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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02 [홋카이도 겨울여행] 인천 - 삿포로 - 하코다테, 긴 여정
2016. 2. 2. 02:08

2015년 12월 28일. 여행 첫째날.


11:10am TW251편. 설레는 마음으로 드디어 출발.

인천공항은 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따뜻하고 화창하다. 살짝 올라간 티웨이 항공의 날개 끝이 귀엽다.

보글보글한 구름 위로 맑은 하늘을 날아간다.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 보는 구름은 항상 옳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  


 

인천공항. 여행의 시작                                          상공. 구름 위 세상


저가항공인 티웨이는 식사를 주지 않는 대신, 간단한 간식 도시락으로 승객에 대한 정성(!)을 표시한다. 삼각김밥과 요거트, 바나나 하나. 나름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까지 골고루 갖추어 들어있다. 이 외의 메뉴나 음료는 모두 사 먹어야 한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도 재미로라도 먹고 싶은 깜찍한 도시락이기에 clear. 


 

티웨이 기내서비스 도시락


친절한 기장님은 관광버스 가이드처럼 어느 상공을 지나가는지 설명을 해 주신다. 기분좋은 독특한 서비스이다.

"왼쪽 아래 가운데로 보이는 길이 영동고속도로고...., 오른쪽 1시 방향에 보이는 섬이 울릉도이고..." 

울릉도와 독도 뿐 아니라 기장님의 설명에 등장하는 많은 부분이 비행기 오른쪽에 있어서 왼쪽 자리에 앉은 나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많이 아쉽다. 다음에는 꼭 오른쪽으로 앉아야지!


약 2시간 남짓의 비행 끝에 눈이 듬성듬성 쌓인 겨울 왕국이 보인다. 화창했던 인천공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삿포로다!!!

 

 

삿포로 공항. 겨울왕국 입국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은 예상보다 휑~하다. 오잉? 그 유명한 겨울왕국에 관광객이 너무 없는데...?? 한가하면 좋지, 뭐...


첫 번째 할 일은 레일패스(Rail Pass) 구입. 이번 여행기간 동안 장거리 노선 교통편의 확보가 우선이다. 

비행기 안에서 가면서 대략 잡은 동선대로 교통편을 구상해 본다. (조금 바빠 보여서 여전히 고민중...)


삿포로 → 하코다테 - (1박) - 하코다테 → (도야. 들를까말까) → 노보리베쓰 - (1박) - 노보리베츠 → 오타루 - (1박) - 오타루 → 삿포로 (1박)  


이렇게 가려면 레일패스를 3일권으로 사야 할까, 4일권으로 사야 할까. 3일권 안에 삿포로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데 4일권은  

하루 차이에 가격 차이가 꽤 커서 망설여진다. 안내데스크에 대략의 계획 얘기를 했더니 이리저리 계산하고 나서 3일권 + 오타루에서 삿포로 One-way ticket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처방전을 준다. OK! 3일짜리 패스 구매 완료.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는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교통패스를 판매한다. 패스를 잘 활용하면 교통비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국내 여행사에서 미리 예약하고 갈 수도 있고, 현지에서 구매도 할 수 있는데, 여행 시기의 환율을 계산해서 어느 쪽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면 된다. 현지 JR 외국어 안내데스크에서는 한국어/영어/중국어로 상담할 수 있어서 언어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홋카이도 레일패스 한국어 안내 사이트: http://www2.jrhokkaido.co.jp/global/korean/index.html)


신치토세 공항에서는 International 터미널 입국장에서 나오면 앞쪽으로 Domestic 터미널로 향하는 긴 통로가 있다. 그 통로를 따라 약 100m 정도 따라가서 Domestic 터미널로 넘어간 후, 통로 끝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B1F로 내려오면 왼쪽에 JR 외국어 안내데스크가 있다.


우선 하코다테로 이동해야 한다. JR 일본어 못하는 어리버리한 관광객을 위해 친절하게도 몇 시에 어떤 열차를 타고 어떻게 가라고 안내 티켓까지 써 준다.


14:48 신치토세 공항역 출발 - 14:52 미나미 치토세역 도착 - (환승) - 15:03 미나미 치토세역 출발 - 18:18 하코다테역 도착 예정.


 

홋카이도 레일패스 3일권                                 오늘 하코다테까지 가는 안내용 티켓


신치토세 공항역을 출발하면서부터 3일권 패스가 개시된다. 28/29/30일, 이렇게 3일간 쓸 수 있다.


다음 역이 바로 미나미 치토세(南千歲). 이 역에서 하코다테 행 열차로 환승해야 한다. 지정석이 이미 만석이라 예약이 되지 않아 자유석에 자리가 있기를 바라야 한다. 사람들이 줄 하나는 끝내주게 잘 선다. 플랫폼이 실외라서 무지하게 춥지만 3시간 넘게 가야하고, 자유석은 일찍 타는 것이 좌석 확보에 유리하니 오들오들 떨면서 자유석 칸 앞에 줄서서 기다린다.


열차는 지정석 칸과 자유석 칸이 구분되어 있다. 교통패스를 사면 모든 JR 안내소에서 미리 좌석을 지정할 수 있다. 좌석을 지정하지 못하면 자유석에 탈 수 있는데 이 때 좌석은 선착순이다. 여행 일정이 확정되자마자 미리 좌석을 지정해 놓으면 보다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다. 


영화에서나 봤던 제복을 입은 역무원 아저씨가 여전히 확성기를 쓰면서 안내해 주신다. 역무원도, 확성기도 오랜만... 왠지 정겹다.  



이런! 기차가 20분 지연이란다... 추운데...

(자유석이 몇 호차인지, 기차가 몇 분 지연인지 간신히 숫자만 알아듣는 일본어로 이 모든 것을 이해했음에 스스로 기특하고 뿌듯하다^^)


드디어 기차가 오고, 자유석에 올라갔더니 거의 꽉찼다. 이래서 미리 예약하는구나... 운좋게 자리 GET! 90% 이상 자리가 가득 찼는데 몇 개 남은 자리 중 하나에 앉았다. 


Hokuto 특급(特急北斗) 열차의 자유석 내부


눈이 소복이 쌓인 옛 시골 같은 바깥 풍경을 구경하면서 가는데, 오후 4시 반이 넘으니 슬슬 어둑해지고, 5시가 넘으니 완전히 깜깜하다. 5시부터 완전히 밤이다. 불빛없는 시골이라 야경이고 뭐고 없다. 그냥 깜깜...

그렇게 3시간 넘게 달려서 6:40 쯤 하코다테 역에 도착. 우와~~~ 눈 엄청나게 왔다!!! (나 러시아에 온거니...??) 


하코다테 역 레일과 역 앞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차가운 느낌이 아니라 폭신폭신 오히려 푸근한 느낌이 나는 건 왜일까. 


내가 타고 온 Hokuto 특급(特急北斗) 열차


일단 숙소찾기. Booking.com을 통해 미리 예약해 놓은 프로모트 하코다테(Promote Hakodate Hotel)을 찾아가야 한다. 어디더라...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해야하는 일이 인포메이션에 들러 시내 지도를 얻는 것인데, 하코다테 역의 인포메이션은 동계에는 5시까지만 한다고 이미 닫혔다. 관광객들에게 지도는 주셔야지요 ㅡㅡ;;


지도도 없고... 그렇다면 어딘가를 찾아가는 데에는 구글맵이 최고!....이나 일단 데이터 네트워크에 연결되어야 맵을 다운받을 수 있다는 함정. 일본은 관광객을 위한 무료 Wi-Fi가 곳곳에 있어서 참 편리하다. 느려터지긴 하지만 뭐... 공짜이니 만족하는 걸로. 하코다테 역사 내에 잠시 머물면서 Wi-Fi를 연결하여 맵을 다운받아 찾아간다.




숙소를 찾아 가는 길에도 눈이 가득 하다. 인도, 차도 할 것 없이 눈이 쌓여있는데 제설을 안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계속 내리는 함박눈에 제설이 소용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인도에는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이 나 있다.


홋카이도의 겨울여행 짐은 가능하다면 배낭이 좋겠다. 무릎까지 눈쌓인 길을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것도 쉽지 않고, 녹은 눈에 캐리어가 엉망이 된다.



눈길 헤치고 직진 후 한 번 좌회전 하니 호텔. 바로 앞에는 24시간 슈퍼마켓(편의점), 바로 옆에는 맥도날드. 아싸! 굶지는 않겠다!!

위치나 시설이나 이 호텔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가성비 엄청 좋다. 난방소리가 다소 큰 것이 아쉽지만 나머지는 모두 만족. 기대한 것보다 괜찮음 그 이상.



프로모트 하코다테 호텔 (이때부터 똑딱이 카메라의 오토포커스가 동작하지 않아서 ㅡㅡ;;)


사실 하코다테는 막연히 야경을 봐야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왔고, 추운 날씨에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폰이 죽어가고 있는지라 잠시 호텔에 머물며 핸드폰 충전하고, 인터넷 검색도 좀 하고, 내일의 숙소를 예약하려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다가... 이런! 겨울에는 야경이 생각보다 일찍 끊김을 발견했다. 큰일이다!! 


체크인 하면서 프런트에 물으니 호텔 앞에서 트램을 타고 주지가이(十字街, じゅうじがぃ)에 내려서 로프웨이(케이블카)까지 걸어 올라가라는데... 아직 트램 타는 법 모르는데... 그리고 이 추위에 이 눈에 걸어 '올라'가라고? 게다가 로프웨이가 비싸다.

잠시 검색한 인터넷에서 보니 하코다테 역에서 출발해서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등산버스가 있단다. 오케이. 이거다. 후다닥 하코다테 역 앞 버스터미널로 갔다. 8:20pm에 도착했는데 8:15pm가 막차라고 한다. 아까비... 더구나 이 등산버스도 겨울철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산꼭대기까지 운행하지 않고 로프웨이 입구까지만 간다고 한다. 이거나 그거나 똑같네. 그나마 덜 아쉽다.


여기에 온 가장 큰 목적이 하코다테 야경인데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지. 다시 트램을 타고 호텔에서 알려준 대로 후다닥.

주지가이 트램정류장에서 로프웨이 입구까지는 약 20분 정도의 언덕길이다. 야경의 일념으로 눈쌓인 언덕길을 꾸역꾸역 올라갔더니 8:51pm. 그런데 이마저도 8:50pm이 막차란다. 분명히 9:00pm 막차라 해서 열심히 올라온 건데?? 알고보니 상행은 8:50pm, 하행은 9:00pm이 막차란다. 8:50pm을 탔어도 10분만에 내려왔어야 한다. 1분 늦게 도착해서 막차를 놓친게 오히려 다행이다. 



땅 위에서 보는 로프웨이 막차


어쨌든 간에 오늘의 야경은 끝. 되돌아 올 수 밖에 없다. 야경보러 여기 온 건데... 계획의 변화가 생기겠군... (늘 그렇듯이...)

아까 급하게 올라가느라 보이지 않던 주변이 되돌아 오는 길에 보인다. 돌담에 소복이 쌓인 눈이 귀엽고 예쁘다.



눈길을 달리는 트램. 트램은 하코다테 여행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잘 이용하면 매우 편리하다.  



첫 날의 원대한 계획을 실패하고 나니 배고파... 돌아오는 길에 뭔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식당을 찾아 하코다테 역 뒷쪽 골목길로 들어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식당이며 상점들이 거의 문을 닫았다. 한 식당 앞에 길냥이가 불쌍하게 한 입만...의 표정으로 식당 안을 들여다 보면서 앉아있다. 가여워라...



호텔 근처에 차이니스 레스토랑이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데 여기까지 와서 차이니스라... No No! 그 근처에 오징어회가 맛있다는 해산물 전문 선술집도 있는데 날 해산물을 즐기지 않아서 별로. 해산물 회를 즐기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집이란다.

식당을 찾아 걷다가 하코다테에만 있다고 어디에서 읽은 럭키삐에로 발견! 오예~!! 버거 하나 포장해 가야겠다. 럭키삐에로는 하코다테 내에만 있는 꽤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이다. 가장 인기가 좋다는 1번 메뉴, 차이니스 치킨 버거 먹자. 늦은 밤인데도 매장 안에서 돈까쓰나 커리를 먹는 손님들이 꽤 많다. 먹고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포장하기로.




매장 내에서는 럭키삐에로 기념품도 팔고 있다.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네. 햄버거 가게 기념품이라니. 스타벅스 급인가보다. 이런 기념품을 사는 사람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오랜만에 보는 공중전화도 있다. 삐삐 시절 가장 호황을 누렸으나, 모두가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요즘 세상의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물건이다.


 


버거 하나 포장하고 나와 호텔까지 걸어가는 길. 이런 풍경이 있었네. 유명한 포장마차 골목인 다이몬요코쵸 근처인데 시계탑과 트리 장식이 있다. 쌓인 눈과 잘 어울리는 예쁜 풍경이라 기분 좋다. 시계탑은 어디에 갖다 놓아도 그림이 된다.



정통 일본 선술집/포장마차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이몬요코쵸에 잠시 들러볼까, 생맥주 한 잔이나 따뜻한 사케 한 잔 마시고 들어갈까 잠깐 생각했는데... 길에서 술에 잔뜩 취한 일본 아저씨가 말을 건다. 아니, 정확히는 수작(?!)을 건다. 여행 왔냐... 혼자 왔냐... 밥은 먹었냐... 술 한잔 하러가자, 돈 없어도 돼. 내가 내께... (일본어 몇 마디 모르는데 이건 다 알아들었다...) 그러더니 어깨동무를 척! 나를 언제 봤다고!! 낯선 곳에서 현지인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만 이 아저씨는 술 냄새가 과하게 풀풀난다. 엮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외쿡인 놀이! 괜히 몇 마디라도 알아들으면 말이 길어지고 실랑이가 길어진다. 니홍고 와카리마셍~ 무조건 모르는 걸로. 여행 왔냐? (일본어 몰라) 혼자 왔냐? (일본어 몰라) 밥은 먹었냐? (일본어 몰라) 술 한잔 하러가자, 내가 내께 (일본어 몰라)... 무엇을 얘기해도 계속 일본어 몰라만 반복했더니 답답해 하다가 그냥 간다. 


이런 해프닝이 있고 나니 갑자기 다이몬요코쵸가 내키지 않아졌다. 늦기도 했고 그냥 호텔로 돌아가야겠다. 슈퍼에서 홋카이도에만 있다는 삿포로 CLASSIC 한 캔 사서 바로 호텔로 귀환. 어쩌다 보니 오늘의 조촐한 저녁은 하코다테 스페셜이 되었다.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건 여기에서 다 먹어 주어야지. 올~ 럭키삐에로 버거 맛있는데?! 삿포로 클래식은 맛은 괜찮은데 그렇게 까지 특별한 것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여기 있는 동안은 많이많이 마셔야지. 돌아가면 없으니까.



마지막 할 일은 숙박 연장. 야경을 내일 다시 도전해야 하니까 하루 더 있어야 한다.

첫날부터 계획이 바뀌기 시작했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변수야...


프런트에서 하루 더 묵겠다고 하니 지금 내 방은 내일 예약이 되어 있어서 방을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같은 종류 같은 등급의 방으로 다른 방으로 옮겨 줄 수는 있는데 오늘 내 방은 이미 예약되었단다. 엥? 이 호텔은 방 호수를 지정해서 예약을 받나? 아니면 누군가 이 방에 사연이 있어서 기념일이라 굳이 이 방을 지정한 것인가? 온갖 궁금증이 밀려오나 프런트 아저씨와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이유로 모든 것을 추측으로 남긴 채 하루 연장 결정. 같은 호텔에서 이틀 연박을 하면서도 짐을 확 못 푸는 불편은 감수하는 걸로.


짧고도 길었던 첫날의 여정 끝~!!



Posted by TravelGirl