으로 옷의 부피가 커져서 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게 싫어서 한 번도 계획해 본 적이 없는 겨울나라 여행. 드디어 첫 발을 내딛는다. 왠지 설렘.


목적지를 정했으니 다음은 항공권.

급하게 즉흥적으로 계획해서 항공권을 거의 제값 주고 사야한다. 그나마 저렴한 티웨이 항공의 이틀 후 출발하는 항공권 get.

배낭여행에서 항공권을 제값 주고 산다는 것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으니 게으름에 대한 댓가로 생각하기로.


다음은 숙박. 

최소한 첫 날 숙소는 예약하고 가야 하기에 대략의 목적지를 생각해야 한다. 

5일 간의 일정이니 1-2개의 도시가 적당한 듯 하다. 도착 공항은 삿포로, 제일 가고 싶은 곳은 남쪽의 하코다테.

여행 후반에는 공항과 가까운 곳이 편리하기 때문에 일단 하코다테를 먼저 가고 점점 삿포로로 올라오는 방향으로 큰 줄기로 잡았다. Booking.com을 통해서 하코다테 역 근처의 프로모트 호텔 1박 예약. 게스트하우스를 선호하는데 하코다테의 게스트하우스는 역에서 트램이나 버스를 타고 좀 더 들어가야 했어서 편의상 역 근처 호텔로 예약했다.


준비 끝. 세부 동선은 가면서 짜는 걸로.



간만에 진정한 배낭여행



  • 여행기간: 2015.12.28.MON - 2016.1.1.FRI (4박5일)
  • 여행코스: 삿포로 - 하코다테 - 노보리베쓰 - 오타루 - 삿포로
  • 비행기: 티웨이 항공 (인천-삿포로)
  • 숙박
    • 하코다테: 호텔 프로모트 하코다테 (2박)
    • 오타루: 타비노 산포야도 오타루 에키마에 게스트하우스 이토 (1박)
    • 삿포로: 홋카이도 선 게스트하우스 (1박)


Posted by Travel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