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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1.26 여행 준비 - 나는 어떤 취향일까
2017. 1. 26. 19:21

해외여행을 꿈꾸는 첫 시작은 동경입니다.. 

TV에서 봤던 멋진 풍경, 그 곳에 한 번 다녀왔던 사람들의 부풀린 자랑을 보고 들으면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환상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마음이 아무리 무럭무럭 자라나도 선뜻 결심은 서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들이 너무나 많이 있어서 망설이게 하거든요. 그 때에는 아주 굳은 결심이 필요합니다.


그냥 저질러 보자.


어렵게 어렵게 마음을 먹고 나니 이제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그런데... 다음 단계는 더 어렵습니다. 어디로 가지? 며칠이나 가야하지? 돈은 얼마나 들려나? 말도 안 통할텐데...휴...

고민이 훨씬 더 많아집니다. 다시 잠시 멈칫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이 때 무엇보다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일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는 어떤 취향인가입니다.


여행은 다니는 것 vs 쉬는 것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구경하고,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을 경험하려 바쁘게 움직이는 여행자가 있습니다. 이런 여행자에게 하루종일 바닷가나 리조트에서 아무 계획없는 시간을 주고 놀라고 하면 "여기까지 와서 왜 '가만히' 있어?라고 하면서 무엇이라도 하려 합니다. 그런 여유는 꼭 이 바다가 아니라도, 꼭 이 호텔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니 여기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우선적으로 하고 싶어서 부지런히 다닙니다.


반면, 호텔이나 리조트, 바닷가에서 하루종일 책을 읽거나 커피나 맥주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즐기는 여행자가 있습니다. 명소들은 사진으로 이미 봤는데 굳이 일부러 가까이 가서 보거나 안에 들어가서 보거나 하지 않아도 됩니다. 평소에도 바쁜 일상을 보내는데 여행지에 와서까지 부지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이 여유를 즐기고 싶고, 좋을 뿐입니다.



많이 보는 것 vs 깊게 보는 것

오랫동안 고민하고 결심한 만큼, 쉽게 가지 못하는 만큼, 지금 다녀오면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모르는 만큼 온 김에 다 보고 가려고 바쁘게 여기저기 움직이는 여행자가 있습니다. 한 곳에서 보고 사진찍고, 얼른 다른 곳으로 옮겨서 보고 사진찍고, 또 얼른 옮겨서 보고 사진찍고... 한 곳이라도 더 많이 보기 위해 바쁘게 움직입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곳을 보고 인증샷을 남기는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대부분의 패키지 여행이 이런 식으로 진행합니다.)


반면, 몇 군데만 골라서 한 곳을 보더라도 깊게 보는 여행자가 있습니다. 가고픈 곳만 골라서 가고, 그 곳에서 머물고 싶은 만큼 머뭅니다. 여행지에서 유명하다는 곳 뿐만 아니라, 구석구석 드러나지 않은 곳까지 탐방을 합니다. 카페에 앉아서 커피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공원에서 책을 읽고, 여행을 한다기 보다는 잠깐 동안이지만 그 마을 사람들처럼 일상생활을 하며 살아봅니다. 여행사 프로그램이나 다른 인터넷 블로그에서 소개되지 않은 나만의 사진과 이야기를 가득 채워옵니다.



남들 하는 것 모두 vs 내가 관심 있는 것만

나의 평소 관심사와 상관없이 여행지 현지의 관광자원에 맞추어 여행하는 여행자가 있습니다. 미술에 관심이 전혀 없지만 마드리드에 갔으니 프라도 미술관은 꼭 들러야 하고, 뮤지컬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브로드웨이에 갔으니 꼭 한 편 봐야합니다.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시즌에 유럽에 갔으니 축구장에 꼭 가봐야 합니다. 사람들이 보통하는 선택입니다. 나의 평소 관심사는 아니지만 여기가 이 것으로 유명하니 여기에 온 이상 이건 꼭 해 봐야'만' 하는 것입니다. 


반면, 내가 좋아하는 일 위주로 찾아다니는 여행자가 있습니다. 피카소 미술관, 대영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이 아무리 유명해도 나의 관심사가 아니니 굳이 가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야시장에 가거나, 맛집 탐방을 하거나 공원을 산책하는 등 하고싶은 일을 합니다. 사람들이 "거기까지 갔는데 거길 안 가봤어?"라고 말하면 "내 관심사가 아니니까. 한국에서도 안 가는 곳인데 뭐..."라고 당연하게(!) 답을 합니다.



편리한 도시 vs 자연 그대로의 오지

어디를 가나 도시에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습니다. 근사한 레스토랑부터 패스트푸드점까지, 작은 편의점부터 백화점까지, TV에서 보던 근사한 숙소,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도록 늦게까지 운행하는 버스나 지하철 등등 여행하기에 아주 편리합니다. 큰 도시들은 때로는 비슷한 모습이라 여기가 거기인 듯, 거기가 저기인 듯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도 하지만, 도시 취향의 여행자에게는 이 화려함과 편리함이 매력입니다. 


시골은 기본적으로 불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교통도 별로 없고 근처에 작은 가게조차 없기도 합니다. 관광지가 아닌 곳에는 근사한 숙소를 찾기 어렵고, 동네의 숙소는 나름 깨끗하기는 해도 낡은 티는 어쩔 수 없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다른 곳에 가면 볼 수 없는, 개발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이 펼쳐집니다. 사람들 인심은 순박하고 따뜻합니다. 이 맛에 시골을 여행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여행이 있고,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여행에 취향이 있습니다. 

여행에 대한 취향은 일상생활의 취향이나 성격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어쩌면 직접 떠나서 겪어보기까지 스스로도 본인 취향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다니다가 낯선 곳에서, 낯선 상황에서, 어쩌면 극한 상황에서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 전에 잠시 내가 어떤 취향인지를 먼저 생각해 본다면 훨씬 더 즐거운 여행을 만들 수 있습니다. 힘들여, 시간들여, 돈들여 간 여행에서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느라 그 귀한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조금도 없습니다. 


여행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남에게 말할꺼리를 만들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자랑을 목적으로 가는 분들도 있겠지요) 남의 눈치를 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또한 나와 취향이 다른 사람에 대해 비난하거나 불평하지 않아야 합니다. 나와 취향이 다른 사람일 뿐이지 그 사람이 여행을 잘 모르거나 잘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행은 잘하고 못하고로 평가하는 주제가 아닙니다.


단,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나의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새로운 일을 아예 배척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여지껏 내가 몰랐던 세상에서 나와 아주 잘 맞는 일을 우연히 발견하는 보석같은 일을 언제든 만날 수 있거든요. 


평소에 관심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예 배척하던 일들을 여행을 핑계로 경험하고 나서 급관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면 나의 세상이 한 뼘 넓어집니다. 반면 관심없는 것들은 과감히 생략하고 나의 관심사에 집중하면 뿌듯하고 만족스런 여행이 됩니다. 그러면 나의 세상이 한 뼘 깊어집니다.


여행이 처음이신가요? 취향을 잘 모르겠나요? 그러면 한 번 씩 다 해보세요. 해보니 만족스러운 여행이 본인의 취향입니다. 본인 취향을 알고 있더라도 가끔은 그에 반하는 일탈 여행을 해 보세요. 또 다른 재미가 분명히 있습니다. 


Posted by Travel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