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5. 21:06

※2016년 1월 1일. 여행 다섯째날. 마지막날


아침에 내려와 보니 어제의 복잡한 파티는 흔적도 없고 조용히 아침식사만 마련되어 있다. 간단한 아침식사는 무료.



11시 40분 열차로 삿포로 역에서 공항으로 가야 하기에 시간이 많지 않다. 여행의 마지막날이라서 사치 한 번 크게 부려서 공항까지 가는 지정석 티켓을 샀다. 며칠동안 잘 놀았으니 편안한 귀국길을 위해 이 정도 사치는 해주는 걸로.


시간이 많지 않아서 삿포로 역 주변에서만 놀다가기로 한다. JR타워 한 번 구경하고, 어제 마스터가 알려준 대로 옆에 BIC 카메라에 가서 켄다마를 사는 것이 마지막 계획이다. 사고싶었던 것은 대부분 어제 돈키호테에서 샀으니 여기에서는 켄다마만 봐야겠다.


BIC 카메라에는 역시나 관광객들이 물건들을 어마무시하게 쓸어담고 있었다. 장난감 코너에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못 찾겠다. 결국 직원한테 물어보고 찾는다. 켄다마도 종류가 꽤 많고 가격 폭도 다양하다. 비슷해 보이는데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정말 아이들 장난감처럼 보이는 것은 아주 싸고, 마스터용으로 라벨이 붙은 것은 꽤나 비싼데, 모를 때는 중간을 고르는 것이 최선. 연습하다가 재미있으면, 실력이 좋아지면 그때 마스터용을 다시 사면 되니까. 아동용이 아닌 적당한 장난감 수준으로 하나 득템.


이건 무슨 컨셉의 기념품이지? 홋카이도에서 나는 모든 것을 곰과 접합시킨 독특한 기념품. 그런데 안 예뻐...



공항으로 가는 열차는 사람이 많다. 이제 정말 여행이 끝나가는구나. 여행의 끝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밀려온다.



저 티켓꽂이도 이제 마지막이네. 지정석 예약하기를 잘 한 것 같다. 여행은 뒤로 갈수록 편안하게~



신치토세 공항역이 있는 국내선 터미널에서 국제선 터미널로 넘어가는 길. 트릭아트가 벽에 쭉 그려져 있다. 올 때는 왜 몰랐을까? 그 때는 길 찾느라 어리버리 한 곳만 보고 직진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나보다. 공항의 소소한 재미. 





면세점에서는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 개봉에 맞추어 여러가지 스타워즈 관련 아이템들을 팔고 있는데, 이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집에 한 세트 들여놓고 싶다. 진심으로.



연휴가 끝나서 공항에는 돌아가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바글바글. 체크인에도 시간이 엄청나게 걸렸다. 티웨이 항공은 수하물 제한이 있는데, 뭘 그리들 많이 사셨는지 한 팀 수하물 체크인에 시간이 어마어마 걸린다. 삿포로에서만 판다는 삿포로 클래식 맥주를 기념품으로 사오고 싶었는데 가방을 부치면 찾을 때 시간이 엄청 걸릴 것 같아서 내 가방은 들고 타기로 한다.


드디어 비행기가 뜨고... Bye 삿포로... Hi 인천.... 나 돌아왔다...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 이륙                                    하늘에서 보는 인천공항


4박 5일의 짧은 홋카이도 겨울여행이 끝나고, 2016년 새해가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의 기억과 인연으로 또 다음 여행까지 열심히 살아야지. 새해니까.


홋카이도 겨울여행 끝.





Posted by TravelGirl
2016. 3. 5. 20:16

※ 2015년 12월 31일 여행 넷째날


오도리공원에서 스스키노로 내려가는 길에 살짝 비껴서 옆에 있는 삿포로 시계탑을 보고 가게 된다. 생각보다 많이 가깝다. 그냥 지나가다 보여서 놓칠 수가 없다. 밤인데도 관광객들이 제법 많다. 연말 연휴를 기념(?)하여 내부 입장료가 무료란다.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내부를 구경하지는 않을 것 같으나 무료라니까 한 번 들어가 본다. 




내부에는 시계탑의 역사와 여러가지 과거 이야기들의 모형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설명의 언어가 일본어 밖에 없다는 것이 함정. 무엇이 전시되어 있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시계탑의 모양이 이렇다는 것만 알게 되었다.



스스키노로 걸어가는 길은 연말연시의 기분이 충만하다. 모든 나무와 건물이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다.

어느 빌딩은 전체가 온도계이다. 지금은 0도랍니다..




이렇게 화려한 날, 이렇게 화려한 거리의 쇼핑몰이 이 시간에 이미 어느 정도는 문을 닫았다. 그것도 신기하다.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사람이 벅적벅적하는 어느 상점을 만났다. 들어가보니 일부러도 찾아간다는 할인 쇼핑몰 돈키호테. 올~ 쇼핑은 내일 오전에 돌아가기 전에 하려고 했었는데 만난 김에 여기서 하자. 살 것도 그다지 없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싼 휴족시간이랑 꼬맹이 조카 줄 멀미약, 동전파스만 사려고 한다. 매장 안에는 역시나 중국인 한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5200엔인가 그 이상을 사면 면세가 된다고 한다. 거의 쓸어담다시피하는 관광객들은 5000엔은 금방 사니까 면세 계산 줄은 매장을 한 바퀴 돌 정도로 길다. 나야 그만큼 살 것도 아니니 면세가 의미없어서 그냥 일반으로 얼른 계산하고 나온다. 싸게 사서 뿌듯한 기분으로 한결 기분이 가볍다.


노르베사 대관람차. 삿포로 야경 감상을 위해 노르베사 빌딩 7층 옥상 꼭대기에 만들어 놓은 대관람차이다. 어떻게 빌딩 위에 대관람차를 올릴 생각을 했을까? 아이디어에 100점.



와우! 가장 화려한 간판의 맥도날드. 저리 번쩍번쩍한 패스트푸드점이라니.



역시 스스키노다. 스스키노 앞에 오자마자 얼마나 화려한 거리인지 한 눈에 보인다. 모든 간판이 번쩍번쩍, 깜빡깜빡. 정신줄 놓기 쉽다. 술집이 많은 거리이고 날이 날이니 만큼 이른 저녁인데 벌써부터 술도 넘치고, 흥도 넘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넘쳐난다. 특히 외국인 젊은(어린?) 관광객들이 이미 술에 절여졌다. 어느 유쾌한 바에 들어가서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함께 할까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4-5 시간 남았는데 벌써부터 새벽 4시쯤의 상태를 보여주는 저들 사이에 끼어있고 싶지는 않다. 밤에 카운트다운 이후 숙소로 돌아갈 일도 문제이고 해서 파티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기로 한다. 그런데... 파티가 있으려나? 있겠지?



건너편에 보이는 큰 게 레스토랑. 간판도 게. 옥상에도 게. 너무 크고 화려해서 차마 혼자들어가서 먹기가 난감한 식당이다. 혼자 여행은 먹는 것이 참... 이런데서도 자연스럽게 혼자 먹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나는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도 작은 식당은 이젠 갈 수 있는데 큰데는 아직도... 언젠가 하코다테, 오타루, 삿포로에 단체로 와서 꼭 대게, 털게 다 먹고 만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면서 음식을 사들고 가서 새해를 맞이하자 하는 생각에 걷다가 스스키노 역 앞의 라멘거리에 들어섰다. 아직 먹어야 할 라멘이 하나 더 남아서 주저없이 들어왔다. 소유라멘. 이번 여행에서 먹어보려했던 세가지 라멘 중 마지막 라멘. 사람많은 라멘집을 하나 골라서 들어가 소유라멘을 시켰다. 올~ 좋은데? 꼭 먹고싶었던 시오/미소/소유 3개 라멘 중 가장 맛있다. 대만족!



뒷쪽 테이블에 엄마, 아빠, 아들의 3인 가족이 라멘을 먹고 있다. 차를 렌트한 것 같고, 내일은 노보리베쓰로 가는 것 같다. 정액 데이터 로밍에 가입하지 않고 데이터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아빠: 오늘 벌써 데이터가 7만 몇 천원이네. 우와 너무 비싸다. 자기는 얼마나 썼어?

엄마: 나는 3만원 조금 더 되는데... (우와 하루만에 한가족 10만원이네)

아빠: 내일 노보리베쓰까지 네비켜고 가야하는데 얼마나 나오려나? 정말 비싸다.


라멘을 먹으면서 정액 로밍 데이터 요금제 가입하라고 끼어들까말까 하고 있는데 엿들은 것 같아 끼어들기도 애매하다. 끼어들어말어들어말어 하는 중에 먼저 드시고 나가신다. 흠.... 내일도 여전히 비싸겠군요. 누군가 만나서 정액요금 얘기를 꼭 들으시기를


 

일본은 무료 와이파이가 잘 되어 있어서 굳이 데이터 로밍을 할 필요가 없다. 무료인 대신 엄청 느린 것은 참아야 한다. 그래도 더 편리하게 쓰고 싶다면 데이터 로밍 정액 요금에 가입하고 가야 한다. 정액 요금이 가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데이터를 쓰면 로밍 통신비 폭탄이 어마어마하다. 장기 여행이라면 현지에서 데이터 유심을 사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 가장 저렴하다. 하루 만 원 데이터 요금도 일주일이면 7만원이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조촐한 새해 카운트다운 파티를 기대하면서 맥주와 간단히 먹을 주전부리를 사들고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간다. 여행의 막바지이기도 하고 한 해의 마지막이기도 하니까 어떻게든 파티는 해야 하겠다라는 괜한 의무감이 스물스물. 한 해를 다른 날과 똑같이 보내면 왠지 서운할 것 같아서. 아까 낮의 분위기로 봐서는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거나한 파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보통 파티 문화에 익숙한 서양 게스트들이 있어야 시끌벅적 파티가 만들어지는데 여기는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게스트들 사랑방에 모여서 함께 카운트다운은 하겠지. 그거면 됐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게스트하우스 문을 여는 순간, 우와~ 난 집을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 사람이 바글바글 모두가 즐거운 중. 이건 뭐지? 이 아이들은 어디서 다 나온거지? 여기가 그렇게 유명한 곳이었나?


게스트하우스 새해 카운트다운 파티


파티에는 술이 빠지지 않는다. 4리터 위스키의 위엄. 일본산 위스키라고 한다. 아까 스스키노에서 본 큰 간판 속의 아저씨가 여기 계시다. 술잔이 한 잔 두 잔 돌면서 다같이 친구가 된다. 오늘 이 위스키는 무료란다.



한쪽에서는 7살 5살 아이가 열심히 종이접기(오리가미)를 하고 있다. 오늘 파티에 참석한 일본인 부부의 아이들이란다. 이것 저것 곧잘 만든다. 그 모습을 보던 스웨덴 남자아이가 자기도 종이접기 잘 한다면서 뽀뽀하는 종이학 커플(?)을 만들어 주었다. 땡큐.



테이블 위애 탁구공 같은 것이 놓여있어서 관심을 가지니 어떤 아저씨가 와서 가르쳐 준다. 일본의 전통 장난감인 켄다마(けんだま)란다. 공을 튀겨 가면서 옆면이나 손잡이 쪽 뒷면에 올렸다 내렸다 하는 장난감이다. 요요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어려운데 재미있다. 한 번은 성공하고 싶어서 계속 연습하는데 이 아저씨가 굉장히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신다. 직접 보여주시는데 거의 신의 경지이다. 몇 번 만에 옆에 올렸다 내렸다 두 번 성공!!! 빨리 배웠다고 아저씨가 더 좋아하신다. 한참을 그러다가 이제 가야할 시간이라고 하면서 동영상 보고 연습하라고 자기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여 주시는데... 이분 켄다마 마스터이다! 프리스타일 켄다마라고 자기 사이트도 운영하면서 여기저기에서 공연한 것, 묘기 켄다마를 올리는 유명인사님이시다. 이런 영광이!! 


너무 재미있어서 어디에서 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내일 돌아가는 길에 하나 사 가야겠다. 

갑자기 들고 온 캐리어를 여시는데, 캐리어 가득 켄다마와 관리 용품들이다. 진짜 전문가이시구나. 가방 속에서 작고 귀여운 켄다마 두 개를 선뜻 주시며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고 열심히 연습하라고 하신다. 감사합니다. 정말 소중하게 보관하고 연습하겠습니다.



마스터에게 하사받은 켄다마


새해가 시작되었다. TV를 켜놓고 웃고 떠들고 놀다가 정각이 되니 서로에게 인사를 나눈다. Happy New Year~!!

파티는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알고보니 파티에 모인 사람들이 여기 게스트가 아니란다. 파티에서 진짜 게스트는 나 하나였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홍보도 할 겸, 인터내셔널 교류의 장을 만들 겸 해서 한달에 한 두 번, 또는 큰 이벤트가 있는 날에 이렇게 사람들을 초청해서 파티를 연단다. 게스트하우스 주인 아주머니가 영어를 못하시기 때문에 원어민 영어강사 2명이 지배인 겸, 관리인 겸, 홍보대사 겸해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일을 봐주고, 이런 파티를 기획하고 홍보하고 사람들을 초청한단다. 게스트하우스는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란다. 어쩐지 낮에는 없던 외쿡인 게스트들이 어디에서 우루루 몰려왔나 싶었고, 모인 외쿡인들이 일본어를 너무 잘한다 싶었다. 이러다 보니 파티가 끝난 1시에는 다들 돌아간다. 유일한 진짜 게스트로 2층의 방에 올라오니 방에 불이 꺼져있고, 대부분 일본인인 진짜 게스트들은 다 자고 있다. 동양인들에게 이런 파티 문화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가보다. 


이렇게 나의 여행도 어느덧 마지막 밤이 되었고, 2016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Posted by TravelGirl
2016. 3. 1. 13:14

※ 2015년 12월 31일. 여행 넷째날


다시 돌아가는 길. 걸어온 사카이마치토리를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아까 왔던 길의 반대편으로 걸으면서 아까 놓친 풍경이 없는지 자세히 둘러본다. 재미있는 풍경들이 많다.







포토존이나... 여기서 셀카봉은 너무 웃길 것 같아서 패쓰~.



다시 돌아온 오타루 운하의 낮. 관광안내소 앞에는 인력거꾼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호객을 하고 있다. 추운데 고생이십니다...



그림이다... 이래서 오타루 오타루 하는구나... 낮에 보는 운하는 밤과 사뭇 다르다. 파란 하늘에 살짝 드리운 구름이 운하와 어울려 달력 그림을 만들어낸다. 





잠깐 운하를 둘러보고 숙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돌아온다. 어제 지난 숙소 앞 오래된 기찻길과 간이역.





골목 안 오래된 식당에 맺힌 고드름. 이런 풍경이 너무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시골에서조차 보기 쉽지 않은 풍경인데.



이제 정말 짐을 찾으러 돌아왔다. 어젯밤에는 보지 못했는데 계단 오르는 길에 이렇게 써놓았었구나.



가방을 찾으러 들어서니 게스트하우스 사랑방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대낮부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눈이 많이 와서인지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것 같다. 주인 언니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의 인사를 하고 배낭을 챙겨 나온다. 왠지 아쉽.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다. 오랜만에 딱 꿈꾸던 이상적인 게스트하우스를 만난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 옆건물에 제설용인지 불도저가 서 있는데 무지 귀엽다. 레고 같아...



오타루를 떠나기 전에 아점으로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찍어준 또 하나의 식당, 라멘집에 들르기로 한다. 지도에 표시해 준 곳을 찾아 이렇게 예쁜 골목길을 지나...



여기다!!! 토카이야(渡海家). 작은 로컬 라멘집인데 꽤나 유명한 집인 것 같다. 좌석도 몇 개 없다. 점심시간이 살짝 지났음에도 자리가 꽉 차 있어서 기다려야 했다.




지역 식당이라 역시나 말은 전혀 안 통하지만 눈빛 교환으로 모든 의사소통은 성공적. 한참을 기다리고 자리가 나서 주방장 앞에 앉았다. 자리앞에 놓인 일본어 메뉴판을 보니 까막눈이라 알 수가 없다. 아까 기다리면서 맨 끝에 앉아계시던 아저씨가 미소라멘을 주문하시는 것을 들었길래 나도 미소라멘으로 주문. 주문하고나서 보니 영어 메뉴판도 있긴 있네. 이미 주문 들어갔으니 끝.


 


뜨끈한 미소라멘이 나왔다. 여기 라멘이 대부분 그렇듯이 살짝 짭짤한데 그것 빼고는 정말 맛있다. 내가 라멘 취향이라서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 어떤 사람들은 고기 우린 일본 라멘이 기름져서 싫다는데 나에게는 이리도 맛난 걸까.



한 그릇 순식간에 뚝딱 비우고 역으로 간다. 아... 이제 정말 가는구나. 오타루에 너무 짧게 머물렀던 것 같아. 오타루역.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삿포로로 가는 기차가 안전상의 이유로 운행정지 상태였다. 꽤 오래 밀린 듯 역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1시 반이 조금 넘었는데 2시부터 운항 재개로 예상한단다. 일단 표를 끊고 기다리자 하고 티켓자판기에서 표를 끊었는데 갑자기 게이트가 열린다. 운항이 재게되었단다. 올~!!!!!! 역시 또 한 번의 운빨!



게이트 앞에 서 있을 때 마침 재개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선착순에 우선 순위를 갖게 되었다. 지하철처럼 생긴 자유석 좌석에 앉아서 편안하게 바깥 풍경을 보면서 지나간다. 이 열차는 해안선을 끼고 달려서 바깥으로 멋진 바다풍경을 볼 수 있다.


 오타루에서 삿포로로 갈 때는 왼쪽, 삿포로에서 오타루로 갈 때는 오른쪽 방향으로 바다풍경이 보인다. 




드디어 삿포로(札幌)에 입성. 마지막 여행장소에서 여행의 마지막 날이자 2015년의 마지막 날을 보내러 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숙소찾기. 일단 위치를 파악해야 하기에 또 WiFi를 찾는다. 삿포로역에는 관광안내소, JR안내센터 등 무료 WiFi가 꽤 많다. (물론 사람이 많은 만큼 엄청 느리지만) 관광안내소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면서 WiFi 신호가 조금이라도 강한 곳을 찾아 따라다니고 있으니 안내소 언니가 자꾸 뭐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와이파이가 필요하다고요... 우선 구글맵을 다운 완료.


자~ 이제 지하철 타고 출발. 예약해 놓은 홋카이도 선 게스트하우스(北海道 Sun Guesthouse)는 지하철 남북선을 타고 세 정거장 거리에 있는 기타니주요조(北24条)역에 있다.


알려진 대로 일본의 교통은 정말 비싸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나와 돌아다닐 것이니까 지하철 1일권을 끊었다. 세 번만 타면 본전은 뽑는 것이니 이게 훨씬 이득이다. 그만큼 돌아다닐 것인데 3번 안 타겠어? (그리고 3번 못탄들 어쩌겠어ㅎㅎ) 


1일권. 지하철 ONLY


기타니주요조(北24条)역에서 내려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역에서 거리는 멀지 않았으나 완전히 주택가라서 게스트하우스가 있을 만한 동네가 아닌 것 같다. 구글맵이 이 근처라고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간판도 없고 어느 집인지 모르겠다. 어리버리 헤매고 있는데 앞에 있는 집에서 실내복 차림의 아저씨가 나온다. (아마도 담배피우러 나온듯) 그 아저씨께 물어보니 '아! 게스트하우스?'하고 방향을 가리키시는데... 그 방향으로 길이 없다. 저 집인데.... 하시면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보시더니 저리로 가서 이렇게 돌아가란다. 손짓과 레프트, 라이트 두 단어로 길을 완벽하게 가르쳐 주신다. 눈앞에 보이는 집의 입구를 찾아 큰 골목으로 나가서 다시 돌아오니 아주 조그만 간판이 있다. 여기를 어떻게 찾으라고 ㅡㅡ;;  



어찌어찌 찾아온 게스트하우스는 큰 한옥(일옥?) 스타일의 단독주택이다. 일본 중년의 주인 아주머니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는데 의사소통 불가. 헉. 여기에서 여행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무리겠다. 그나마 도와주시는 다른 분이 몇 단어를 더 하셔서 어렵사리 체크인은 끝냈다.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 깨끗하고 주인분도 친절하고 좋은데 외국인들에게는 제약이 있는 곳이구나... 일본 게스트가 많겠구나...라고 생각.


방은 독특했다.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딱 일본식이라고나 할까. 2층 침대인데 침대자체가 가벽과 같은 것으로 완전히 막혀있고, 각 베드의 입구도 암막커튼이 달려있다. 1, 2층 침대의 입구 방향이 엇갈려 있어서 서로 간섭이 적다. 이런 침대 처음이야. 각 침대에는 USB전등과 콘센트가 개별로 달려있어 편리하다. 편의 시설에서 새로 지은 티가 팍팍. 


  

짐을 놓고 의사소통 불가로 더이상의 정보를 얻는 것은 포기하고 그냥 나온다.


첫번째로 가 볼 곳은 삿포로 맥주박물관. 12월 31일-1월 1일은 휴일이라는 불길한 정보를 얻었지만 외관이라도 한 번 보고 호....옥시 올해는 예외일까 하는 과도하게 긍정정인 희망을 안고 찾아간다. 지하철을 타고 히가시구야쿠쇼마에(东区役所前站)에서 내려 10-15분 걸어서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지만 이미 깜깜. 휴일이라 문닫하서 더 잠잠. 힝... 여긴 꼭 와보고 싶었는데...


아무도 없을 것 같았는데 나같이 뒤늦게 찾아온 관광객이 또 있다. 서로 사진찍어주는 커플이 있었는데 본의 아니게 도촬? 






이것이 Beer Brewing Kettle이란다. 여러 재료를 넣어서 끓여서 맥주를 양조하는 주전자라는데 1961년을 처음으로 해서 40여 년 동안 30,000번 이상 주조했다고 한다. 지금이 4m라는데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 친절한 안내판에는 이러한 설명과 함께 이것은 UFO가 아니라는 깜찍한 주의까지 붙어있다.



입구에 있는 대통. 옛날 영화에서 선원들이 마셨던 술통이 생각난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여기까지. 추운 겨울밤의 문닫은 박물관에는 더이상 아무 것도 없다. 다음에 꼭 또 와야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이번엔 오도리역(大通站)으로 간다. 야호! 세 번 채웠으니 1일권 손익분기점 돌파!

오도리역에서부터 시작해서 주변 구경하면서 스스키노(すすきの)까지 걸어가려 한다.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니까 뭔가 화려함을 즐겨야 할 것 같으니까.


오도리역을 나오면 커다란 트리가 기다리고 있다. 뒷쪽으로 보이는 삿포로 TV탑도 야경이 멋있다. 낮에 보지 못했지만 어쩐지 밤이 나을 것 같은 풍경이다.




오도리 공원에서는 지난주까지 일루미네이션 축제가 있었다고 한다. 또 한 번 호...옥시 잔재라도 남아 있을까 하여 둘러보고 물어보지만 휑하고 춥기만 하다. 여기에 꽃이 가득하면 정말 예쁘겠다. 또 한 번 다시 와야지...


봄여름가을겨울 볼 것이 넘친다는 오도리 공원 (지금은?)


주변 살짝 둘러보고 스스키노로 가야지. 마지막 밤은 화려하게~!




Posted by TravelGirl
2016. 2. 27. 01:22

※ 2015년 12월 31일. 여행 넷째날


오타루의 아침. 2015년의 마지막 날. 

느즈막히 일어나니 또다시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일단 짐을 싸고, 체크아웃 하기 전에 게스트하우스 구석구석 한 번 둘러본다. 핸드밀은 어디에 갖다 놓아도 멋진 장식품이 된다.




오타루 운하의 낮을 보고, 사카이마치도오리(堺町通リ)부터 오르골당까지 둘러보고 삿포로로 넘어갈 계획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맡겨두고 사카이마치거리 쪽으로 나간다. 여전히 눈은 펑펑 내리고 바람은 쌩쌩 불고 있다. 가는 길에 있는 오타루 우체국. 어제 저녁에 쓴 엽서를 우체국 앞 빨간 우체통에 넣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본 그대로의 우체통


오타루 데누키코지(小樽出拔小路). 1930년대 오타루 옛 거리를 재현한 골목인데 식당과 선술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다. 저 위에는 홋카이도 어딜가나 따라다니는 시로이 코히비또 간판이 떡~!



골목 안에는 눈보라 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꽤 많다. 


사카이마치거리(堺町通リ)로 가는 길목의 입구의 어느 가게. 상점 앞에 만들어 놓은 눈사람과 내리는 함박눈이 너무나 예쁘고 평화롭고 따뜻한 사진을 선물해 주었다.



눈보라가 점점 거세지고, 쌓이는 눈은 점점 높아져만 간다.



사카이마치 거리는 까페, 식당, 기념품샾이 모여있는 곳이다. 기념품샾에 들어가면 식품도 파는데 자꾸 이것저것 맛보라고 주신다. 거절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대략 받아먹고, 대략 지나치면서 지나간다. 받아먹었다고 다 샀다가는 첫 가게에서 한 보따리 사게 생겼다. 다양한 종류의 예쁜 기념품들도 많다.


다양한 종류의 노호혼 (몇 마리 집어오고 싶다...)


이거 괜찮은데? 황태 비슷한 것 같은데, 매달린 생선이 빙빙 돌면서 얼었다 녹았다 하며 마르는 것 같다. 우리나라 건어물 가게에 파리 쫓는 선풍기 같은 것에 생선이 매달려서 마르는 것이 신기하다.


초미니 황태덕장(?)


길가 언덕 위에 벤치 모양의 것이 박혀있다. 눈사태를 방지하는 시설로 추정된다. 처음 보는 것이라서 사진에 담았다. 눈이 쏟아지면 정말 쟤가 막아 주려나?



오타루는 유리공예도 유명하다. 이 거리 곳곳에 유리공예 기념품 파는 곳이 많고, 직접 체험도 할 수 있다.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유리로 만들었는데도 무지 정교하다. 



쇼핑거리에서 빠질 수 없는 길거리 음식. 길거리 음식도 고급지다(!). 게다리를 길거리에서 저렇게 팔 줄이야...




해산물을 골라서 구워 달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구워준다. 혼자 여행객이 해산물을 먹고 싶다면 식당보다 오히려 부담없이 간편하게 먹기쉽다.



멜론은 열대과일이 아니었던가? 저 멜론은 호주 워킹홀리데이 할 때 멜론농장에서 엄청나게 땄던건데 여기에서는 잘라서 얼음에 파묻어 놓았다. 더운 나라의 과일이라고 알고 있던 것을 얼려 놓아서 별로 안 끌림.



이 식당에는 유명한 사람이 많이 왔었나보다. 익숙한 얼굴인 박용하 님도 다녀가셨나보다. 하코다테에서 유명하다 했던 삼색덮밥도 팔고 있는데 하코다테보다는 살짝 비싸다. 도시니까 뭐...



사카이마치토리 쇼핑가는 물론, 오타루 곳곳에는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상점이나 식당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물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된 것 = 흉물스러운 것,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해서 재개발 우선 대상이고 싹 밀어버리는데 유럽이나 일본이나 참 잘 보존되어 있고 활용도 잘 하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은 좀 부럽다.





길을 걷다가 어젯밤 게스트하우스의 일본아이를 마주쳤다. 아이스크림 콘을 들고 있다. 맞다... 아이스크림... 나도 먹어야지...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곧 헤어진다. 저 친구도 오늘 삿포로 넘어간다 했었지.


오타루의 유명한 키타카로 제과점. 바움쿠헨(나무 케이크라고 하는 독일식 레이어 케이크)과 여러 종류의 쿠키, 카스테라, 케이크, 과자 등이 유명한 집이다. 하나 사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가장 맛있어 보이는 것은 보관이 냉장이다. 포기. 



누군가 말했다. 홋카이도에서는 눈을 보면서 꼭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한다고. 남들이 케이크를 잔뜩 사는 키타카로 제과점에서 아이스크림콘을 들고 나왔다. 플레인 바닐라로. 왜? 홋카이도니까. 눈이 소복이 쌓인 거리에서 흩날리는 눈을 맞으면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여기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 같다. 결론은? 기분은 째지고 입과 손은 엄청 춥고.



아이스크림을 너무 늦게 샀나보다. 천천히 거리를 거닐면서 먹으려 했는데 키타카로에서 나와서 조금 걸으니 벌써 메르헨 교차로(メルヘン交着点)가 나오고 건너편에 오르골 당이 보인다. 이런! 관광객의 매너가 있지. 오르골당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들어갈 수는 없는데...돌아가는 길에 살껄... 어쩔 수 없지. 다 먹고 들어가려고 그 추운 바깥을 그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들고 최대한 빠르게 먹으면서 어슬렁거린다.


삿포로에서 시작한 오타루 당일치기 여행은 보통 이 메르헨 교차로에서 시작한다. JR미나미오타루역(JR南小樽駅)에서 내려서 메르헨 교차로-사카이마치토리-오타루운하-JR오타루(JR小樽駅)역에서 돌아가는 코스로 많이들 다닌다.  


상야등. 오타루의 번성을 의미하는, 등대를 본따서 만든 등이다.

 





교차로 건너편에 오르골당 본점이 보인다. 저기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이스크림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아서...



길을 건너와서 오르골당 앞에서 보는 사카이마치토리 입구. 여기에서 보이는 풍경은 마치 유럽에 온 듯 하다.



오르골당 앞의 증기시계. 보일러로 증기를 만들어서 1시간 마다 뿜어 댄다.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시간에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시간도 모르고 아이스크림 먹느라 주변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시계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증기를 뿜어댄다. 또 한 번 운좋게도 별로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이 시계탑 앞에서 쭉뻗은 여자애가 포즈를 취하고 일행 남자애가 사진을 찍어준다. 한국애들이다. 연인끼리 놀러왔나 했는데 여자애가 눈에 많이 띄는 외모에 몸매이다. 사진 찍는 자세도 남다르다. 한두번 찍어 본 것이 아닌듯. 사진을 찍어주는 남자애도 카메라를 이것저것 바꿔가며 앵글 잡아가며 찍는다. 모델인 것 같다. 누구지? 유명한 아이인가? 잠시 궁금...


오르골 당 옆의 작은 카페에는 사람들의 소원이 트리에 가득 매달려 있다. 다들 소원이루세요~!!



드디어 아이스크림을 다 먹었다! 입 시려.... 이제 오르골당으로 입성!


오르골이라고 하면 보석함 같은 상자를 열면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 또는 태엽을 감으면 가녀린 발레리나가 돌면서 예쁜 멜로디가 나오는 것인줄로만 알았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오르골이 있을 줄이야!!!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좁았는지 또 한 번 깨닫는다. 내가 아는 오르골은 만분의 일도 안 되는 듯. 이 커다란 오르골당이 순수하게 오르골로만 가득 차 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르골에 열광하는 줄 몰랐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오르골탑(?)의 위엄. 장식품처럼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오르골이다.






페리스휠 오르골. 이것은 정말 탐나도다... 그런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크기가 꽤 커서 감히...




이런 박스도 오르골이다. LED 램프가 들어오는 최첨단(!) 오르골.



전통적인 오르골의 핵심파트를 곡목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케이스는 별도로 구매해서 입히면 된다.



2층에서 내려다 본 1층 전시관 모습. 규모가 어마어마...




누가봐도 일본 전통 인형. 물론 모두 오르골.



간단하게 박스 형태로도 판다. 저 줄을 쭉 잡아 당기면 줄이 말려올라가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이 인형들도 오르골. 박스 오르골처럼 꼬리 쪽에 당긴 줄을 쭉 당기면 소리가 난다.




예쁜 오르골들은 그만큼 가격이 비싸다. 조그만 기념품으로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는 그냥 예쁜 쇼핑백에 담긴 오르골.



워낙 큰 곳이라 3층까지 한참을 다 둘러보고 나오니 오르골 소리에 중독된 듯 귀와 머리가 멍~하다. 그래도 맑고 청아한 소리에 중독된 것이라 산뜻하다.


오르골당 본점 주변에는 작은 오르골 전시관들이 있다. 이 곳은 캐릭터 오르골이 가득한 상점. 토토로가 맞이하고 스튜디오 지브리 전문점이 있다는 말에 혹해서 꼭 들어가려고 찍어둔 곳.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의 제목이 붙어있다. 설레고 두근두근...^^



오르골 CD 플레이어. 고전적으로 보이나 소리는 CD에서 나는 것.



토토로 오르골. 이밖에도 다른 캐릭터들의 오르골이 많이 있었는데 상점 안에서는 사진찍기가 조심스러워서 여기까지만. 


반나절 알차게 꼼꼼이 돌아보고 이제 돌아가려 한다. 돌아가는 길에 오타루 운하의 낮 풍경을 보고 가려 한다.

Posted by TravelGirl
2016. 2. 23. 02:06

※ 2015년 12월 30일. 여행 셋째날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는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마을로 돌아온다. 차가 다니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눈으로 덮여서 오솔길을 걷는 것 같다.


 


누군가 앙증맞게 눈사람을 만들어 인적없는 이 겨울길을 포근하게 해놓았다.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이런 불상들도 산길에 놓여져 있다. 뭔지는 모르겠다. 산책로 폐쇄로 직접 보진 못했지만 윗쪽 어딘가에 있다는 관음상의 사진도 이렇게 빨간 머플러를 두른 모습인 것을 보면 이들도 관음상 아닐까 추측만...



눈때문인지 여기저기 막힌 곳이 많아서 지도를 보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먼 길을 돌아왔다. 아까까지는 아주 여유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촉박해서 마음이 급해진다. 제때 기차를 탈 수 있으려나...막힌 길을 피해서 어찌어찌 내려왔는데, 내가 내려온 길도 마을 쪽에서 올라가는 입구는 차단되어 있다. 입구 폐쇄로 쳐 놓은 쇠사슬을 넘어서 산을 탈출(?)하고 드디어 마을을 만났다.


 

겨울철 노보리베쓰 온센 산책은 눈 때문에 쇄된 산책로 많다. 경로 선택과 시간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거닐 때에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


버스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에 고쿠라쿠도리(極楽通り) 상점가를 지난다. 아주 약간 시간이 있어서 살짝 둘러본다. 중간에 곰목장으로 가는 로프웨이 승차장으로 가는 오르막 계단이 있다. 곰 사파리도 아니고 사육하는 목장이라고 하길래 가볍게 패쓰. 나는 야생 취향이니까. 



길가에 염라당(閻魔堂)도 있다. 무슨 공연도 시간별로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볼 수는 없었다.

(춥기도 하고 너무 많이 걸어서 대략 찍었더니 사진도 기울고, 안쪽은 어둡고...사진 참 성의없네... ㅡㅡ;;)



곳곳에 있는 노보리베쓰 심벌 도깨비상. 그냥 지나쳤던 다른 두 마리 도깨비와 시리즈란다. 이건 연애도깨비라네. 누가 누구랑 연애한다는 건지... 남매같구만...



기념품 상점 앞에 있는 이 도깨비가 제일 맘에 든다. 귀여우면서도 뭔가 시크하니까.



이제 되돌아 갈 시간.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본의 아니게(!) 크게 한 바퀴 돌아왔다. 초록색으로 표시한 길이 지난 4시간 여 동안 내가 지나간 길. 중간 후나미야마 산책로에도 볼 것이 꽤나 많은 것 같은데 그 길 자체가 폐쇄되어 지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나중에 또 오면 되니까 많이 아쉽지는 않은 걸로~



14:10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돌아왔더니 이미 버스가 기다리고 있고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올라탔더니 맨 뒷자리에 한 자리 남아있다. 앉을까 말까 조금 고민하다가 허리아프고 다리 아파서 앉았더니... 옆 아주머니가 버스 뒷자리에 앉아서 가츠동을 드신다! 광장시장에서나 볼 듯 한 스티로폼 대접에 담긴 음식을 버스 뒷자리에서 이리도 자연스럽게 드시다니... 늘 타인의 신경을 쓰고 공공장소에서 조심스러운 일본인도 이럴 수 있구나... 왠지 새로운 느낌이다. 어딜가나 시골 인심, 시골 분위기는 비슷한 것 같다. 기차에서의 에키벤도 그렇고, 일본은 교통수단 안에서 무언가를 먹는 것에 아주 관대한 것 같다.


14:10 버스는 출발. 올 때와 마찬가지로 15분쯤 후 기차역에 도착한다. 아까처럼 코인로커 대란이면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넘겨주려고 마음먹고 갔더니 오후라 그런가 관광객도 별로 없고 로커가 널널하다. 내가 짐을 뺀다고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상황이 아니다. 오전만 그렇구나... 당일치기로 들르는 사람이 꽤 많은 듯 하다. 그냥 짐을 뺀다.


그.런.데. 기차가 지연이다!!! 오늘 오타루까지 가려 하는데 삿포로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삿포로 역에서 오타루 행 열차를 갈아타는 간격이 15분인데 이 열차가 10분 지연이다. 5분 안에 갈아탈 수 있으려나.. ㅡㅡ;; 일단 뭐... 타야지 어째... 


드디어 오타루로 고고!


1시간 여를 달려서 삿포로에 도착했는데 열차 출발 지연 때문에 시간이 없다. 말도 통하지 않는 동네에서 두리번 거릴 여유도 없어 내리자마자 역무원께 표를 들이밀고 여기 간다 했더니 건너편 플랫폼을 가리키신다. 밑으로 내려가서 다시 올라가야 하기에 무조건 달림. 건너편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오타루행 열차가 도착한다. 이것도 1분 지연된 듯. 휴... Perfect timing!! 


지정석 자리를 지정한 것이 어찌나 다행인지... 이렇게 뛰어왔는데 서서 가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지정석 좌석은 훨씬 넓고 편안하다. 안심하며 푹 쉬면서 간다. 여전히 시트 앞쪽에 있는 티켓꽂이가 참 마음에 든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자는 사람 안 깨워도 되고, 말 안 통하는데 주섬주섬 챙기지 않아도 되고 완전 좋다. 사소한데 혼자만 감탄하면서 40여 분 후 오타루에 도착! 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오타루구나... 



삿포로에서 오타루까지 타고 온 열차


예상대로(!) 관광안내소는 문을 닫았다. 앞에 나오니 상가도 절반 이상 문을 닫았다. 이젠 새롭지도 않아... 홋카이도의 겨울밤에 점점 적응하고 있는 듯 하다. 우선 숙소를 찾아야 하기에 역에서 잠깐 WiFi를 붙여서 잽싸게 구글맴을 다운받아 찾아간다. 역시 구글맵이 진리. 이거 없을 때엔 저녁에 도착해서 맵을 못 받으면 어떻게 찾아가나 몰라... 예전엔 다 그러고 다녔었는데 어찌 했었는지 기억이 없다. 어쨌든 문명은 확실히 활용해 주는 걸로~


큰 길과 골목을 지나, 반쯤 문닫은 상점가 거리를 지나 숙소를 찾아간다.



아주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리 봐도 간판이 없다. 주위를 둘러봐도 숙박업소가 있을 법한 건물도 없다. 구글맵은 분명히 여기라고 하는데...?? (나중에 알고나서 정확도에 감탄!!) 옆 건물에 아주 작은 간판...이라기보다 그냥 게스트하우스 이름만 유리문 위에 딸랑 붙어있다. 윗층이 게스트하우스란다. 괜찮을까?


 

오타루 에키마에 게스트하우스 이토(小樽駅前ゲストハウス-糸)


올라가보니 안은 밖과는 달리 아주 따뜻한 곳이다. 일본식 바닥 마루에 앉아서 check-in 하고, 설명듣고, 올라가서 방을 소개 받았다.

3 bed room인데 아무도 없다.


"오늘 방 비어?"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아니... full인데 아직 도착을 안 했어. 어느 침대 쓸 껀지 니가 먼저 골라"

"아... 좋아!"


 


여기는 도미토리라도 2층 침대가 아니라 싱글침대 3개가 놓여있고, 이불도 참 폭신하고 좋다. 만족도 200%. 밖에서 보던 우려가 싹 날아갔다. 다른 사람들이 또 올 거라니 제일 구석자리 침대를 골라서 짐을 풀었다. 이 이불 완전 마음에 들어!



짐 풀고 바로 내려와서 주인 언니한테 오타루 운하 가는 길과 괜찮은 식당을 물었다. 오타루는 스시가 유명하다는데, 대부분의 스시나 해산물 식당은 큰 식당이라 혼자 먹기 애매하다. 주인 언니가 합리적인 가격에 혼자여도 먹기 좋은 회전초밥집과 자기가 좋아하는 라멘집을 추천해 준다. 운하는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한다.


슬슬 걸어나가 운하쪽으로 간다. 여기가 오타루구나... 눈이 엄청나게 소복이 쌓여있는 길도 참 예쁘다.


  


운하는 한 눈에 찾을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다는 작은 다리(아사쿠사 다리, 淺草橋) 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관광객 바글바글... 너도나도 사진삼매경에 셀카봉에... 명불허전 오타루 운하의 야경은 정말 예쁘다. 예쁘긴 한데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으로 과장된 조명이 조금 아쉽다. 백색광으로 그저 밝기만 주고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면 좋겠다. 과하게 인위적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다.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그 유명한 오타루 운하의 가스등.



작은 다리 위의 시계탑. 밤이라 탑은 안 보이고 시계만 반짝반짝. 영하 1.2도라는데 강가에서 불어오는 바람 탓에 체감온도는 더 낮다. 훨씬 춥게 느껴진다.  



건너편 오래된 창고의 조용하고 스산한 풍경이 왠지 더욱 끌린다. 주렁주렁 늘어진 고드름이 운치있어 더욱 맘에 든다. 잔잔한 물에 반사되는 반영도 좋다. 





운하를 오르내리는 관광용 배도 다닌다. '운하 크루즈'라는데 크루즈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고 소박한 배인데다 관광용으로 주변이 휑하게 뚫려서 겨울에 타기에는 많이 추워 보인다. 그래도 많이들 탄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인 듯.




크루즈 선착장 건너편을 보니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인다. 저건 뭐지? 

(오타루에 대해서는 운하와 오르골당만 알고 있던 터라 정보가 너무 없던 상태여서... )


오타루 운하 플라자(小樽運河プラザ)이다. 관광안내소와 기념품 상점이 있고, WiFi도 되고, 따뜻하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밖에 추운데 있었던 터라 이 따뜻함이 정말 반갑다. 




운하 플라자 안에 있는 와인잔으로 쌓은 트리. 여러가지 색깔의 조명을 비추어 계속 다른 느낌을 준다. 빨간 조명은 따뜻하고, 파란 조명이 비추면 시원하고. 와인트리 앞은 좋은 포토존이라서 들어오는 사람마다 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정말 연말같고, 축제같다.



이 곳 기념품 상점에는 예쁘고 특이하면서도 기념이 될만한 상품들이 많다. 여기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꼭 사야한다. 다른 곳에서 팔지 않는 것들이 꽤나 많아서 나중에 사야지 하고 미루면 나중에 못 구해서 후회할 수 있다.


요고가 있을 때 살껄...하고 후회하는 아이템. 맥주 캬라멜이란다. 실제 맥주가 들어있는 알콜 함량 0.05%의 캬라멜.

'오타루' 맥주 캬라멜도 아니고 '홋카이도' 맥주 캬라멜이라길래 홋카이도 아무 곳에서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돌아가기 전에 삿포로에서 사려고 지나쳤더니 아무데도 없다. 있을 때 샀어야 할 것을... 아쉽지만 언젠가 또 만날 날이 있겠지.  



편지를 써서 부치는 작은 우체통도 있다. 매장 내에서 실제 우표를 판다. 엽서를 써서 여기에 넣으면 진짜 배달된단다. 어딘가에 엽서를 꼭 써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게 하는 귀여운 우체통이다. 



친구에게 보낼 엽서 두 장을 사서 보내고 가려고 잠시 앉아 두 줄 쓰는데 7:00pm 문닫을 시간이라고 나가란다. 주섬주섬 챙겨서 추운 밖으로 다시 나온다. 운하프라자 앞에는 유명한 충견 하치의 동상이 있다. 얘가 이 동네 개였던가?



게스트하우스 주인 언니가 찍어준 회전초밥집을 가보려 한다. 추운 날씨에 라멘이 더 땡기긴 하는데, 동선상 초밥집이 가깝고 라멘집은 멀다. 게다가 라멘집은 역 근처에 있어서 삿포로로 돌아갈 때 어차피 지나야 하는 길이라서 오늘은 초밥집으로 결정.


운하를 따라 내려온 길 반대쪽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다시 강가로 내려와서 운하를 따라간다. 반대편에서 보니 느낌이 다르다. 저쪽에서 본 운하는 화려하고 잔잔했는데, 이쪽에서는 눈이 더 많이 보여서인지 포근하고 고요하다.


  

도착! 자~ 여기입니다!! 큰 길가에 있는 꽤 큰 집이라 찾기가 쉬웠다. 이렇게 큰 집이면 혼자 먹기 난감할 텐데... 살짝 걱정이다.


홋카이도는 해산물이 유명한데 스시나 해산물 요리는 어딜가나 항상 비싸다. 여기가 상대적으로 싸긴 하지만 그렇다고 싼 음식은 아니다. 또한 해산물 음식 식당은 보통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어서 혼자 들어가서 먹기가 어색하고 난감하다. 혼자 여행의 단점.



어쨌든 안에 들어가본다. 아니다 싶으면 나오면 되니까. 그런데..짜잔~!! 올~ 좋은데?! 혼자 앉아 드시는 분들도 꽤 된다. 여기서 먹는 것으로 결정.




그.런.데. 말이 안 통하고 영어 메뉴가 없다! 어차피 눈으로 보고 집어 먹으면 되고, 일본어 메뉴판에 사진이 크게 있어서 별 문제는 되지 않을거라 생각하는 것도 잠시, 회전초밥집이 처음이라 어떻게 계산하는지 모른다. 아주아주 오래 전에 용산에서 한 번 가봤었는데, 거기는 회전초밥 뷔페라서 입장료처럼 내고 아무거나 집어먹었었다. 아주머니와 대략 손짓과 온몸을 사용해서 한 대화로 그냥 집어먹으면 된다는 것까지는 이해했는데 종류별로 가격이 다른데 어떻게 계산을 하지?가 너무나 궁금하다. 서로 자기만의 얘기를 하면서 전혀 뜻이 전달되지 않는 대화 중 접시 색깔이 다른데 메뉴판에 표시된 색이랑 같다는 것을 발견. 아하! 이제 먹자~!



윗층에는 초밥이 빙빙 돌아가고, 아래층에는 물컵과 종지 등이 빙빙 돌아간다. 이것 또한 귀엽고 신기하다.



하코다테에서 시도할까말까를 고민했던 이쿠라를 드디어 시도해 보려한다. 초밥 위에 올라가는 양 정도면 시식(?)하기에 적당하고, 혹시 못 먹겠더라도 초밥 한 접시 가격은 포기해 줄 만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이쿠라는 오지 않는다. 주문하면 되는데 말이 안 통하는 상태에서 주문이라는 것은 대단한 도전. 그래도 해봐야지. 손들어 불러서 메뉴판 사진으로 보여줬더니 해주신단다. 성공!


이쿠라는 즐길 맛은 아니었지만 일단 먹을 수는 있을 정도이다.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범주로 이동. 앞으로 주저없이 먹는 걸로. 


나의 주문을 받고 이쿠라 스시를 만들고 계시는 주방장님


오늘의 저녁식사. 초밥 3접시 + 나마비루. 잘 먹었습니다~!!!


 

 


슬슬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커다란 쇼핑거리가 있는 쪽으로 일부러 멀리 돌아왔는데 예상대로 이미 문을 다 닫았다. 겨울의 이 동네는 정말 밤이 긴 곳이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한다.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숙소로 들어온다.




옛 간이역


숙소에 돌아오니 공용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묘미는 낯선이들과의 수다. 옷을 갈아입고 사 온 맥주 한 캔 들고 낮에 쓰다 만 엽서 두 장 들고 테이블에 동참한다. 주인장 두 명과 게스트 네 명이 일본어로 대화하고 있다. 이런! 다들 일본인인가? 대화에 끼기 힘들겠다 잠시 생각하며 일단 엽서부터 쓰기 시작한다. 요즘 세상에 엽서를 쓰고 있으니 신기하게 보였다보다. 이 시대에 본 적 없는 아날로그 감성이라 그런가. 엽서를 계기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알고보니 게스트 4명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한국, 일본 아이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리 다들 일본어가 유창하대? 이건 뭐지? 

다행히(?) 말레이시아 아이가 일본어가 썩 유창한 편이 아니어서 그 대화 속에 완전히 끼어있지 못한 상태였나보다. 그 아이도 일본어 못하는 내가 아주 반가운가보다. 우리끼리 또 다른 대화를 시작한다. 주인 언니는 적절히 영어와 일본어를 섞으면서 나를 소외되지 않게 신경 써 주었다. 아리가또~!! 


말레이시아 아이: 영어 Good, 일본어 So So

베트남 아이: 영어 Good, 일본어 Good (도쿄에 있는 일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단다)

한국 아이: 영어 bad. 일본어 Good

일본 아이: 영어 전혀 못함. 일본어 Excellent

나: 영어 적당히. 일본어 전혀 못함


이러니 공용어로 대화가 되겠냐고. 그래도 이런저런 주제로 이 언어 저 언어 섞어가면서 정말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다들 여행도 꽤 많이 했고, 특히 구석구석 일본여행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라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여행 경험, 일본여행 얘기, 사는 얘기 등등...


베트남 아이는 일본 IT 업계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란다. 더 나은 환경, 더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픈 24살 아이. 말레이시아 아이가 용기를 준다. 


(말레이시아) "네 나이에는 모든 걸 할 수 있어. 넌 아직 어리잖아? 하고싶은 것 다 해봐. 내일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떠나도 되는 것이 네 나이야. Old man의 이야기니까 새겨들어."


(나) "그러는 너는 몇 살인데?"


(말레이시아) "29살. 조금 후면 30이 돼. 저 나이면 모든 걸 할 수 있을텐데 나이가 너무 들어버렸어."


29살 Old man. 니 나이도 아름답다, 임마!! 한 살 더 어리면 한 뼘 더 아름답다. 20대가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 나이인지 그때는 절대 모른다.


말레이시아 아이는 내일 처음으로 스노우보드를 타러 스키장에 간다하고, 베트남 아이는 더 북쪽으로 떠난다 하고, 한국 아이와 일본 아이는 각자 삿포로로 간다고 한다. 국적만큼이나 다양한 계획이다. 모두의 여행을 응원한다.


한참을 수다 떨고 나서 자정이 되어서야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다. 돌아온 내 방에는... 아싸~!! 3인실에 나 혼자다! 이 큰 방 혼자 난방하기가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나는 게스트니까. 


오늘도 긴 하루. Good Night!





Posted by TravelGirl
2016. 2. 12. 22:44

※ 2015년 12월 29일. 여행 둘째날


트램을 타고 유노카와 온천(湯の川溫泉)에 내리면 가장 먼저 노천 족욕탕이 보인다. 여기는 공용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당연히 무료.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다. 낮에 도착해서 봤을 때는 관광객 두 명이 발 담그려 준비하고 있었다. 



관광안내센터에서 받은 온천 목록에서 ① 트램 정류장에서 멀지 않고, ② 금액이 합리적이고, ③ 노천탕이 있고, ④ 숙박 안 하고 당일 온천만 할 수 있는 곳을 기준으로 해서 타쿠보쿠테이(湯元 啄木亭)내정해 놓았다.


온천 목록. 1-7까지만 숙박없이 당일 온천 가능하단다.


족욕탕은 그냥 지나치고, 타쿠보쿠테이를 찾아간다. 받은 온천 목록 아래 각 온천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가 있는데 뭔가 실제 지형하고 살짝 다른 느낌이다. 어리버리의 시작. 대략 지도에 표시된 방향대로 내려가는데... 온천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닌데? 찾는 곳은 안 보이고 우체국이 보인다. 아! 나 국제우편 엽서용 우표 사야한다. 우체국에 먼저 들어가서 우표를 사려는데 당연히(!) 말이 안 통한다. 하긴 시골 우체국에 외쿡인이 무슨 우표를 사러 오겠냐마는... 어쨌든 이래저래 해서 우표 두 장을 사서 나왔다. 성공!


 

해외여행 중 가족이나 친구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엽서를 한 장 써서 보내면 기록도 되고, 기념도 되고, 좋은 선물이 된다. 관광지에서 엽서를 사고, 우표를 사서 우체국에서 발송하거나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표준 크기 엽서의 국제 발송 요금은 수신 국가에 상관없이 같은 금액이다.


우표를 사서 뿌듯한 마음으로 나오긴 했는데... 타쿠보쿠테이를 어떻게 찾아가지? 우체국 앞을 지나가는 어르신께 길을 물으니 열심히 설명해 주시는데 모르겠다. 한 건물을 가리키시며, 뭐라뭐라 하시는데 '저 건물까지...' 밖에 못 알아듣겠다. (결론적으로는 저 건물 뒤 or 저 건물인데 입구가 반대쪽에 있다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못 알아 들었더니 같이 가자 하신다. 반가운 마음에 그 쪽 가시는 길이냐고 여쭤보고 싶으나... 내가 아는 단어 범위에서 그 문장 조합이 안 된다. 게다가 Yes/No 이외의 대답을 하시면 못 알아들을 것이 뻔해서 말을 못 건다. 센스있는(?) 이 어르신이 말 한 마디 안하고 묵묵히 직진하셔서 나도 묵묵히 따라갔다. 타쿠보쿠테이 호텔 입구에 이르러서야 여기라고 하시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신다!!! 이런... 감사해라... 그 분도 이쪽 방향으로 오시는 길인줄 알았는데 일부러 오신 거였구나. 90도로 허리숙여 '아리가또 고자이마쓰~'를 외쳤더니 손짓 한 번 하시고 휙 가신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정말 고맙습니다.


시골여행의 묘미 중 하나. 순박하고 좋은 분들의 뜻밖의 도움. 큰 도시가 아니고, 특히 시골로 갈 수록 어딜가나 인정이 넘치고 사람들이 참 좋다.


 

   

타쿠보쿠테이 호텔의 온천은 11층에 있다. 프런트에서 온천하러 왔다고 하면 결제해 준다. 수건 대여료는 별도이다. 아침에 수건 하나 챙겨 나왔다. 옆에 있는 슬리퍼로 갈아신고 엘레베이터 타고 올라가라 한다. 올라가면 그 다음은 알아서... 안내고 뭐고 없다. 눈치껏 하면 된다.


온천은 꽤나 좋다. 사람도 별로 없고, 실내 온천도 한 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특히 바깥에 있는 조그만 노천탕은 완전 좋다. 영하의 날씨에서 호텔 옥상에서 시내 야경을 내려다 보면서 노천 온천이라... 시내가 보이는 건물 옥상에 옷을 안 입고 서 있다는 것이 어색하면서도 묘했으나, 그것도 잠시. 너무 추워서 온천에 퐁당. 실내와 노천을 왔다갔다 하고, 따뜻한 물 속에 앉아 해지는 것도 보고, 한참을 실내/노천을, 물 밖/물 속을 들락날락 하면서 제대로 쉬고 때깔좋게 해서 나왔다. 대만족!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11층 온천입구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을 하나 남겼다. 이런 풍경이 온천 안에서도 보인다.



드.디.어. 야경보러 간다~!!! 

타쿠보쿠테이를 나와서 다시 트램을 타고 전날 갔던대로 주지가이(十字街)로 가서 또 같은 길을 꾸역꾸역 올라간다. 오늘 아침 트램 1일권을 끊어서 로프웨이를 10% 할인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어제보다 나아진 점이다. 드디어 티켓을 손에 들고 로프웨이를 타러 올라가려는데... 중국 단체 관광객 3~4팀 사이에 끼었다ㅠㅠ. 사람이 너무 많다. 지금 올라가기 싫다. 화장실 앞에 음료 자판기와 테이블이 있는 휴게실이 있길래 한참을 앉아 놀며 관광객들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 다행히 WiFi 지역이라 심심치 않을 수 있었다. 어느 나라 관광객이든 그들 단체의 중간에 끼는 것은 정말 싫다. 사람많고 시끄럽고...


관광객들을 모두 다 보내고 뒤늦게 로프웨이를 타고 산꼭대기로 올라간다. 산 위에 올라가면 세계 3대 야경이라는 하코다테 항구의 야경이 보인다. 멋지다. 특히 이 전망대가 정말 마음에 드는 건, 거의 모든 전망대는 유리창 밖으로 봐야 해서 늘 아쉬운데, 여긴 야외에서 완전 탁트인 야경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이 야경에 자부심이 있는 것이겠지. (누가 정한 건지 모르겠지만) 하코다테 야경은 홍콩, 나폴리와 함께 세계 3대 야경이란다. 야외이니 만큼 춥긴 하다. 


 로프웨이를 탈 때 뒷쪽(산 아래쪽)으로 자리를 잡으면 올라가면서 점점 야경이 눈앞에 열리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야경의 난간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분주해서 사람없는 야경을 감상하거나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단체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감상하고, 사진도 찍고 내려오면 기념품 샾이 있다. 관광지 기념품 샾 치고는 상당히 큰 규모이다. 잠깐 들렀는데... 아까 먼저 올라간 단체 관광객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기념품을 바구니에 담고 있다. 저걸 어떻게 다 들고 돌아가시려고... (별 걱정...)


야경은 충분히 봤고, 기념품 샾은 대충 구경만 하고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온다. 내려와 보니 호텔로 돌아가긴 살짝 아까운 시간이고, 그렇다고 어딜 또 들르기는 조금 늦은 시간이다. 공화당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야경도 멋있다 하여 딱 거기까지만 보고 돌아가자..하고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멀다. 야경은 같겠지 라고 급 합리화 하고 붉은 벽돌 창고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조금 가다보니 Bay 주변 바다가 나온다. 여기도 정말 예쁘다.






걷다보니 예쁜 풍경이 계속 나오는데 겨울 밤바다라서 그런지 너~~~~~무 춥다. 어디까지 가보까 하고 있는데 폰이 추위에 기절하신다. 많이 걸었고, 다리도 아프고, 춥고, 배고프고 한데 마침(!) 폰도 기절해서 어딘가 들어가서 뭔가 먹으면서 쉬어야겠다 하는데 앞에 보이는 건 스타벅스 등등 카페들. 밥 먹어야는데... 그 와중에 럭키삐에로가 정면에 짜잔~!!! 이게 왜 이리 반갑지?ㅋ


하코다테에서의 마지막 날이어서 다이몬요코쵸나 선술집에 가서 조촐히 나마비루 한 잔에 간단한 안주로 저녁 먹으려 했는데 춥고 배고파서 앉은 김에...게다가 어제 아주 맛나게 먹어서 커리도 먹어보고파서 1번 커리를 시켰다. 이것도 꽤 괜찮다. 패스트푸드 같은 느낌이 아니네.


      

몸도 녹이고, 폰도 살아났고, 맛있게 먹어 배도 부르고, 이젠 슬슬 호텔로 돌아가야겠다. 트램 끊기기 전에. 

가는 길 골목골목도 예쁘다. 여기는 언덕 길이 참 많다. 눈이 많은 동네인데 이런 언덕에서 어떻게 매년 겨울을 날까...



밥먹으면서 지도에서 찾은 일본 최고 높이의 콘크리트 전봇대가 가는 길에 있길래 슬쩍 한 번 봐 주고... 전봇대 치고는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데, 전봇대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이유로 뭔가 특이한 가보다 하고 촬영만. 투박하다.



트램 정류장으로 올라가는 언덕길도 모두 조명 장식을 해 놓아서 예쁘다.



거리의 눈을 한쪽으로 치워놓으면서 길가의 바닥 가로등이 눈 속에 완전히 파 묻혔다. 왠지 따뜻해 보여...




트램을 타고 호텔로 돌아와서 하코다테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마지막 밤을 함께 할 오늘의 맥주. 개인적 취향으로 왼쪽 음료는 별로...


 


하코다테에서 이틀을 알차게 잘 놀았다. 소박하고 따뜻한 동네. 떠나려니 왠지 아쉽기도 하다.

내일은 다른 도시로 이동. 또 무슨 일이 펼쳐질까?




 

Posted by TravelGirl
2016. 2. 9. 19:19

※ 2015년 12월 29일. 여행 둘째날


하코다테 아침시장을 가기 위해 일찌감치 움직인다. 하루 더 머물 것이지만 방을 옮겨야 하는 이유로 짐을 다 챙겨들고 나왔다. 프론트에 짐을 맡기면서 하루 숙박비를 더 지불하려는데 어제보다 500엔이 내려갔다. 아싸~ 아리가또~!! 매일 달라지는 일본의 숙박비에 대해 잠시 잊었었나보다. 비싸지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하코다테 아침시장은 하코다테 역 바로 옆에 있다. 역을 정면으로 봤을 때 왼쪽 주차장 너머로 있다. 어차피 하코다테 역을 지나가기에 하코다테 역 내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먼저 들러서 지도부터 구하기로 한다. 오늘의 하루종일 이동을 위해 트램 1일권도 사야하고, 나머지 여정의 이동을 위한 지정석도 지정해야 한다.


하코다테 역 앞의 조각상


먼저 트램 1일권 구입. 트램 1일권을 사면 유명 관광지나 쇼핑센터의 쿠폰을 준다해서 쿠폰북을 예상했는데 갱지에 인쇄된 종이 한 장을 준다. 정녕 이것이 쿠폰이라는 거임? 알고보니 이것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소와 내역의 목록이고 그 곳에 가게 되면 1일권을 보여주면 된다. 어느 곳에서는 기념품 엽서를 주기도 하고, 입장료를 5~10% 할인을 받을 수도 있으니 챙기면 도움이 된다.


 

트램 1일권을 샀다면 꼭 할인혜택을 챙기자. 기념품은 별 것 없지만 입장료 10%는 꽤 크다.


 

                 트램 1일 티켓                                     트램 1일권 소지자에게 주는 혜택 목록


트램 1일권은 조그맣고 빳빳한 종이티켓이다. 안쪽에는 스크래치 경품 행운권처럼 숫자들이 들어있다. 사용할 날짜의 년/월/일을 긁으면 그 날짜에만 쓸 수 있다. 트램에서 내릴 때 기사에게 보여주면 된다. 어차피 1일용/1회용인데 돈 많이 안 들이고 패스를 만든 인본 사람들이 참 실용적이라는 생각이다.


 

2015년 12월 29일에 사용. 이런 것은 10원짜리로 긁어줘야 제 맛이기에 굳이 1엔 동전으로 긁었다


온천 정보도 수집. 둘째날에 노보리베츠에서 온천하고 숙박하려 했었는데, 하코다테에 하루 더 있게 되는 바람에 계획했던 노보리베츠 온천을 즐길 시간이 애매하다. 온천이 노보리베츠에만 있나? 하코다테에도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 유노카와 온천(湯の川溫泉)을 가기로 했다. 노보리베츠에 가서 시간되면 또 하면 되지, 뭐. Information에 문의해서 숙박을 하지 않고도 온천만 즐길 수 있는 온천욕장의 목록과 지도를 받았다. 선택 기준은 노천탕이 있으면서 트램 정류장에서 가까운 곳. 저녁에는 꼭 야경을 보러가야 하니까 너무 깊이 가면 안된다. 입구에 있는 타쿠보쿠테이로 잠정 확정.


다음 여정을 위한 교통패스 좌석도 지정. 어젯밤에 대략 짜놓은 일정대로 일단 좌석을 지정한다. 내일 오전 10시쯤으로 여유있게 가고 싶었는데 이미 만석이라 지정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찍 움직이기로 한다. 이로써 이동 경로 확정. 좌석 지정한 편을 못 타더라도 다른 열차를 자유석으로 탈 수 있으니 여정은 얼마든지 변경 가능하다. 그다지 빡빡하게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지정석 티켓. 나머지 여정의 이동 일정 확정


준비 할 것 다 했으니 관광객 모드 시작. 우선 가까운 아침시장부터 시작한다.

아침시장은 수산시장이다. 아침식사를 하는 관광객들도 많이 보이는데, 저런 밤에 술안주로나 먹을 해산물로 아침을 시작하다니.. 





하코다테와 홋카이도의 명물 게. 털게는 물론 온갖 종류의 게들이 다 있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 하다.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1층 상점에서 고르고 회, 구이 등 요리를 주문하면 건물 2층에 있는 식당 자리로 배달해 줘서 앉아서 먹을 수 있다. 해산물은 어디 가나 비싸긴 한데 여기는 상대적으로 살짝 저렴하다. 저 크기에 저 무게에 저 가격이면 훌륭하지.

저거 한 마리 맛보고 싶긴 한데 아침부터 관광객들 사이에 혼자 앉아서 저만한 게 뜯기가 참... 나홀로 여행의 단점이다 ㅡㅡ;; 내 언젠가 단체로 다시 가서 꼭 먹어볼테닷!




 


이미 팔린 놈인지 큼지막한 게를 들고가던 아저씨가 사진 찍으라고 포즈를 취해 주신다. 크긴 어마어마하게 크다.



아예 저울 위에 올라앉혀 놓은 모델(?) 게도 있다. 한 마리에 2.56 Kg. 저 위에서 꿈틀대는 몸부림이... 쩝...짭짭...쩝...냠냠...



블로거님들 사이에서 유명한 키쿠요 식당. 이 곳의 삼색덮밥이 아주 유명하단다. 연어알(이쿠라)과 성게내장(우니)와 게살/새우/가리비 등을 덮은 덮밥인데 연어알, 성게내장이 나에게는 둘 다 내키지 않는 음식이라 먹어볼까말까를 한참 고민하다가 접었다. 아무리 여기에서 특별하다 해도 도저히 먹을 자신이 없다. 나에게 해산물은 참 적응이 안되고 도전하기 힘든 존재 ㅡㅡ;;.  

 

 


시장 내부에서는 건어물이나 절임생선, 젓갈류를 팔고 있다. 맛보고 사라고 불러 주시는데 저걸 여행 내내 들고 다니다가 들고 들어올 수 없으니 패쓰. 




여행을 하면서 물건을 잘 사지 않는 편이고, 또 배낭을 메고 다니다 보니 짐 늘어나는 것이 싫어서 특히 여행 초반에는 기념품도 잘 안 사는데 이 미니어쳐 마그네틱 덮밥들은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새우가 올려진 삼색덮밥으로 하나를 집어 들었다. 너무 귀엽고 완전 맘에 들어~!



아침시장을 빙빙 돌았는데 여기서 유명하다는 해산물로 만든 음식들이 아침식사로는 다소 부담스런 느낌이기도 하고, 내가 먹지 못하는(or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해물 재료로 된 음식이 너무 많다. 딱히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또 다른 하코다테의 맛집 아지사이(あじさい) 라멘을 찾아가기로 한다. 아지사이 라멘은 교로카쿠공원(五稜郭公園) 근처에 있다. 


교로카쿠 공원으로 가려고 하코다테 에키마에(函館驛前) 트램 정류장에서 트램을 타려는데 헉! 트램이 운행을 안 한단다. 트램 1일권도 샀는데!!! 트램 직원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열심히 설명을 해 주시며 승객들을 한쪽으로 안내하신다. 눈만 멀뚱멀뚱 어째야 하나 하고 서 있었더니 아저씨가 설명해 주시려다가 내가 일본어를 모르니 당황하신다. 아저씨가 몇 단어 섞어 주시는 영단어와 내가 몇 개 알아듣는 일본어와 정황 근거를 바탕으로 트램 탈선사고가 나서 구간 폐쇄되었다는 것까지는 파악했다. 그 다음은? 아저씨가 한쪽을 가리키며 버스를 타라는데 버스 정류장이 어디인지, 몇 번 버스를 타야하는 건지, 야심차게 산 트램 1일권이 이러한 상황에서는 버스에서도 통용되는지 전혀 감이 안 온다. 답답해 하던, 그러나 끝까지 친절했던 아저씨가 내 옆에 서 있다가 안내받고 저쪽으로 가고 계시는 어르신을 가리키며 저 분 따라가란다. (이런 건 잘 알아듣네... 기특하게도...) 어르신을 따라 건너편에서 조금 내려가니 버스가 한 대 서 있다. 알고보니 폐쇄된 트램 구간을 대체하는 버스였다. 굉장히 빠른 대응에 은근히 놀랐다. 하긴...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데 이런 일이 흔하게 생기겠지... 타기 전에는 시내버스인가 싶어서 요금을 내야하는지 고민하다가 앞사람을 그대로 따라하기로 했다. 대체 버스는 공짜. 가다보니 트램이 눈에 미끄러져 탈선해 있고 복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와중에 폰 꺼내서 사고 사진찍는 관광객들... 제발 이러지 좀 말자고요!!!!!!! 버스는 교로카쿠코엔마에(五稜郭公園前)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후 구간은 트램이 정상 운행하고 있었다. 


건너편 백화점에 들어가서 WiFi를 잠깐 붙여서 아지사이 라멘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고고.


교로카쿠 타워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아지사이 본점은 이미 줄이 쭉 서있다. 점심시간이 살짝 지났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많다. 매장이 2층인데 1층부터 줄 서있다. 어지간해서는 줄서서 먹지 않는 나이지만 이렇게까지 노력해서 먹으려는 사람들을 보니 궁금해서 나도 줄을 서 보았다. 다행히 생각보다 줄은 빨리 빠져서 약 15분 대기 후 먹을 수 있었다.





하코다테에서 시작한 아지사이 라멘은 이제 홋카이도 전역으로 몇 개의 매장을 확장했다고 한다. 그래도 많지는 않다. 치토세 공항에도 있으니 하코다테까지 가지 못한 관광객은 공항에서 맛 볼 수 있겠다.


아지사이 라멘 홋카이도 내 매장 위치


혼자 온 손님들은 주로 창가나 바 스타일의 좌석으로 안내를 받는다. 교로카쿠 타워와 바깥 풍경이 보이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건너편에 럭키삐에로가 보인다. 



여기는 시오라멘(しおラ-メン, 소금라면)이 유명하다. 맑은 국물의 라면인데 약간 짭짤하긴 하지만 시원하고 깔끔하다. 일본라멘을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그 목록에 시오라멘 하나 추가.



라멘을 먹고 있는데 또 눈이 펑펑 내리고 바람이 쌩쌩 분다. 밖에는 눈이 많이 오고 창밖을 보면서 따뜻한 국물을 먹어서 훈훈하고 뿌듯하여 조금 더 앉아서 바깥구경 하고싶었으나, 대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다 먹고도 앉아 있기가 괜히 미안해서 서둘러 나왔다.


건너편은 바로 교로카쿠공원(五稜郭公園)과 타워(교로카쿠공원(五稜郭タワ―). 교로카쿠는 에도시대 말기에 일본 최초로 유럽식으로 축조한 별모양의 성곽이다.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나 의미를 두고 만든 것이 아니라 당시 시대적 배경에 따라 만들어진 성곽도시 중 하나이다. 그래서 인지 교로카쿠 축조 배경이나 의미를 찾아보면 교로카쿠 자체에 대한 의미보다 하코다테 개항 역사부터 하코다테와 교로카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역사흐름과 이 곳에서 발생했던 사건에 관한 내용이 더 많다. 


원래 공원을 산책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펑펑 내리는 눈보라에 눈을 뜨기조차 힘들다. 공원은 별모양으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별은 커녕 눈앞도 보이지 않는다.




공원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 들어갔다. 물이 다 얼어있다. 이 수로가 위에서 보면 별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데 도저히 전체 모양을 가늠할 수가 없다. 





눈이 이만큼 내렸다. 쌓인 눈이 발목 위로 우습게 올라온다.



갑자기 더욱 거세게 몰아치는 눈보라에 공원의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타워로 돌아온다. 실내에서,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 훨씬 낫겠다. 거금(?)을 들여 타워 입장권을 끊었다. 트램 1일권을 보여줬더니 기념품 엽서 1장 준다.


교로카쿠 타워 입장권


타워 위에 올라가면 공원의 전체 전경이 보여야 하는데... 눈이 어찌나 내리는지 전경도 뿌연 눈보라 속에 덮여있다. 그래도 별 모양이라는 것은 확실히 보인다. 흐린 날의 뿌연 별 ㅡㅡ;;


 



타워 전망대는 두 개의 층으로 되어 있다. 올라갈 때 엘레베이터를 타면 윗층으로 데려다 주고, 내려오려면 한 층 내려와서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전망대에는 교로카쿠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을 모형으로 만들어서 소개하고 전시하고 있다. 한참을 둘러보아도 전망은 눈보라에 막힌 시야에 깨끗하지 않아서 이제 내려가야지 하고 한 층 내려오는 동안 눈이 멈추었다. 이제서야 바깥이 깨끗하게 보인다. 아... 진짜 정확히 별이구나...



아래 층 전망대에는 투명한 유리 바닥으로 타워 아래쪽이 보이는 곳이 있다. 저~~~~ 밑에 차들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옆에 중국인 관광객 두 명이 여기에 올라서지 못해서 서로 놀리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하고 있다. 고소공포증을 가진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나에게 공포증이 없음에 감사. 여기에서 발올리고 사진찍고 돌아서는데 이 분들이 내가 부러웠다보다. 바들바들 떨면서 올라가서 서로 인증샷 찍어주신다. 처음이 어렵지 별 것 아니랍니다~ 충분히 안전해요ㅎㅎ.



이제 타워에서 내려와서 입구에 서 있는 귀여운 이 아이들에게 인사하고...바이바이~... 타워를 벗어난다.



나중에 알았는데 겨울에는 야간개장해서 밤이면 저 별 모양에 조명이 들어온단다. 눈 속에 파묻힌 모습도 나름 괜찮지만, 눈에 조명을 더한 야경이 훨씬 예쁠 것 같다. 사진이나 엽서에서 보는 4계절 중에는 벚꽃이 예쁘다. 벚꽃 활짝 핀 날에 오면 진짜 감동할 것 같다. 언젠가 벚꽃피는 날 한 번 더 오기를 희망한다. (언제 또 올 수 있으려나...)


다음 일정은 온천. 야경을 맞이하기 위한 목욕재계라고나 할까. 일단 유노카와 온천(湯の川溫泉)으로 가야 한다. 아까 트램 내렸던 곳으로 돌아와서 다시 가던 방향으로의 트램을 탄다. 하코다테 역에서 오는 트램은 교로카쿠를 거쳐 유노카와까지 간다. 

온천 간다~!!! 

Posted by TravelGirl
2016. 2. 2. 02:08

2015년 12월 28일. 여행 첫째날.


11:10am TW251편. 설레는 마음으로 드디어 출발.

인천공항은 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따뜻하고 화창하다. 살짝 올라간 티웨이 항공의 날개 끝이 귀엽다.

보글보글한 구름 위로 맑은 하늘을 날아간다.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 보는 구름은 항상 옳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  


 

인천공항. 여행의 시작                                          상공. 구름 위 세상


저가항공인 티웨이는 식사를 주지 않는 대신, 간단한 간식 도시락으로 승객에 대한 정성(!)을 표시한다. 삼각김밥과 요거트, 바나나 하나. 나름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까지 골고루 갖추어 들어있다. 이 외의 메뉴나 음료는 모두 사 먹어야 한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도 재미로라도 먹고 싶은 깜찍한 도시락이기에 clear. 


 

티웨이 기내서비스 도시락


친절한 기장님은 관광버스 가이드처럼 어느 상공을 지나가는지 설명을 해 주신다. 기분좋은 독특한 서비스이다.

"왼쪽 아래 가운데로 보이는 길이 영동고속도로고...., 오른쪽 1시 방향에 보이는 섬이 울릉도이고..." 

울릉도와 독도 뿐 아니라 기장님의 설명에 등장하는 많은 부분이 비행기 오른쪽에 있어서 왼쪽 자리에 앉은 나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많이 아쉽다. 다음에는 꼭 오른쪽으로 앉아야지!


약 2시간 남짓의 비행 끝에 눈이 듬성듬성 쌓인 겨울 왕국이 보인다. 화창했던 인천공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삿포로다!!!

 

 

삿포로 공항. 겨울왕국 입국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은 예상보다 휑~하다. 오잉? 그 유명한 겨울왕국에 관광객이 너무 없는데...?? 한가하면 좋지, 뭐...


첫 번째 할 일은 레일패스(Rail Pass) 구입. 이번 여행기간 동안 장거리 노선 교통편의 확보가 우선이다. 

비행기 안에서 가면서 대략 잡은 동선대로 교통편을 구상해 본다. (조금 바빠 보여서 여전히 고민중...)


삿포로 → 하코다테 - (1박) - 하코다테 → (도야. 들를까말까) → 노보리베쓰 - (1박) - 노보리베츠 → 오타루 - (1박) - 오타루 → 삿포로 (1박)  


이렇게 가려면 레일패스를 3일권으로 사야 할까, 4일권으로 사야 할까. 3일권 안에 삿포로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데 4일권은  

하루 차이에 가격 차이가 꽤 커서 망설여진다. 안내데스크에 대략의 계획 얘기를 했더니 이리저리 계산하고 나서 3일권 + 오타루에서 삿포로 One-way ticket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처방전을 준다. OK! 3일짜리 패스 구매 완료.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는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교통패스를 판매한다. 패스를 잘 활용하면 교통비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국내 여행사에서 미리 예약하고 갈 수도 있고, 현지에서 구매도 할 수 있는데, 여행 시기의 환율을 계산해서 어느 쪽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면 된다. 현지 JR 외국어 안내데스크에서는 한국어/영어/중국어로 상담할 수 있어서 언어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홋카이도 레일패스 한국어 안내 사이트: http://www2.jrhokkaido.co.jp/global/korean/index.html)


신치토세 공항에서는 International 터미널 입국장에서 나오면 앞쪽으로 Domestic 터미널로 향하는 긴 통로가 있다. 그 통로를 따라 약 100m 정도 따라가서 Domestic 터미널로 넘어간 후, 통로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B1F로 내려오면 왼쪽에 JR 외국어 안내데스크가 있다.


우선 하코다테로 이동해야 한다. JR 일본어 못하는 어리버리한 관광객을 위해 친절하게도 몇 시에 어떤 열차를 타고 어떻게 가라고 안내 티켓까지 써 준다.


14:48 신치토세 공항역 출발 - 14:52 미나미 치토세역 도착 - (환승) - 15:03 미나미 치토세역 출발 - 18:18 하코다테역 도착 예정.


 

홋카이도 레일패스 3일권                                 오늘 하코다테까지 가는 안내용 티켓


신치토세 공항역을 출발하면서부터 3일권 패스가 개시된다. 28/29/30일, 이렇게 3일간 쓸 수 있다.


다음 역이 바로 미나미 치토세(南千歲). 이 역에서 하코다테 행 열차로 환승해야 한다. 지정석이 이미 만석이라 예약이 되지 않아 자유석에 자리가 있기를 바라야 한다. 사람들이 줄 하나는 끝내주게 잘 선다. 플랫폼이 실외라서 무지하게 춥지만 3시간 넘게 가야하고, 자유석은 일찍 타는 것이 좌석 확보에 유리하니 오들오들 떨면서 자유석 칸 앞에 줄서서 기다린다.


열차는 지정석 칸과 자유석 칸이 구분되어 있다. 교통패스를 사면 모든 JR 안내소에서 미리 좌석을 지정할 수 있다. 좌석을 지정하지 못하면 자유석에 탈 수 있는데 이 때 좌석은 선착순이다. 여행 일정이 확정되자마자 미리 좌석을 지정해 놓으면 보다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다. 


영화에서나 봤던 제복을 입은 역무원 아저씨가 여전히 확성기를 쓰면서 안내해 주신다. 역무원도, 확성기도 오랜만... 왠지 정겹다.  



이런! 기차가 20분 지연이란다... 추운데...

(자유석이 몇 호차인지, 기차가 몇 분 지연인지 간신히 숫자만 알아듣는 일본어로 이 모든 것을 이해했음에 스스로 기특하고 뿌듯하다^^)


드디어 기차가 오고, 자유석에 올라갔더니 거의 꽉찼다. 이래서 미리 예약하는구나... 운좋게 자리 GET! 90% 이상 자리가 가득 찼는데 몇 개 남은 자리 중 하나에 앉았다. 


Hokuto 특급(特急北斗) 열차의 자유석 내부


눈이 소복이 쌓인 옛 시골 같은 바깥 풍경을 구경하면서 가는데, 오후 4시 반이 넘으니 슬슬 어둑해지고, 5시가 넘으니 완전히 깜깜하다. 5시부터 완전히 밤이다. 불빛없는 시골이라 야경이고 뭐고 없다. 그냥 깜깜...

그렇게 3시간 넘게 달려서 6:40 쯤 하코다테 역에 도착. 우와~~~ 눈 엄청나게 왔다!!! (나 러시아에 온거니...??) 


하코다테 역 레일과 역 앞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차가운 느낌이 아니라 폭신폭신 오히려 푸근한 느낌이 나는 건 왜일까. 


내가 타고 온 Hokuto 특급(特急北斗) 열차


일단 숙소찾기. Booking.com을 통해 미리 예약해 놓은 프로모트 하코다테(Promote Hakodate Hotel)을 찾아가야 한다. 어디더라...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해야하는 일이 인포메이션에 들러 시내 지도를 얻는 것인데, 하코다테 역의 인포메이션은 동계에는 5시까지만 한다고 이미 닫혔다. 관광객들에게 지도는 주셔야지요 ㅡㅡ;;


지도도 없고... 그렇다면 어딘가를 찾아가는 데에는 구글맵이 최고!....이나 일단 데이터 네트워크에 연결되어야 맵을 다운받을 수 있다는 함정. 일본은 관광객을 위한 무료 Wi-Fi가 곳곳에 있어서 참 편리하다. 느려터지긴 하지만 뭐... 공짜이니 만족하는 걸로. 하코다테 역사 내에 잠시 머물면서 Wi-Fi를 연결하여 맵을 다운받아 찾아간다.




숙소를 찾아 가는 길에도 눈이 가득 하다. 인도, 차도 할 것 없이 눈이 쌓여있는데 제설을 안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계속 내리는 함박눈에 제설이 소용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인도에는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이 나 있다.


홋카이도의 겨울여행 짐은 가능하다면 배낭이 좋겠다. 무릎까지 눈쌓인 길을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것도 쉽지 않고, 녹은 눈에 캐리어가 엉망이 된다.



눈길 헤치고 직진 후 한 번 좌회전 하니 호텔. 바로 앞에는 24시간 슈퍼마켓(편의점), 바로 옆에는 맥도날드. 아싸! 굶지는 않겠다!!

위치나 시설이나 이 호텔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가성비 엄청 좋다. 난방소리가 다소 큰 것이 아쉽지만 나머지는 모두 만족. 기대한 것보다 괜찮음 그 이상.



프로모트 하코다테 호텔 (이때부터 똑딱이 카메라의 오토포커스가 동작하지 않아서 ㅡㅡ;;)


사실 하코다테는 막연히 야경을 봐야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왔고, 추운 날씨에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폰이 죽어가고 있는지라 잠시 호텔에 머물며 핸드폰 충전하고, 인터넷 검색도 좀 하고, 내일의 숙소를 예약하려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다가... 이런! 겨울에는 야경이 생각보다 일찍 끊김을 발견했다. 큰일이다!! 


체크인 하면서 프런트에 물으니 호텔 앞에서 트램을 타고 주지가이(十字街, じゅうじがぃ)에 내려서 로프웨이(케이블카)까지 걸어 올라가라는데... 아직 트램 타는 법 모르는데... 그리고 이 추위에 이 눈에 걸어 '올라'가라고? 게다가 로프웨이가 비싸다.

잠시 검색한 인터넷에서 보니 하코다테 역에서 출발해서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등산버스가 있단다. 오케이. 이거다. 후다닥 하코다테 역 앞 버스터미널로 갔다. 8:20pm에 도착했는데 8:15pm가 막차라고 한다. 아까비... 더구나 이 등산버스도 겨울철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산꼭대기까지 운행하지 않고 로프웨이 입구까지만 간다고 한다. 이거나 그거나 똑같네. 그나마 덜 아쉽다.


여기에 온 가장 큰 목적이 하코다테 야경인데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지. 다시 트램을 타고 호텔에서 알려준 대로 후다닥.

주지가이 트램정류장에서 로프웨이 입구까지는 약 20분 정도의 언덕길이다. 야경의 일념으로 눈쌓인 언덕길을 꾸역꾸역 올라갔더니 8:51pm. 그런데 이마저도 8:50pm이 막차란다. 분명히 9:00pm 막차라 해서 열심히 올라온 건데?? 알고보니 상행은 8:50pm, 하행은 9:00pm이 막차란다. 8:50pm을 탔어도 10분만에 내려왔어야 한다. 1분 늦게 도착해서 막차를 놓친게 오히려 다행이다. 



땅 위에서 보는 로프웨이 막차


어쨌든 간에 오늘의 야경은 끝. 되돌아 올 수 밖에 없다. 야경보러 여기 온 건데... 계획의 변화가 생기겠군... (늘 그렇듯이...)

아까 급하게 올라가느라 보이지 않던 주변이 되돌아 오는 길에 보인다. 돌담에 소복이 쌓인 눈이 귀엽고 예쁘다.



눈길을 달리는 트램. 트램은 하코다테 여행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잘 이용하면 매우 편리하다.  



첫 날의 원대한 계획을 실패하고 나니 배고파... 돌아오는 길에 뭔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식당을 찾아 하코다테 역 뒷쪽 골목길로 들어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식당이며 상점들이 거의 문을 닫았다. 한 식당 앞에 길냥이가 불쌍하게 한 입만...의 표정으로 식당 안을 들여다 보면서 앉아있다. 가여워라...



호텔 근처에 차이니스 레스토랑이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데 여기까지 와서 차이니스라... No No! 그 근처에 오징어회가 맛있다는 해산물 전문 선술집도 있는데 날 해산물을 즐기지 않아서 별로. 해산물 회를 즐기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집이란다.

식당을 찾아 걷다가 하코다테에만 있다고 어디에서 읽은 럭키삐에로 발견! 오예~!! 버거 하나 포장해 가야겠다. 럭키삐에로는 하코다테 내에만 있는 꽤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이다. 가장 인기가 좋다는 1번 메뉴, 차이니스 치킨 버거 먹자. 늦은 밤인데도 매장 안에서 돈까쓰나 커리를 먹는 손님들이 꽤 많다. 먹고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포장하기로.




매장 내에서는 럭키삐에로 기념품도 팔고 있다.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네. 햄버거 가게 기념품이라니. 스타벅스 급인가보다. 이런 기념품을 사는 사람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오랜만에 보는 공중전화도 있다. 삐삐 시절 가장 호황을 누렸으나, 모두가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요즘 세상의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물건이다.


 


버거 하나 포장하고 나와 호텔까지 걸어가는 길. 이런 풍경이 있었네. 유명한 포장마차 골목인 다이몬요코쵸 근처인데 시계탑과 트리 장식이 있다. 쌓인 눈과 잘 어울리는 예쁜 풍경이라 기분 좋다. 시계탑은 어디에 갖다 놓아도 그림이 된다.



정통 일본 선술집/포장마차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이몬요코쵸에 잠시 들러볼까, 생맥주 한 잔이나 따뜻한 사케 한 잔 마시고 들어갈까 잠깐 생각했는데... 길에서 술에 잔뜩 취한 일본 아저씨가 말을 건다. 아니, 정확히는 수작(?!)을 건다. 여행 왔냐... 혼자 왔냐... 밥은 먹었냐... 술 한잔 하러가자, 돈 없어도 돼. 내가 내께... (일본어 몇 마디 모르는데 이건 다 알아들었다...) 그러더니 어깨동무를 척! 나를 언제 봤다고!! 낯선 곳에서 현지인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만 이 아저씨는 술 냄새가 과하게 풀풀난다. 엮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외쿡인 놀이! 괜히 몇 마디라도 알아들으면 말이 길어지고 실랑이가 길어진다. 니홍고 와카리마셍~ 무조건 모르는 걸로. 여행 왔냐? (일본어 몰라) 혼자 왔냐? (일본어 몰라) 밥은 먹었냐? (일본어 몰라) 술 한잔 하러가자, 내가 내께 (일본어 몰라)... 무엇을 얘기해도 계속 일본어 몰라만 반복했더니 답답해 하다가 그냥 간다. 


이런 해프닝이 있고 나니 갑자기 다이몬요코쵸가 내키지 않아졌다. 늦기도 했고 그냥 호텔로 돌아가야겠다. 슈퍼에서 홋카이도에만 있다는 삿포로 CLASSIC 한 캔 사서 바로 호텔로 귀환. 어쩌다 보니 오늘의 조촐한 저녁은 하코다테 스페셜이 되었다.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건 여기에서 다 먹어 주어야지. 올~ 럭키삐에로 버거 맛있는데?! 삿포로 클래식은 맛은 괜찮은데 그렇게 까지 특별한 것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여기 있는 동안은 많이많이 마셔야지. 돌아가면 없으니까.



마지막 할 일은 숙박 연장. 야경을 내일 다시 도전해야 하니까 하루 더 있어야 한다.

첫날부터 계획이 바뀌기 시작했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변수야...


프런트에서 하루 더 묵겠다고 하니 지금 내 방은 내일 예약이 되어 있어서 방을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같은 종류 같은 등급의 방으로 다른 방으로 옮겨 줄 수는 있는데 오늘 내 방은 이미 예약되었단다. 엥? 이 호텔은 방 호수를 지정해서 예약을 받나? 아니면 누군가 이 방에 사연이 있어서 기념일이라 굳이 이 방을 지정한 것인가? 온갖 궁금증이 밀려오나 프런트 아저씨와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이유로 모든 것을 추측으로 남긴 채 하루 연장 결정. 같은 호텔에서 이틀 연박을 하면서도 짐을 확 못 푸는 불편은 감수하는 걸로.


짧고도 길었던 첫날의 여정 끝~!!



Posted by TravelGirl
2016. 1. 30. 01:34

연말 연휴로 1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12월의 반을 출장으로 보낸 터라 여행을 계획할 시간이 없었기에 아무런 준비없이 연휴가 다가와 버렸다. 1주일이나 시간이 주어졌는데 집에 들어앉아 있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폭.풍.검.색. 어디로 갈까...


연말이라서 모든 것이 비싸다. 

12월 한 달 동안 두바이 출장 두 번에 생활리듬이 깨져서 피곤한 상태라서 장거리, 시차가 있는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하루이틀 내에 출발해야 최소한의 여행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전제조건으로 찾으니 주변국가 우선이다. 중국, 일본, 동남아...


중국은 비자가 필요해서 즉흥적으로 떠날 수 없는 곳이므로 OUT.

라오스가 가보고 싶은데 아직 꽃청춘의 여파가 완전히 사그러들지 않았다고 해서 OUT.

연말이라 동남아 국가들의 항공이 상당히 비싸서 매력이 떨어짐. OUT.

...


이렇게 하나 둘 제거하다보니 아주 편하게 갈 수 있는 나라, 일본이 남는다.

OK. 일본이다. 가봤던 대도시 말고, 이번 기회에 아름다운 겨울왕국으로 가자. 그러면 홋카이도.


추운 계절에 추운 나라 여행은 처음이다.

짐을 간편하게 다니는 배낭여행자인데, 추운 나라로 가려면 기본적으로 옷의 부피가 커져서 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게 싫어서 한 번도 계획해 본 적이 없는 겨울나라 여행. 드디어 첫 발을 내딛는다. 왠지 설렘.


목적지를 정했으니 다음은 항공권.

급하게 즉흥적으로 계획해서 항공권을 거의 제값 주고 사야한다. 그나마 저렴한 티웨이 항공의 이틀 후 출발하는 항공권 get.

배낭여행에서 항공권을 제값 주고 산다는 것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으니 게으름에 대한 댓가로 생각하기로.


다음은 숙박. 

최소한 첫 날 숙소는 예약하고 가야 하기에 대략의 목적지를 생각해야 한다. 

5일 간의 일정이니 1-2개의 도시가 적당한 듯 하다. 도착 공항은 삿포로, 제일 가고 싶은 곳은 남쪽의 하코다테.

여행 후반에는 공항과 가까운 곳이 편리하기 때문에 일단 하코다테를 먼저 가고 점점 삿포로로 올라오는 방향으로 큰 줄기로 잡았다. Booking.com을 통해서 하코다테 역 근처의 프로모트 호텔 1박 예약. 게스트하우스를 선호하는데 하코다테의 게스트하우스는 역에서 트램이나 버스를 타고 좀 더 들어가야 했어서 편의상 역 근처 호텔로 예약했다.


준비 끝. 세부 동선은 가면서 짜는 걸로.



간만에 진정한 배낭여행



  • 여행기간: 2015.12.28.MON - 2016.1.1.FRI (4박5일)
  • 여행코스: 삿포로 - 하코다테 - 노보리베쓰 - 오타루 - 삿포로
  • 비행기: 티웨이 항공 (인천-삿포로)
  • 숙박
    • 하코다테: 호텔 프로모트 하코다테 (2박)
    • 오타루: 타비노 산포야도 오타루 에키마에 게스트하우스 이토 (1박)
    • 삿포로: 홋카이도 선 게스트하우스 (1박)


Posted by TravelGirl
2012. 6. 1. 01:18

※이 글의 내용은 2012년 5월 기준입니다.

 

교토로 떠나는 아침입니다. 다소 한산한 아침의 인천공항에서 8:45 오사카 간사이 공항행 이스타항공을 기다립니다.

밥도 먹고, 커피빈에서 아메리카노를 한잔 샀는데 탑승 시간입니다.

허걱...커피 들고 못 탄다네요ㅡㅡ;; 몇 모금 밖에 못 먹은 아메리카노를 그대로 포기하고 탑승했습니다.

 

* Tip: 이스타항공은 음료 반입 안 된답니다. 예전에 대한항공 등 다른 항공은 다 들고 탔었는데 규정이 바뀐건지, 저가항공이라 그런건지...저가항공이어서인지 기내에서는 물과 오렌지쥬스만 무료서비스 되고 커피 등 다른 음료는 모두 유료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못 들고 타게 할지도... 암튼 꼭 다 마시고 타세요^^

 

1시간 반 남짓 짧은 비행 후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우선 국내에서 예약한 JR간사이패스 교환증을 JR패스로 교환했습니다. 3일 일정인데 가는날, 오는날 해서 1일권 두개를 예약했어요. 3일짜리는 조금 더 비싼데 두번째 날은 교토에 머물거라서 탈 일이 없거든요.

JR패스는 기명식입니다. 이름과 국적, 여권번호를 적어서 카드처럼 딱 붙여 주네요. 1일권 2,000엔입니다.

 

* Tip: JR패스는 일본 내에서는 방문중 딱 1번만 끊을 수 있어요. 즉, 저처럼 가는날, 오는날로 1일권 두 번 끊는 것이 불가능해요. (일본에서 끊었으면 3일권을 사야만 했을 거예요) 한국 여행사에서 예약하면 원하는 대로 몇 번이고 끊을 수 있으니 여행 일정 고려해서 꼭 먼저 예약하고 가세요. 각 지역별로 열차가 따로 있으니 여행하는 지역에 맞는 것으로 끊으면 되고요, 1일권, 2일권, 3일권 등등이 있답니다. 지정된 기간동안은 보여주기만 하면 제한없이 탑승할 수 있어요. 교통비 비싼 일본에서 이곳저곳 돌아다닐 경우 꼭 필요한 패스입니다.

 

간사이공항에서 교토로 넘어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급행 하루카(はるか) 열차를 타는 것입니다.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오면 사람들이 내리고 나서 잠시 청소를 합니다. 기다렸다가 탑승안내가 나오면 탑승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청소가 끝나면 의자가 자동으로 돌아서 방향을 바꿉니다. 완전 신기~^^

   

 

하루카 열차는 1~3호차는 지정석, 4~6호차는 자유석입니다. 11:16 자유석을 타고 교토로 Go Go~!!

열차내부는 아주 깔끔합니다. 오늘은 한산하네요.

 

80분 후 12:31 교토역 도착. 교토역은 참 번화하네요.

 

우선 교토역 2층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러서 시내지도와 버스노선도를 챙깁니다.

관광안내소에는 한국말, 영어 등 각 언어로 서비스를 하고 아주 친절합니다. 지도 등 안내자료도 여러 언어로 잘 갖추어 있답니다.

특히 시내지도와 버스 노선도는 꼭 챙기세요. 아주 유용하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숙소 체크인이 안 될 것 같아 코인락커에 배낭을 잠시 맡기고 본격적으로 교토여행을 시작합니다...

 

* Tip: 역마다 코인락커가 잘 되어 있습니다. 무거운 짐이 고민이 되면 잘 활용하세요. 무거운 짐 짊어지고 다니면 몸이 금방 지쳐 여행을 즐기기 힘들 수 있어요.

 

 

아참!! 여기에서 잠깐 이번 여행의 숙소를 소개합니다~

2박3일 동안 묵은 곳은 Gojo Guest House입니다. 교토의 유명한 사원인 기요미즈데라(清水寺)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에요.

교토역에서 206번 버스를 타고 기요미즈데라미치(清水寺道) 정류장에 내리면 골목 안쪽으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일본풍(와후, 의 단아하고 정갈한 곳인데, 깨끗하고 주인 언니도 참 친절하네요.

무선인터넷도 무료로 제공하고 주방도 잘 갖추어져 있답니다. 아침식사는 제공하지 않지만 본관 카페테리아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네요. 저는 이용 안해봐서...

 

 

 

침대방이야 어디서든 묵을 수 있으니, 이번에는 일본풍 다다미방으로 선택했습니다.

근데 싱글룸이긴 한데...정말 '싱글'룸입니다. 한 명 눕고 옆에 가방 놓으면 여유 공간이 하나도 없네요.

나름대로의 화장대?책상?과 스탠드, 선반까지 아기자기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이 숙소의 장점은 교통이 편리하고, 깨끗하고, 주인 언니가 무지하게 친절하고, 인터넷이 무료라는 것입니다.

단점은 발걸음마다 약간의 삐걱거리는 소리를 동반하여 조심스럽고, 벽이 얇아서인지 옆방 소리가 많이 넘어옵니다. 물론 저도 소리를 내기 상당히 조심스럽지요.

화장실과 샤워실이 지하에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물소리에 방해받지 않는 장점인 동시에 화장실 가기가 무지 귀찮다는 단점이네요.

 

저에게는 매우 만족스런 숙소였답니다~

 

Posted by Travel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