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5. 20:16

※ 2015년 12월 31일 여행 넷째날


오도리공원에서 스스키노로 내려가는 길에 살짝 비껴서 옆에 있는 삿포로 시계탑을 보고 가게 된다. 생각보다 많이 가깝다. 그냥 지나가다 보여서 놓칠 수가 없다. 밤인데도 관광객들이 제법 많다. 연말 연휴를 기념(?)하여 내부 입장료가 무료란다.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내부를 구경하지는 않을 것 같으나 무료라니까 한 번 들어가 본다. 




내부에는 시계탑의 역사와 여러가지 과거 이야기들의 모형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설명의 언어가 일본어 밖에 없다는 것이 함정. 무엇이 전시되어 있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시계탑의 모양이 이렇다는 것만 알게 되었다.



스스키노로 걸어가는 길은 연말연시의 기분이 충만하다. 모든 나무와 건물이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다.

어느 빌딩은 전체가 온도계이다. 지금은 0도랍니다..




이렇게 화려한 날, 이렇게 화려한 거리의 쇼핑몰이 이 시간에 이미 어느 정도는 문을 닫았다. 그것도 신기하다.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사람이 벅적벅적하는 어느 상점을 만났다. 들어가보니 일부러도 찾아간다는 할인 쇼핑몰 돈키호테. 올~ 쇼핑은 내일 오전에 돌아가기 전에 하려고 했었는데 만난 김에 여기서 하자. 살 것도 그다지 없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싼 휴족시간이랑 꼬맹이 조카 줄 멀미약, 동전파스만 사려고 한다. 매장 안에는 역시나 중국인 한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5200엔인가 그 이상을 사면 면세가 된다고 한다. 거의 쓸어담다시피하는 관광객들은 5000엔은 금방 사니까 면세 계산 줄은 매장을 한 바퀴 돌 정도로 길다. 나야 그만큼 살 것도 아니니 면세가 의미없어서 그냥 일반으로 얼른 계산하고 나온다. 싸게 사서 뿌듯한 기분으로 한결 기분이 가볍다.


노르베사 대관람차. 삿포로 야경 감상을 위해 노르베사 빌딩 7층 옥상 꼭대기에 만들어 놓은 대관람차이다. 어떻게 빌딩 위에 대관람차를 올릴 생각을 했을까? 아이디어에 100점.



와우! 가장 화려한 간판의 맥도날드. 저리 번쩍번쩍한 패스트푸드점이라니.



역시 스스키노다. 스스키노 앞에 오자마자 얼마나 화려한 거리인지 한 눈에 보인다. 모든 간판이 번쩍번쩍, 깜빡깜빡. 정신줄 놓기 쉽다. 술집이 많은 거리이고 날이 날이니 만큼 이른 저녁인데 벌써부터 술도 넘치고, 흥도 넘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넘쳐난다. 특히 외국인 젊은(어린?) 관광객들이 이미 술에 절여졌다. 어느 유쾌한 바에 들어가서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함께 할까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4-5 시간 남았는데 벌써부터 새벽 4시쯤의 상태를 보여주는 저들 사이에 끼어있고 싶지는 않다. 밤에 카운트다운 이후 숙소로 돌아갈 일도 문제이고 해서 파티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기로 한다. 그런데... 파티가 있으려나? 있겠지?



건너편에 보이는 큰 게 레스토랑. 간판도 게. 옥상에도 게. 너무 크고 화려해서 차마 혼자들어가서 먹기가 난감한 식당이다. 혼자 여행은 먹는 것이 참... 이런데서도 자연스럽게 혼자 먹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나는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도 작은 식당은 이젠 갈 수 있는데 큰데는 아직도... 언젠가 하코다테, 오타루, 삿포로에 단체로 와서 꼭 대게, 털게 다 먹고 만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면서 음식을 사들고 가서 새해를 맞이하자 하는 생각에 걷다가 스스키노 역 앞의 라멘거리에 들어섰다. 아직 먹어야 할 라멘이 하나 더 남아서 주저없이 들어왔다. 소유라멘. 이번 여행에서 먹어보려했던 세가지 라멘 중 마지막 라멘. 사람많은 라멘집을 하나 골라서 들어가 소유라멘을 시켰다. 올~ 좋은데? 꼭 먹고싶었던 시오/미소/소유 3개 라멘 중 가장 맛있다. 대만족!



뒷쪽 테이블에 엄마, 아빠, 아들의 3인 가족이 라멘을 먹고 있다. 차를 렌트한 것 같고, 내일은 노보리베쓰로 가는 것 같다. 정액 데이터 로밍에 가입하지 않고 데이터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아빠: 오늘 벌써 데이터가 7만 몇 천원이네. 우와 너무 비싸다. 자기는 얼마나 썼어?

엄마: 나는 3만원 조금 더 되는데... (우와 하루만에 한가족 10만원이네)

아빠: 내일 노보리베쓰까지 네비켜고 가야하는데 얼마나 나오려나? 정말 비싸다.


라멘을 먹으면서 정액 로밍 데이터 요금제 가입하라고 끼어들까말까 하고 있는데 엿들은 것 같아 끼어들기도 애매하다. 끼어들어말어들어말어 하는 중에 먼저 드시고 나가신다. 흠.... 내일도 여전히 비싸겠군요. 누군가 만나서 정액요금 얘기를 꼭 들으시기를


 

일본은 무료 와이파이가 잘 되어 있어서 굳이 데이터 로밍을 할 필요가 없다. 무료인 대신 엄청 느린 것은 참아야 한다. 그래도 더 편리하게 쓰고 싶다면 데이터 로밍 정액 요금에 가입하고 가야 한다. 정액 요금이 가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데이터를 쓰면 로밍 통신비 폭탄이 어마어마하다. 장기 여행이라면 현지에서 데이터 유심을 사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 가장 저렴하다. 하루 만 원 데이터 요금도 일주일이면 7만원이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조촐한 새해 카운트다운 파티를 기대하면서 맥주와 간단히 먹을 주전부리를 사들고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간다. 여행의 막바지이기도 하고 한 해의 마지막이기도 하니까 어떻게든 파티는 해야 하겠다라는 괜한 의무감이 스물스물. 한 해를 다른 날과 똑같이 보내면 왠지 서운할 것 같아서. 아까 낮의 분위기로 봐서는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거나한 파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보통 파티 문화에 익숙한 서양 게스트들이 있어야 시끌벅적 파티가 만들어지는데 여기는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게스트들 사랑방에 모여서 함께 카운트다운은 하겠지. 그거면 됐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게스트하우스 문을 여는 순간, 우와~ 난 집을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 사람이 바글바글 모두가 즐거운 중. 이건 뭐지? 이 아이들은 어디서 다 나온거지? 여기가 그렇게 유명한 곳이었나?


게스트하우스 새해 카운트다운 파티


파티에는 술이 빠지지 않는다. 4리터 위스키의 위엄. 일본산 위스키라고 한다. 아까 스스키노에서 본 큰 간판 속의 아저씨가 여기 계시다. 술잔이 한 잔 두 잔 돌면서 다같이 친구가 된다. 오늘 이 위스키는 무료란다.



한쪽에서는 7살 5살 아이가 열심히 종이접기(오리가미)를 하고 있다. 오늘 파티에 참석한 일본인 부부의 아이들이란다. 이것 저것 곧잘 만든다. 그 모습을 보던 스웨덴 남자아이가 자기도 종이접기 잘 한다면서 뽀뽀하는 종이학 커플(?)을 만들어 주었다. 땡큐.



테이블 위애 탁구공 같은 것이 놓여있어서 관심을 가지니 어떤 아저씨가 와서 가르쳐 준다. 일본의 전통 장난감인 켄다마(けんだま)란다. 공을 튀겨 가면서 옆면이나 손잡이 쪽 뒷면에 올렸다 내렸다 하는 장난감이다. 요요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어려운데 재미있다. 한 번은 성공하고 싶어서 계속 연습하는데 이 아저씨가 굉장히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신다. 직접 보여주시는데 거의 신의 경지이다. 몇 번 만에 옆에 올렸다 내렸다 두 번 성공!!! 빨리 배웠다고 아저씨가 더 좋아하신다. 한참을 그러다가 이제 가야할 시간이라고 하면서 동영상 보고 연습하라고 자기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여 주시는데... 이분 켄다마 마스터이다! 프리스타일 켄다마라고 자기 사이트도 운영하면서 여기저기에서 공연한 것, 묘기 켄다마를 올리는 유명인사님이시다. 이런 영광이!! 


너무 재미있어서 어디에서 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내일 돌아가는 길에 하나 사 가야겠다. 

갑자기 들고 온 캐리어를 여시는데, 캐리어 가득 켄다마와 관리 용품들이다. 진짜 전문가이시구나. 가방 속에서 작고 귀여운 켄다마 두 개를 선뜻 주시며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고 열심히 연습하라고 하신다. 감사합니다. 정말 소중하게 보관하고 연습하겠습니다.



마스터에게 하사받은 켄다마


새해가 시작되었다. TV를 켜놓고 웃고 떠들고 놀다가 정각이 되니 서로에게 인사를 나눈다. Happy New Year~!!

파티는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알고보니 파티에 모인 사람들이 여기 게스트가 아니란다. 파티에서 진짜 게스트는 나 하나였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홍보도 할 겸, 인터내셔널 교류의 장을 만들 겸 해서 한달에 한 두 번, 또는 큰 이벤트가 있는 날에 이렇게 사람들을 초청해서 파티를 연단다. 게스트하우스 주인 아주머니가 영어를 못하시기 때문에 원어민 영어강사 2명이 지배인 겸, 관리인 겸, 홍보대사 겸해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일을 봐주고, 이런 파티를 기획하고 홍보하고 사람들을 초청한단다. 게스트하우스는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란다. 어쩐지 낮에는 없던 외쿡인 게스트들이 어디에서 우루루 몰려왔나 싶었고, 모인 외쿡인들이 일본어를 너무 잘한다 싶었다. 이러다 보니 파티가 끝난 1시에는 다들 돌아간다. 유일한 진짜 게스트로 2층의 방에 올라오니 방에 불이 꺼져있고, 대부분 일본인인 진짜 게스트들은 다 자고 있다. 동양인들에게 이런 파티 문화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가보다. 


이렇게 나의 여행도 어느덧 마지막 밤이 되었고, 2016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Posted by Travel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