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5. 21:06

※2016년 1월 1일. 여행 다섯째날. 마지막날


아침에 내려와 보니 어제의 복잡한 파티는 흔적도 없고 조용히 아침식사만 마련되어 있다. 간단한 아침식사는 무료.



11시 40분 열차로 삿포로 역에서 공항으로 가야 하기에 시간이 많지 않다. 여행의 마지막날이라서 사치 한 번 크게 부려서 공항까지 가는 지정석 티켓을 샀다. 며칠동안 잘 놀았으니 편안한 귀국길을 위해 이 정도 사치는 해주는 걸로.


시간이 많지 않아서 삿포로 역 주변에서만 놀다가기로 한다. JR타워 한 번 구경하고, 어제 마스터가 알려준 대로 옆에 BIC 카메라에 가서 켄다마를 사는 것이 마지막 계획이다. 사고싶었던 것은 대부분 어제 돈키호테에서 샀으니 여기에서는 켄다마만 봐야겠다.


BIC 카메라에는 역시나 관광객들이 물건들을 어마무시하게 쓸어담고 있었다. 장난감 코너에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못 찾겠다. 결국 직원한테 물어보고 찾는다. 켄다마도 종류가 꽤 많고 가격 폭도 다양하다. 비슷해 보이는데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정말 아이들 장난감처럼 보이는 것은 아주 싸고, 마스터용으로 라벨이 붙은 것은 꽤나 비싼데, 모를 때는 중간을 고르는 것이 최선. 연습하다가 재미있으면, 실력이 좋아지면 그때 마스터용을 다시 사면 되니까. 아동용이 아닌 적당한 장난감 수준으로 하나 득템.


이건 무슨 컨셉의 기념품이지? 홋카이도에서 나는 모든 것을 곰과 접합시킨 독특한 기념품. 그런데 안 예뻐...



공항으로 가는 열차는 사람이 많다. 이제 정말 여행이 끝나가는구나. 여행의 끝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밀려온다.



저 티켓꽂이도 이제 마지막이네. 지정석 예약하기를 잘 한 것 같다. 여행은 뒤로 갈수록 편안하게~



신치토세 공항역이 있는 국내선 터미널에서 국제선 터미널로 넘어가는 길. 트릭아트가 벽에 쭉 그려져 있다. 올 때는 왜 몰랐을까? 그 때는 길 찾느라 어리버리 한 곳만 보고 직진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나보다. 공항의 소소한 재미. 





면세점에서는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 개봉에 맞추어 여러가지 스타워즈 관련 아이템들을 팔고 있는데, 이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집에 한 세트 들여놓고 싶다. 진심으로.



연휴가 끝나서 공항에는 돌아가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바글바글. 체크인에도 시간이 엄청나게 걸렸다. 티웨이 항공은 수하물 제한이 있는데, 뭘 그리들 많이 사셨는지 한 팀 수하물 체크인에 시간이 어마어마 걸린다. 삿포로에서만 판다는 삿포로 클래식 맥주를 기념품으로 사오고 싶었는데 가방을 부치면 찾을 때 시간이 엄청 걸릴 것 같아서 내 가방은 들고 타기로 한다.


드디어 비행기가 뜨고... Bye 삿포로... Hi 인천.... 나 돌아왔다...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 이륙                                    하늘에서 보는 인천공항


4박 5일의 짧은 홋카이도 겨울여행이 끝나고, 2016년 새해가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의 기억과 인연으로 또 다음 여행까지 열심히 살아야지. 새해니까.


홋카이도 겨울여행 끝.





Posted by TravelGirl
2016. 3. 5. 20:16

※ 2015년 12월 31일 여행 넷째날


오도리공원에서 스스키노로 내려가는 길에 살짝 비껴서 옆에 있는 삿포로 시계탑을 보고 가게 된다. 생각보다 많이 가깝다. 그냥 지나가다 보여서 놓칠 수가 없다. 밤인데도 관광객들이 제법 많다. 연말 연휴를 기념(?)하여 내부 입장료가 무료란다.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내부를 구경하지는 않을 것 같으나 무료라니까 한 번 들어가 본다. 




내부에는 시계탑의 역사와 여러가지 과거 이야기들의 모형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설명의 언어가 일본어 밖에 없다는 것이 함정. 무엇이 전시되어 있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시계탑의 모양이 이렇다는 것만 알게 되었다.



스스키노로 걸어가는 길은 연말연시의 기분이 충만하다. 모든 나무와 건물이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다.

어느 빌딩은 전체가 온도계이다. 지금은 0도랍니다..




이렇게 화려한 날, 이렇게 화려한 거리의 쇼핑몰이 이 시간에 이미 어느 정도는 문을 닫았다. 그것도 신기하다.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사람이 벅적벅적하는 어느 상점을 만났다. 들어가보니 일부러도 찾아간다는 할인 쇼핑몰 돈키호테. 올~ 쇼핑은 내일 오전에 돌아가기 전에 하려고 했었는데 만난 김에 여기서 하자. 살 것도 그다지 없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싼 휴족시간이랑 꼬맹이 조카 줄 멀미약, 동전파스만 사려고 한다. 매장 안에는 역시나 중국인 한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5200엔인가 그 이상을 사면 면세가 된다고 한다. 거의 쓸어담다시피하는 관광객들은 5000엔은 금방 사니까 면세 계산 줄은 매장을 한 바퀴 돌 정도로 길다. 나야 그만큼 살 것도 아니니 면세가 의미없어서 그냥 일반으로 얼른 계산하고 나온다. 싸게 사서 뿌듯한 기분으로 한결 기분이 가볍다.


노르베사 대관람차. 삿포로 야경 감상을 위해 노르베사 빌딩 7층 옥상 꼭대기에 만들어 놓은 대관람차이다. 어떻게 빌딩 위에 대관람차를 올릴 생각을 했을까? 아이디어에 100점.



와우! 가장 화려한 간판의 맥도날드. 저리 번쩍번쩍한 패스트푸드점이라니.



역시 스스키노다. 스스키노 앞에 오자마자 얼마나 화려한 거리인지 한 눈에 보인다. 모든 간판이 번쩍번쩍, 깜빡깜빡. 정신줄 놓기 쉽다. 술집이 많은 거리이고 날이 날이니 만큼 이른 저녁인데 벌써부터 술도 넘치고, 흥도 넘치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넘쳐난다. 특히 외국인 젊은(어린?) 관광객들이 이미 술에 절여졌다. 어느 유쾌한 바에 들어가서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함께 할까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4-5 시간 남았는데 벌써부터 새벽 4시쯤의 상태를 보여주는 저들 사이에 끼어있고 싶지는 않다. 밤에 카운트다운 이후 숙소로 돌아갈 일도 문제이고 해서 파티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기로 한다. 그런데... 파티가 있으려나? 있겠지?



건너편에 보이는 큰 게 레스토랑. 간판도 게. 옥상에도 게. 너무 크고 화려해서 차마 혼자들어가서 먹기가 난감한 식당이다. 혼자 여행은 먹는 것이 참... 이런데서도 자연스럽게 혼자 먹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나는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도 작은 식당은 이젠 갈 수 있는데 큰데는 아직도... 언젠가 하코다테, 오타루, 삿포로에 단체로 와서 꼭 대게, 털게 다 먹고 만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면서 음식을 사들고 가서 새해를 맞이하자 하는 생각에 걷다가 스스키노 역 앞의 라멘거리에 들어섰다. 아직 먹어야 할 라멘이 하나 더 남아서 주저없이 들어왔다. 소유라멘. 이번 여행에서 먹어보려했던 세가지 라멘 중 마지막 라멘. 사람많은 라멘집을 하나 골라서 들어가 소유라멘을 시켰다. 올~ 좋은데? 꼭 먹고싶었던 시오/미소/소유 3개 라멘 중 가장 맛있다. 대만족!



뒷쪽 테이블에 엄마, 아빠, 아들의 3인 가족이 라멘을 먹고 있다. 차를 렌트한 것 같고, 내일은 노보리베쓰로 가는 것 같다. 정액 데이터 로밍에 가입하지 않고 데이터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아빠: 오늘 벌써 데이터가 7만 몇 천원이네. 우와 너무 비싸다. 자기는 얼마나 썼어?

엄마: 나는 3만원 조금 더 되는데... (우와 하루만에 한가족 10만원이네)

아빠: 내일 노보리베쓰까지 네비켜고 가야하는데 얼마나 나오려나? 정말 비싸다.


라멘을 먹으면서 정액 로밍 데이터 요금제 가입하라고 끼어들까말까 하고 있는데 엿들은 것 같아 끼어들기도 애매하다. 끼어들어말어들어말어 하는 중에 먼저 드시고 나가신다. 흠.... 내일도 여전히 비싸겠군요. 누군가 만나서 정액요금 얘기를 꼭 들으시기를


 

일본은 무료 와이파이가 잘 되어 있어서 굳이 데이터 로밍을 할 필요가 없다. 무료인 대신 엄청 느린 것은 참아야 한다. 그래도 더 편리하게 쓰고 싶다면 데이터 로밍 정액 요금에 가입하고 가야 한다. 정액 요금이 가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데이터를 쓰면 로밍 통신비 폭탄이 어마어마하다. 장기 여행이라면 현지에서 데이터 유심을 사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 가장 저렴하다. 하루 만 원 데이터 요금도 일주일이면 7만원이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조촐한 새해 카운트다운 파티를 기대하면서 맥주와 간단히 먹을 주전부리를 사들고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간다. 여행의 막바지이기도 하고 한 해의 마지막이기도 하니까 어떻게든 파티는 해야 하겠다라는 괜한 의무감이 스물스물. 한 해를 다른 날과 똑같이 보내면 왠지 서운할 것 같아서. 아까 낮의 분위기로 봐서는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거나한 파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보통 파티 문화에 익숙한 서양 게스트들이 있어야 시끌벅적 파티가 만들어지는데 여기는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게스트들 사랑방에 모여서 함께 카운트다운은 하겠지. 그거면 됐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게스트하우스 문을 여는 순간, 우와~ 난 집을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 사람이 바글바글 모두가 즐거운 중. 이건 뭐지? 이 아이들은 어디서 다 나온거지? 여기가 그렇게 유명한 곳이었나?


게스트하우스 새해 카운트다운 파티


파티에는 술이 빠지지 않는다. 4리터 위스키의 위엄. 일본산 위스키라고 한다. 아까 스스키노에서 본 큰 간판 속의 아저씨가 여기 계시다. 술잔이 한 잔 두 잔 돌면서 다같이 친구가 된다. 오늘 이 위스키는 무료란다.



한쪽에서는 7살 5살 아이가 열심히 종이접기(오리가미)를 하고 있다. 오늘 파티에 참석한 일본인 부부의 아이들이란다. 이것 저것 곧잘 만든다. 그 모습을 보던 스웨덴 남자아이가 자기도 종이접기 잘 한다면서 뽀뽀하는 종이학 커플(?)을 만들어 주었다. 땡큐.



테이블 위애 탁구공 같은 것이 놓여있어서 관심을 가지니 어떤 아저씨가 와서 가르쳐 준다. 일본의 전통 장난감인 켄다마(けんだま)란다. 공을 튀겨 가면서 옆면이나 손잡이 쪽 뒷면에 올렸다 내렸다 하는 장난감이다. 요요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생각보다 어려운데 재미있다. 한 번은 성공하고 싶어서 계속 연습하는데 이 아저씨가 굉장히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신다. 직접 보여주시는데 거의 신의 경지이다. 몇 번 만에 옆에 올렸다 내렸다 두 번 성공!!! 빨리 배웠다고 아저씨가 더 좋아하신다. 한참을 그러다가 이제 가야할 시간이라고 하면서 동영상 보고 연습하라고 자기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여 주시는데... 이분 켄다마 마스터이다! 프리스타일 켄다마라고 자기 사이트도 운영하면서 여기저기에서 공연한 것, 묘기 켄다마를 올리는 유명인사님이시다. 이런 영광이!! 


너무 재미있어서 어디에서 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내일 돌아가는 길에 하나 사 가야겠다. 

갑자기 들고 온 캐리어를 여시는데, 캐리어 가득 켄다마와 관리 용품들이다. 진짜 전문가이시구나. 가방 속에서 작고 귀여운 켄다마 두 개를 선뜻 주시며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고 열심히 연습하라고 하신다. 감사합니다. 정말 소중하게 보관하고 연습하겠습니다.



마스터에게 하사받은 켄다마


새해가 시작되었다. TV를 켜놓고 웃고 떠들고 놀다가 정각이 되니 서로에게 인사를 나눈다. Happy New Year~!!

파티는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알고보니 파티에 모인 사람들이 여기 게스트가 아니란다. 파티에서 진짜 게스트는 나 하나였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홍보도 할 겸, 인터내셔널 교류의 장을 만들 겸 해서 한달에 한 두 번, 또는 큰 이벤트가 있는 날에 이렇게 사람들을 초청해서 파티를 연단다. 게스트하우스 주인 아주머니가 영어를 못하시기 때문에 원어민 영어강사 2명이 지배인 겸, 관리인 겸, 홍보대사 겸해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일을 봐주고, 이런 파티를 기획하고 홍보하고 사람들을 초청한단다. 게스트하우스는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란다. 어쩐지 낮에는 없던 외쿡인 게스트들이 어디에서 우루루 몰려왔나 싶었고, 모인 외쿡인들이 일본어를 너무 잘한다 싶었다. 이러다 보니 파티가 끝난 1시에는 다들 돌아간다. 유일한 진짜 게스트로 2층의 방에 올라오니 방에 불이 꺼져있고, 대부분 일본인인 진짜 게스트들은 다 자고 있다. 동양인들에게 이런 파티 문화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가보다. 


이렇게 나의 여행도 어느덧 마지막 밤이 되었고, 2016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Posted by TravelGirl
2016. 3. 1. 13:14

※ 2015년 12월 31일. 여행 넷째날


다시 돌아가는 길. 걸어온 사카이마치토리를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아까 왔던 길의 반대편으로 걸으면서 아까 놓친 풍경이 없는지 자세히 둘러본다. 재미있는 풍경들이 많다.







포토존이나... 여기서 셀카봉은 너무 웃길 것 같아서 패쓰~.



다시 돌아온 오타루 운하의 낮. 관광안내소 앞에는 인력거꾼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호객을 하고 있다. 추운데 고생이십니다...



그림이다... 이래서 오타루 오타루 하는구나... 낮에 보는 운하는 밤과 사뭇 다르다. 파란 하늘에 살짝 드리운 구름이 운하와 어울려 달력 그림을 만들어낸다. 





잠깐 운하를 둘러보고 숙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돌아온다. 어제 지난 숙소 앞 오래된 기찻길과 간이역.





골목 안 오래된 식당에 맺힌 고드름. 이런 풍경이 너무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시골에서조차 보기 쉽지 않은 풍경인데.



이제 정말 짐을 찾으러 돌아왔다. 어젯밤에는 보지 못했는데 계단 오르는 길에 이렇게 써놓았었구나.



가방을 찾으러 들어서니 게스트하우스 사랑방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대낮부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눈이 많이 와서인지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것 같다. 주인 언니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의 인사를 하고 배낭을 챙겨 나온다. 왠지 아쉽.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다. 오랜만에 딱 꿈꾸던 이상적인 게스트하우스를 만난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 옆건물에 제설용인지 불도저가 서 있는데 무지 귀엽다. 레고 같아...



오타루를 떠나기 전에 아점으로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찍어준 또 하나의 식당, 라멘집에 들르기로 한다. 지도에 표시해 준 곳을 찾아 이렇게 예쁜 골목길을 지나...



여기다!!! 토카이야(渡海家). 작은 로컬 라멘집인데 꽤나 유명한 집인 것 같다. 좌석도 몇 개 없다. 점심시간이 살짝 지났음에도 자리가 꽉 차 있어서 기다려야 했다.




지역 식당이라 역시나 말은 전혀 안 통하지만 눈빛 교환으로 모든 의사소통은 성공적. 한참을 기다리고 자리가 나서 주방장 앞에 앉았다. 자리앞에 놓인 일본어 메뉴판을 보니 까막눈이라 알 수가 없다. 아까 기다리면서 맨 끝에 앉아계시던 아저씨가 미소라멘을 주문하시는 것을 들었길래 나도 미소라멘으로 주문. 주문하고나서 보니 영어 메뉴판도 있긴 있네. 이미 주문 들어갔으니 끝.


 


뜨끈한 미소라멘이 나왔다. 여기 라멘이 대부분 그렇듯이 살짝 짭짤한데 그것 빼고는 정말 맛있다. 내가 라멘 취향이라서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 어떤 사람들은 고기 우린 일본 라멘이 기름져서 싫다는데 나에게는 이리도 맛난 걸까.



한 그릇 순식간에 뚝딱 비우고 역으로 간다. 아... 이제 정말 가는구나. 오타루에 너무 짧게 머물렀던 것 같아. 오타루역.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삿포로로 가는 기차가 안전상의 이유로 운행정지 상태였다. 꽤 오래 밀린 듯 역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1시 반이 조금 넘었는데 2시부터 운항 재개로 예상한단다. 일단 표를 끊고 기다리자 하고 티켓자판기에서 표를 끊었는데 갑자기 게이트가 열린다. 운항이 재게되었단다. 올~!!!!!! 역시 또 한 번의 운빨!



게이트 앞에 서 있을 때 마침 재개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선착순에 우선 순위를 갖게 되었다. 지하철처럼 생긴 자유석 좌석에 앉아서 편안하게 바깥 풍경을 보면서 지나간다. 이 열차는 해안선을 끼고 달려서 바깥으로 멋진 바다풍경을 볼 수 있다.


 오타루에서 삿포로로 갈 때는 왼쪽, 삿포로에서 오타루로 갈 때는 오른쪽 방향으로 바다풍경이 보인다. 




드디어 삿포로(札幌)에 입성. 마지막 여행장소에서 여행의 마지막 날이자 2015년의 마지막 날을 보내러 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숙소찾기. 일단 위치를 파악해야 하기에 또 WiFi를 찾는다. 삿포로역에는 관광안내소, JR안내센터 등 무료 WiFi가 꽤 많다. (물론 사람이 많은 만큼 엄청 느리지만) 관광안내소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면서 WiFi 신호가 조금이라도 강한 곳을 찾아 따라다니고 있으니 안내소 언니가 자꾸 뭐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와이파이가 필요하다고요... 우선 구글맵을 다운 완료.


자~ 이제 지하철 타고 출발. 예약해 놓은 홋카이도 선 게스트하우스(北海道 Sun Guesthouse)는 지하철 남북선을 타고 세 정거장 거리에 있는 기타니주요조(北24条)역에 있다.


알려진 대로 일본의 교통은 정말 비싸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나와 돌아다닐 것이니까 지하철 1일권을 끊었다. 세 번만 타면 본전은 뽑는 것이니 이게 훨씬 이득이다. 그만큼 돌아다닐 것인데 3번 안 타겠어? (그리고 3번 못탄들 어쩌겠어ㅎㅎ) 


1일권. 지하철 ONLY


기타니주요조(北24条)역에서 내려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역에서 거리는 멀지 않았으나 완전히 주택가라서 게스트하우스가 있을 만한 동네가 아닌 것 같다. 구글맵이 이 근처라고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간판도 없고 어느 집인지 모르겠다. 어리버리 헤매고 있는데 앞에 있는 집에서 실내복 차림의 아저씨가 나온다. (아마도 담배피우러 나온듯) 그 아저씨께 물어보니 '아! 게스트하우스?'하고 방향을 가리키시는데... 그 방향으로 길이 없다. 저 집인데.... 하시면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보시더니 저리로 가서 이렇게 돌아가란다. 손짓과 레프트, 라이트 두 단어로 길을 완벽하게 가르쳐 주신다. 눈앞에 보이는 집의 입구를 찾아 큰 골목으로 나가서 다시 돌아오니 아주 조그만 간판이 있다. 여기를 어떻게 찾으라고 ㅡㅡ;;  



어찌어찌 찾아온 게스트하우스는 큰 한옥(일옥?) 스타일의 단독주택이다. 일본 중년의 주인 아주머니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는데 의사소통 불가. 헉. 여기에서 여행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무리겠다. 그나마 도와주시는 다른 분이 몇 단어를 더 하셔서 어렵사리 체크인은 끝냈다.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아 깨끗하고 주인분도 친절하고 좋은데 외국인들에게는 제약이 있는 곳이구나... 일본 게스트가 많겠구나...라고 생각.


방은 독특했다.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딱 일본식이라고나 할까. 2층 침대인데 침대자체가 가벽과 같은 것으로 완전히 막혀있고, 각 베드의 입구도 암막커튼이 달려있다. 1, 2층 침대의 입구 방향이 엇갈려 있어서 서로 간섭이 적다. 이런 침대 처음이야. 각 침대에는 USB전등과 콘센트가 개별로 달려있어 편리하다. 편의 시설에서 새로 지은 티가 팍팍. 


  

짐을 놓고 의사소통 불가로 더이상의 정보를 얻는 것은 포기하고 그냥 나온다.


첫번째로 가 볼 곳은 삿포로 맥주박물관. 12월 31일-1월 1일은 휴일이라는 불길한 정보를 얻었지만 외관이라도 한 번 보고 호....옥시 올해는 예외일까 하는 과도하게 긍정정인 희망을 안고 찾아간다. 지하철을 타고 히가시구야쿠쇼마에(东区役所前站)에서 내려 10-15분 걸어서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지만 이미 깜깜. 휴일이라 문닫하서 더 잠잠. 힝... 여긴 꼭 와보고 싶었는데...


아무도 없을 것 같았는데 나같이 뒤늦게 찾아온 관광객이 또 있다. 서로 사진찍어주는 커플이 있었는데 본의 아니게 도촬? 






이것이 Beer Brewing Kettle이란다. 여러 재료를 넣어서 끓여서 맥주를 양조하는 주전자라는데 1961년을 처음으로 해서 40여 년 동안 30,000번 이상 주조했다고 한다. 지금이 4m라는데 규모가 어마어마 하다. 친절한 안내판에는 이러한 설명과 함께 이것은 UFO가 아니라는 깜찍한 주의까지 붙어있다.



입구에 있는 대통. 옛날 영화에서 선원들이 마셨던 술통이 생각난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여기까지. 추운 겨울밤의 문닫은 박물관에는 더이상 아무 것도 없다. 다음에 꼭 또 와야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이번엔 오도리역(大通站)으로 간다. 야호! 세 번 채웠으니 1일권 손익분기점 돌파!

오도리역에서부터 시작해서 주변 구경하면서 스스키노(すすきの)까지 걸어가려 한다.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니까 뭔가 화려함을 즐겨야 할 것 같으니까.


오도리역을 나오면 커다란 트리가 기다리고 있다. 뒷쪽으로 보이는 삿포로 TV탑도 야경이 멋있다. 낮에 보지 못했지만 어쩐지 밤이 나을 것 같은 풍경이다.




오도리 공원에서는 지난주까지 일루미네이션 축제가 있었다고 한다. 또 한 번 호...옥시 잔재라도 남아 있을까 하여 둘러보고 물어보지만 휑하고 춥기만 하다. 여기에 꽃이 가득하면 정말 예쁘겠다. 또 한 번 다시 와야지...


봄여름가을겨울 볼 것이 넘친다는 오도리 공원 (지금은?)


주변 살짝 둘러보고 스스키노로 가야지. 마지막 밤은 화려하게~!




Posted by TravelGirl
2016. 2. 2. 02:08

2015년 12월 28일. 여행 첫째날.


11:10am TW251편. 설레는 마음으로 드디어 출발.

인천공항은 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따뜻하고 화창하다. 살짝 올라간 티웨이 항공의 날개 끝이 귀엽다.

보글보글한 구름 위로 맑은 하늘을 날아간다.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 보는 구름은 항상 옳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  


 

인천공항. 여행의 시작                                          상공. 구름 위 세상


저가항공인 티웨이는 식사를 주지 않는 대신, 간단한 간식 도시락으로 승객에 대한 정성(!)을 표시한다. 삼각김밥과 요거트, 바나나 하나. 나름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까지 골고루 갖추어 들어있다. 이 외의 메뉴나 음료는 모두 사 먹어야 한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도 재미로라도 먹고 싶은 깜찍한 도시락이기에 clear. 


 

티웨이 기내서비스 도시락


친절한 기장님은 관광버스 가이드처럼 어느 상공을 지나가는지 설명을 해 주신다. 기분좋은 독특한 서비스이다.

"왼쪽 아래 가운데로 보이는 길이 영동고속도로고...., 오른쪽 1시 방향에 보이는 섬이 울릉도이고..." 

울릉도와 독도 뿐 아니라 기장님의 설명에 등장하는 많은 부분이 비행기 오른쪽에 있어서 왼쪽 자리에 앉은 나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많이 아쉽다. 다음에는 꼭 오른쪽으로 앉아야지!


약 2시간 남짓의 비행 끝에 눈이 듬성듬성 쌓인 겨울 왕국이 보인다. 화창했던 인천공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삿포로다!!!

 

 

삿포로 공항. 겨울왕국 입국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은 예상보다 휑~하다. 오잉? 그 유명한 겨울왕국에 관광객이 너무 없는데...?? 한가하면 좋지, 뭐...


첫 번째 할 일은 레일패스(Rail Pass) 구입. 이번 여행기간 동안 장거리 노선 교통편의 확보가 우선이다. 

비행기 안에서 가면서 대략 잡은 동선대로 교통편을 구상해 본다. (조금 바빠 보여서 여전히 고민중...)


삿포로 → 하코다테 - (1박) - 하코다테 → (도야. 들를까말까) → 노보리베쓰 - (1박) - 노보리베츠 → 오타루 - (1박) - 오타루 → 삿포로 (1박)  


이렇게 가려면 레일패스를 3일권으로 사야 할까, 4일권으로 사야 할까. 3일권 안에 삿포로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데 4일권은  

하루 차이에 가격 차이가 꽤 커서 망설여진다. 안내데스크에 대략의 계획 얘기를 했더니 이리저리 계산하고 나서 3일권 + 오타루에서 삿포로 One-way ticket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처방전을 준다. OK! 3일짜리 패스 구매 완료.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는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교통패스를 판매한다. 패스를 잘 활용하면 교통비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국내 여행사에서 미리 예약하고 갈 수도 있고, 현지에서 구매도 할 수 있는데, 여행 시기의 환율을 계산해서 어느 쪽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면 된다. 현지 JR 외국어 안내데스크에서는 한국어/영어/중국어로 상담할 수 있어서 언어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홋카이도 레일패스 한국어 안내 사이트: http://www2.jrhokkaido.co.jp/global/korean/index.html)


신치토세 공항에서는 International 터미널 입국장에서 나오면 앞쪽으로 Domestic 터미널로 향하는 긴 통로가 있다. 그 통로를 따라 약 100m 정도 따라가서 Domestic 터미널로 넘어간 후, 통로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B1F로 내려오면 왼쪽에 JR 외국어 안내데스크가 있다.


우선 하코다테로 이동해야 한다. JR 일본어 못하는 어리버리한 관광객을 위해 친절하게도 몇 시에 어떤 열차를 타고 어떻게 가라고 안내 티켓까지 써 준다.


14:48 신치토세 공항역 출발 - 14:52 미나미 치토세역 도착 - (환승) - 15:03 미나미 치토세역 출발 - 18:18 하코다테역 도착 예정.


 

홋카이도 레일패스 3일권                                 오늘 하코다테까지 가는 안내용 티켓


신치토세 공항역을 출발하면서부터 3일권 패스가 개시된다. 28/29/30일, 이렇게 3일간 쓸 수 있다.


다음 역이 바로 미나미 치토세(南千歲). 이 역에서 하코다테 행 열차로 환승해야 한다. 지정석이 이미 만석이라 예약이 되지 않아 자유석에 자리가 있기를 바라야 한다. 사람들이 줄 하나는 끝내주게 잘 선다. 플랫폼이 실외라서 무지하게 춥지만 3시간 넘게 가야하고, 자유석은 일찍 타는 것이 좌석 확보에 유리하니 오들오들 떨면서 자유석 칸 앞에 줄서서 기다린다.


열차는 지정석 칸과 자유석 칸이 구분되어 있다. 교통패스를 사면 모든 JR 안내소에서 미리 좌석을 지정할 수 있다. 좌석을 지정하지 못하면 자유석에 탈 수 있는데 이 때 좌석은 선착순이다. 여행 일정이 확정되자마자 미리 좌석을 지정해 놓으면 보다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다. 


영화에서나 봤던 제복을 입은 역무원 아저씨가 여전히 확성기를 쓰면서 안내해 주신다. 역무원도, 확성기도 오랜만... 왠지 정겹다.  



이런! 기차가 20분 지연이란다... 추운데...

(자유석이 몇 호차인지, 기차가 몇 분 지연인지 간신히 숫자만 알아듣는 일본어로 이 모든 것을 이해했음에 스스로 기특하고 뿌듯하다^^)


드디어 기차가 오고, 자유석에 올라갔더니 거의 꽉찼다. 이래서 미리 예약하는구나... 운좋게 자리 GET! 90% 이상 자리가 가득 찼는데 몇 개 남은 자리 중 하나에 앉았다. 


Hokuto 특급(特急北斗) 열차의 자유석 내부


눈이 소복이 쌓인 옛 시골 같은 바깥 풍경을 구경하면서 가는데, 오후 4시 반이 넘으니 슬슬 어둑해지고, 5시가 넘으니 완전히 깜깜하다. 5시부터 완전히 밤이다. 불빛없는 시골이라 야경이고 뭐고 없다. 그냥 깜깜...

그렇게 3시간 넘게 달려서 6:40 쯤 하코다테 역에 도착. 우와~~~ 눈 엄청나게 왔다!!! (나 러시아에 온거니...??) 


하코다테 역 레일과 역 앞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차가운 느낌이 아니라 폭신폭신 오히려 푸근한 느낌이 나는 건 왜일까. 


내가 타고 온 Hokuto 특급(特急北斗) 열차


일단 숙소찾기. Booking.com을 통해 미리 예약해 놓은 프로모트 하코다테(Promote Hakodate Hotel)을 찾아가야 한다. 어디더라...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해야하는 일이 인포메이션에 들러 시내 지도를 얻는 것인데, 하코다테 역의 인포메이션은 동계에는 5시까지만 한다고 이미 닫혔다. 관광객들에게 지도는 주셔야지요 ㅡㅡ;;


지도도 없고... 그렇다면 어딘가를 찾아가는 데에는 구글맵이 최고!....이나 일단 데이터 네트워크에 연결되어야 맵을 다운받을 수 있다는 함정. 일본은 관광객을 위한 무료 Wi-Fi가 곳곳에 있어서 참 편리하다. 느려터지긴 하지만 뭐... 공짜이니 만족하는 걸로. 하코다테 역사 내에 잠시 머물면서 Wi-Fi를 연결하여 맵을 다운받아 찾아간다.




숙소를 찾아 가는 길에도 눈이 가득 하다. 인도, 차도 할 것 없이 눈이 쌓여있는데 제설을 안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계속 내리는 함박눈에 제설이 소용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인도에는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이 나 있다.


홋카이도의 겨울여행 짐은 가능하다면 배낭이 좋겠다. 무릎까지 눈쌓인 길을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것도 쉽지 않고, 녹은 눈에 캐리어가 엉망이 된다.



눈길 헤치고 직진 후 한 번 좌회전 하니 호텔. 바로 앞에는 24시간 슈퍼마켓(편의점), 바로 옆에는 맥도날드. 아싸! 굶지는 않겠다!!

위치나 시설이나 이 호텔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가성비 엄청 좋다. 난방소리가 다소 큰 것이 아쉽지만 나머지는 모두 만족. 기대한 것보다 괜찮음 그 이상.



프로모트 하코다테 호텔 (이때부터 똑딱이 카메라의 오토포커스가 동작하지 않아서 ㅡㅡ;;)


사실 하코다테는 막연히 야경을 봐야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왔고, 추운 날씨에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폰이 죽어가고 있는지라 잠시 호텔에 머물며 핸드폰 충전하고, 인터넷 검색도 좀 하고, 내일의 숙소를 예약하려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다가... 이런! 겨울에는 야경이 생각보다 일찍 끊김을 발견했다. 큰일이다!! 


체크인 하면서 프런트에 물으니 호텔 앞에서 트램을 타고 주지가이(十字街, じゅうじがぃ)에 내려서 로프웨이(케이블카)까지 걸어 올라가라는데... 아직 트램 타는 법 모르는데... 그리고 이 추위에 이 눈에 걸어 '올라'가라고? 게다가 로프웨이가 비싸다.

잠시 검색한 인터넷에서 보니 하코다테 역에서 출발해서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등산버스가 있단다. 오케이. 이거다. 후다닥 하코다테 역 앞 버스터미널로 갔다. 8:20pm에 도착했는데 8:15pm가 막차라고 한다. 아까비... 더구나 이 등산버스도 겨울철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산꼭대기까지 운행하지 않고 로프웨이 입구까지만 간다고 한다. 이거나 그거나 똑같네. 그나마 덜 아쉽다.


여기에 온 가장 큰 목적이 하코다테 야경인데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지. 다시 트램을 타고 호텔에서 알려준 대로 후다닥.

주지가이 트램정류장에서 로프웨이 입구까지는 약 20분 정도의 언덕길이다. 야경의 일념으로 눈쌓인 언덕길을 꾸역꾸역 올라갔더니 8:51pm. 그런데 이마저도 8:50pm이 막차란다. 분명히 9:00pm 막차라 해서 열심히 올라온 건데?? 알고보니 상행은 8:50pm, 하행은 9:00pm이 막차란다. 8:50pm을 탔어도 10분만에 내려왔어야 한다. 1분 늦게 도착해서 막차를 놓친게 오히려 다행이다. 



땅 위에서 보는 로프웨이 막차


어쨌든 간에 오늘의 야경은 끝. 되돌아 올 수 밖에 없다. 야경보러 여기 온 건데... 계획의 변화가 생기겠군... (늘 그렇듯이...)

아까 급하게 올라가느라 보이지 않던 주변이 되돌아 오는 길에 보인다. 돌담에 소복이 쌓인 눈이 귀엽고 예쁘다.



눈길을 달리는 트램. 트램은 하코다테 여행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잘 이용하면 매우 편리하다.  



첫 날의 원대한 계획을 실패하고 나니 배고파... 돌아오는 길에 뭔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식당을 찾아 하코다테 역 뒷쪽 골목길로 들어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식당이며 상점들이 거의 문을 닫았다. 한 식당 앞에 길냥이가 불쌍하게 한 입만...의 표정으로 식당 안을 들여다 보면서 앉아있다. 가여워라...



호텔 근처에 차이니스 레스토랑이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데 여기까지 와서 차이니스라... No No! 그 근처에 오징어회가 맛있다는 해산물 전문 선술집도 있는데 날 해산물을 즐기지 않아서 별로. 해산물 회를 즐기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집이란다.

식당을 찾아 걷다가 하코다테에만 있다고 어디에서 읽은 럭키삐에로 발견! 오예~!! 버거 하나 포장해 가야겠다. 럭키삐에로는 하코다테 내에만 있는 꽤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이다. 가장 인기가 좋다는 1번 메뉴, 차이니스 치킨 버거 먹자. 늦은 밤인데도 매장 안에서 돈까쓰나 커리를 먹는 손님들이 꽤 많다. 먹고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포장하기로.




매장 내에서는 럭키삐에로 기념품도 팔고 있다.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네. 햄버거 가게 기념품이라니. 스타벅스 급인가보다. 이런 기념품을 사는 사람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오랜만에 보는 공중전화도 있다. 삐삐 시절 가장 호황을 누렸으나, 모두가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요즘 세상의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물건이다.


 


버거 하나 포장하고 나와 호텔까지 걸어가는 길. 이런 풍경이 있었네. 유명한 포장마차 골목인 다이몬요코쵸 근처인데 시계탑과 트리 장식이 있다. 쌓인 눈과 잘 어울리는 예쁜 풍경이라 기분 좋다. 시계탑은 어디에 갖다 놓아도 그림이 된다.



정통 일본 선술집/포장마차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이몬요코쵸에 잠시 들러볼까, 생맥주 한 잔이나 따뜻한 사케 한 잔 마시고 들어갈까 잠깐 생각했는데... 길에서 술에 잔뜩 취한 일본 아저씨가 말을 건다. 아니, 정확히는 수작(?!)을 건다. 여행 왔냐... 혼자 왔냐... 밥은 먹었냐... 술 한잔 하러가자, 돈 없어도 돼. 내가 내께... (일본어 몇 마디 모르는데 이건 다 알아들었다...) 그러더니 어깨동무를 척! 나를 언제 봤다고!! 낯선 곳에서 현지인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만 이 아저씨는 술 냄새가 과하게 풀풀난다. 엮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외쿡인 놀이! 괜히 몇 마디라도 알아들으면 말이 길어지고 실랑이가 길어진다. 니홍고 와카리마셍~ 무조건 모르는 걸로. 여행 왔냐? (일본어 몰라) 혼자 왔냐? (일본어 몰라) 밥은 먹었냐? (일본어 몰라) 술 한잔 하러가자, 내가 내께 (일본어 몰라)... 무엇을 얘기해도 계속 일본어 몰라만 반복했더니 답답해 하다가 그냥 간다. 


이런 해프닝이 있고 나니 갑자기 다이몬요코쵸가 내키지 않아졌다. 늦기도 했고 그냥 호텔로 돌아가야겠다. 슈퍼에서 홋카이도에만 있다는 삿포로 CLASSIC 한 캔 사서 바로 호텔로 귀환. 어쩌다 보니 오늘의 조촐한 저녁은 하코다테 스페셜이 되었다.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건 여기에서 다 먹어 주어야지. 올~ 럭키삐에로 버거 맛있는데?! 삿포로 클래식은 맛은 괜찮은데 그렇게 까지 특별한 것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여기 있는 동안은 많이많이 마셔야지. 돌아가면 없으니까.



마지막 할 일은 숙박 연장. 야경을 내일 다시 도전해야 하니까 하루 더 있어야 한다.

첫날부터 계획이 바뀌기 시작했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변수야...


프런트에서 하루 더 묵겠다고 하니 지금 내 방은 내일 예약이 되어 있어서 방을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같은 종류 같은 등급의 방으로 다른 방으로 옮겨 줄 수는 있는데 오늘 내 방은 이미 예약되었단다. 엥? 이 호텔은 방 호수를 지정해서 예약을 받나? 아니면 누군가 이 방에 사연이 있어서 기념일이라 굳이 이 방을 지정한 것인가? 온갖 궁금증이 밀려오나 프런트 아저씨와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이유로 모든 것을 추측으로 남긴 채 하루 연장 결정. 같은 호텔에서 이틀 연박을 하면서도 짐을 확 못 푸는 불편은 감수하는 걸로.


짧고도 길었던 첫날의 여정 끝~!!



Posted by Travel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